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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해야 할 말이 있어

  • 이사벨이 웃음을 터뜨렸다.
  • 그녀의 웃음은 방금 전까지 흐르던 묘한 긴장감을 가볍게 깨뜨렸다.
  • "아니, 설마. 농담이었어!"
  • 그녀는 에바에게 한 걸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 "이사벨 하트만이야."
  • "에바 로랑입니다."
  • 에바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 그때 토마스가 모두를 현실로 되돌리듯 입을 열었다.
  • "엄마와 나는 회사에 가봐야 한다. 너희끼리 괜찮겠니?"
  • "물론이죠."
  • 에바와 이사벨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 가볍고 진심 어린 웃음이었다. 그 안에는 더 이상 어색함이 없었다.
  • 에바는 가슴속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사벨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있었다. 성공했고, 강하며,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 그래서 이 만남이 내심 두려웠다.
  • 하지만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사람은 전혀 달랐다.
  • 생기 있고, 솔직하며, 따뜻한 사람이었다.
  • 부모가 떠난 뒤, 세 사람은 차로 향했다. 에바는 다니엘이 조심스럽게 차에 탈 수 있도록 부축하며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살폈다. 이사벨은 운전석에 앉았고, 차는 익숙한 거리를 따라 부드럽게 출발했다.
  • 그들은 다니엘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에바는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았다.
  • 집은 밝고 깔끔했다. 하지만 어딘가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이 공간의 주인이 이곳보다 자신의 생각과 일 속에서 더 오래 살아온 사람인 것처럼.
  • 이사벨이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 "와… 오빠. 여긴 정말 하나도 안 변했네."
  • 다니엘은 아주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 겉보기에는 정말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었고, 모든 것이 익숙해 보였다.
  • 그런데도 뭔가 이상했다.
  • 그는 주변 사물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 모든 것이 아주 조금씩 흐릿하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과 현실 사이에 얇고 보이지 않는 막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 그리고 그 소리.
  • 작고.
  • 끊어지듯 이어지는.
  •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전자음.
  • 삐—
  • 병원 모니터 소리였다.
  • 다니엘은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 왜 여기서 그 소리가 들리는 거지?
  •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점점 커져가는 불안을 밀어내고, 그 감각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애썼다.
  • "안색이 안 좋아 보여…"
  • 이사벨이 부엌으로 들어간 뒤, 에바가 조용히 말했다.
  • 다니엘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의 눈빛에는 잠깐의 망설임이 스쳤다. 말해야 할지, 말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처럼.
  • "우리 둘만 남게 되면…"
  • 그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 "너랑 얘기해야 할 게 있어."
  • 에바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녀는 다니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 그리고 왜 누나 앞에서는 말할 수 없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긴장과, 거의 불안에 가까운 감정.
  •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 부엌에서는 식기가 부딪히는 작은 소리와 함께 이사벨의 가벼운 콧노래가 들려왔다. 그녀는 일부러라도 평범한 일상의 소리로 공간을 채우려는 것 같았다. 따뜻하고, 소박하고, 걱정 없는 삶의 소리로.
  • 에바는 조심스럽게 다니엘을 소파까지 부축했다.
  • 그는 천천히 움직였다. 매 순간이 힘들다는 사실을 숨기려 애쓰면서.
  • 소파에 앉자, 그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 마치 그제야 자신이 약해져도 된다는 것을 허락한 사람처럼.
  • 그는 지쳐 보였다.
  • "TV 켜드릴까요?"
  • 에바가 그의 곁에 앉으며 조용히 물었다.
  • 다니엘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 "아니…"
  • 그가 숨을 내쉬듯 말했다.
  • "대신 네 얘기 하나 해줘. 웃긴 이야기로."
  • 에바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하지만 다니엘은 알고 있었다.
  • 그녀의 목소리.
  • 오직 그 목소리만이 이 이상하고 집요한 소음을 잠재울 수 있었다.
  • 머릿속에 자리 잡고 떠나지 않는, 가늘고 끊어지는 그 전자음을.
  • 에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리고 곧 입가에 어린아이 같은 미소가 번졌다.
  • "좋아요… 그럼 들어봐요."
  • 그녀는 그의 곁에 조금 더 편하게 앉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마디 한마디 할수록 표정은 점점 더 생생해졌다.
  • "제가 일곱 살쯤이었을 때였어요. 저는 제가 위대한 탐험가가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거든요…"
  • 그녀가 작게 웃었다.
  • "그런데 당신처럼 연구실에서가 아니라… 우리 집 마당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