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말로 표현하지 않은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사람처럼.
"혹시 죄책감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그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에바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따뜻하게.
차분하게.
"제가 이러는 건… 제가 원해서예요."
그녀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
이틀 후, 다니엘은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는 묘한 양가감정을 안고 병원을 떠났다. 한편으로는 모든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 거의 기쁨에 가까운 감정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몸을 붙잡고 있는 무력감이 있었다. 그날의 일을 모든 움직임마다 상기시키는 고통이었다.
퇴원하기 전, 램지 박사는 다시 한번 그를 꼼꼼히 진찰했다. 그의 눈빛에는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 사람 특유의 엄격함이 담겨 있었다.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그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갑작스럽게 움직이지도 말고, 몸을 숙이지도 마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를 과신하지 마세요."
다니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이곳을 떠나 있었다.
그 곁에는 에바가 서 있었다. 그녀는 그의 팔을 조심스럽게 받쳐 주고 있었다. 거의 티 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지만, 그가 의지할 수 있을 만큼은 충분히 단단했다.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그의 팔을 놓지 않고 의사에게 물었다.
"산책은 해도 되나요? 예를 들면… 공원 같은 곳에서요."
의사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신선한 공기는 오히려 필요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피곤함을 느끼면 바로 쉬어야 합니다.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
에바는 그 말이 마치 자신에게 직접 하는 당부인 것처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토마스와 시실리아도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모두 함께 출구로 향했다.
다니엘은 병실 밖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조심스럽고 느린 걸음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힘이 들었지만, 그는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에바는 그의 곁에 있었다. 그녀의 손은 그의 팔을 놓지 않았다. 그 조용하고도 과하지 않은 배려 속에는 단순한 걱정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다니엘도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새겨 두었다.
"이사벨은 어디 있어요?"
그가 병원 로비에 도착했을 때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곧 도착할 거야."
시실리아가 대답했다.
그들은 병원 밖으로 나왔다.
신선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고, 오랜만에 마주한 강한 햇빛에 다니엘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병원의 무균적이고 조용한 공간에 익숙해진 탓인지, 바깥세상은 지나치게 생생하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다니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한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키가 크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생기 넘치는 눈빛과 활기찬 움직임은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실리아가 재빨리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
"이사벨, 조심해!"
이사벨은 순간 멈칫했다. 정신을 차린 듯 속도를 늦춘 그녀는 이번에는 훨씬 조심스럽게 다니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몸짓에는 평소와는 다른 부드러움과 조심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다니엘을 끌어안았다. 그를 아프게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잠시 동안은 꼭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힘을 주어 안았다.
"정말 많이 걱정했어…"
그녀가 낮게 속삭였다.
다니엘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와줘서 고마워."
이사벨은 몸을 떼고 그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마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 살아 있는 다니엘인지, 환상이 아닌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사람처럼.
그리고 나서야 그녀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에바였다.
그녀의 눈에 순간적인 놀라움이 스쳤다.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갔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혹시… 네 여자친구야?"
그녀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에바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고,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다니엘 역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짧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머물렀다. 따뜻하고, 연약하며,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감정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친구였다. 하지만 익숙한 관계의 경계 너머 어딘가에서는, 두 사람 모두 느끼고 있으면서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감정이 이미 조용히 싹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