제9화 악몽
- 얼마 후, 이사벨은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녀는 오빠에게 인사를 건네고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다시 한번 뒤돌아보며 짧고 따뜻한 눈빛을 남겼다.
- 문은 거의 소리 없이 닫혔다.
- 그리고 아파트 안은 갑자기 깊은 침묵에 잠겼다.
- 에바는 잠시 문 앞에 서 있었다. 마치 마음을 정리하는 것처럼. 그러다 천천히 다니엘에게 다가와 그의 곁에 앉았다.
-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 다니엘은 그녀를 오래 바라보았다.
- 단지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정말로 믿어도 되는지, 지금 자신의 마음속 가장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곳까지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 그는 잠시 숨을 멈췄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연구소에 가서… 내 업무용 노트북을 가져와 줬으면 해."
- 에바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 "메러디스 교수님께는 내가 연락할게."
- 다니엘이 말을 이었다.
- "네가 가면 노트북을 받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적절한 표현을 찾았다.
- "이건 아무도 알면 안 돼. 부모님도, 누나도."
- 에바의 표정이 굳어졌다.
- "왜요?"
- 다니엘은 시선을 돌렸다. 그 질문이 예상보다 어려웠던 것처럼.
- "이미 나 때문에 너무 걱정하고 계셔."
- 그가 낮게 말했다.
- "하지만 난 이렇게 누워만 있을 수 없어."
- 그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 살아 있는.
- 진짜 의지였다.
- "공식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내야 해."
- 그가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과 거의 집착에 가까운 열망이 섞여 있었다.
- "거의 다 왔어. 느낄 수 있어. 반드시 완성해야 해."
- 에바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그녀의 눈빛에 스친 것은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도, 공식에 대한 걱정도 아니었다.
- 오직 그 자신에 대한 걱정이었다.
- "당신은 회복해야 해요."
- 그녀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 "심한 뇌진탕을 겪었잖아요…"
-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마치 자신의 마음과 싸우는 사람처럼.
- 그리고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 "그래도 이해해요."
-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더 깊어졌다.
- "그게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 다니엘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의 눈에 진심 어린 감사가 스쳤다.
- 따뜻한 감사였다.
-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 에바가 덧붙였다.
- 다니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 "무슨 조건?"
- 에바는 조금 더 몸을 기울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함이 담겨 있었다.
- "조금이라도 힘들면 바로 노트북을 닫고 쉬는 거예요. 절대 무리하지 않기. 약속해요."
-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 다니엘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 오랫동안.
- 정말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는 사람처럼.
-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 "약속할게."
- 에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끌어안은 채 책을 펼쳤다.
- 그리고 조용히 읽기 시작했다.
-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일정했다.
- 조급함도.
- 불안함도 없었다.
- 그 목소리는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며 평온함으로 채웠다.
- 다니엘은 귀를 기울였다.
- 처음에는 내용을 따라가려 했다.
- 하지만 점점 단어들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풀어지고 있었다.
- 통증은 점점 멀어졌다.
- 방금 전까지도 그를 괴롭히던 불안은 힘을 잃고 사라져 갔다.
- 복잡하게 흩어지던 생각들도 하나둘씩 잠잠해졌다.
- 남은 것은 오직 그녀의 목소리뿐이었다.
- 따뜻한.
- 살아 있는 목소리.
- 그는 자신이 언제 눈을 감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 잠은 아주 부드럽게,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조용히 그를 덮쳤다.
- 하지만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 어둠.
-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짙고 끈적한 어둠.
- 다니엘은 좁은 미로 안에 서 있었다.
- 차가운 벽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었고,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 그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 그리고 또 한 걸음.
- 출구를 찾으려 했지만, 너무 어두워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출구는 분명 있을 텐데.
- 그는 방향을 틀었다.
- 막다른 길이었다.
- 다시 방향을 바꾸었다.
- 또 막다른 길이었다.
- 숨이 가빠졌다.
- 그는 걸음을 재촉했다.
- 그리고 더 빠르게.
-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 "누구 없어요?!"
- 그가 외쳤다.
- 목소리는 벽에 부딪혀 사라졌다.
-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그는 거의 뛰다시피 움직였다.
- 차가운 벽에 부딪히고, 손을 긁히고, 방향 감각을 잃어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 "도와주세요!"
- 침묵.
- 그리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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