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갑작스러운 기억
- 그래서 다니엘은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
- 과학 아카데미. 수년간의 공부. 끝없이 이어진 밤들. 실패. 시도. 그리고 또다시 실패.
- 그는 과학자가 되었다.
- 그리고 지금…
- 생각이 갑자기 끊겼다.
- 다니엘은 미간을 찌푸렸다.
- 마치 머릿속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딸깍 하고 맞물린 것 같았다.
- 그는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순간 가슴에서 통증이 치솟았지만, 그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 지금…
-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뭔가 잘못됐다.
- 그리고 그 순간…
-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 조각조각.
- 갑작스럽게.
- 연구실.
- 시약 냄새.
- 빼곡히 적힌 노트들.
- 몇 번이고 다시 검토했던 수식들.
- 그건 단순히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 그것이 전부였다.
- 공식.
- 다니엘은 눈을 감고 흩어지는 기억들을 붙잡으려 했다.
- 약물…
- 뇌 손상 후 신경 연결을 회복시키기 위한 치료제…
- "다니엘, 괜찮니?"
- 그가 갑자기 창백해진 것을 본 시실리아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 다니엘은 마치 깊은 물속에서 막 떠오른 사람처럼 눈을 번쩍 떴다.
- 숨이 고르지 않았다.
- "저… 제가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 그가 낮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이미 긴장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 "저는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 그는 부모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불안과 함께 단단한 결의가 어려 있었다.
- "당장 돌아가야 해요."
- 그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통증이 즉시 그를 제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 "우리는 아주 중요한 약을 개발하고 있었어요."
- 그가 손을 꽉 쥐며 말을 이었다.
- "공식을 조금만 더 보완하면 돼요. 그건… 엄청난 돌파구가 될 겁니다."
- 시실리아는 지친 듯 눈을 감았다 떴다. 하지만 그 몸짓에는 짜증보다 걱정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
- "진정하렴."
- 그녀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메러디스 교수님께서 전해 달라고 하셨어. 지금은 아무 걱정 말고 회복에만 집중하라고."
- 다니엘은 무겁게 숨을 내쉬었다.
- "하지만 마감이 있었는데…"
- 토마스가 앞으로 걸어왔다. 그의 걸음은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 "지금 중요한 건 단 하나다."
- 그가 엄하게 말했다.
- "네가 회복하는 것. 다른 모든 일은 기다릴 수 있어."
- 다니엘은 입을 다물었다.
- 그는 아버지의 이런 목소리를 잘 알고 있었다.
- 토마스는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이렇게 말할 때는 어떤 반박도 소용이 없었다.
- 결국 그는 연구실로 돌아갈 수 없었다.
- 적어도 지금 당장은.
- 병실 안에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 그때 병실 문이 평소보다 조금 거칠게 열렸다. 문틈 사이로 에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멈춰 섰다. 마치 급하게 달려온 뒤 아직 완전히 진정하지 못한 사람 같았다.
- "램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 그녀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 "이틀 후에는 퇴원 허가를 내릴 수 있다고요. 하지만 엄격한 조건이 있어요. 다니엘 씨에게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대요."
- 시실리아와 토마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 그들의 눈빛에는 기쁨보다는 당혹감과 불안이 섞여 있었다.
- "우린 하루 종일 일을 하는데…"
- 시실리아가 혼잣말처럼 조용히 말했다.
- "어떡하지?"
- 병실 안에 무거운 침묵이 몇 초간 흘렀다.
- 에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것을 말하려는 의지도 느껴졌다.
- "제가 할 수 있어요."
-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 "지금은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 그녀가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부탁드리거나, 일부 업무를 집으로 가져와서 할 수 있어요."
- 토마스는 그녀의 말을 곱씹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이사벨도 다니엘 곁에 있을 수 있겠지."
- 그가 덧붙였다.
- 에바는 순간 몸이 굳었다.
- 그 이름은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들렸지만, 그녀의 마음속 어딘가가 아주 미세하게 조여드는 듯했다.
- "이사벨… 이요?"
- 그녀는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애쓰며 되물었다.
- "그래."
- 토마스가 대답했다.
- "우리 딸이야. 내일 도착한다."
- 에바는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스스로도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알 수 없었다.
- "그렇다면… 오히려 잘됐네요."
-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 "이사벨 씨가 오전에 다니엘 씨와 함께 계시고, 오후에는 제가 올게요."
- "고맙구나, 에바."
- 시실리아가 진심 어린 감사의 목소리로 말했다.
- 잠시 후, 토마스와 시실리아는 퇴원 절차를 상의하기 위해 병실을 나갔다.
- 병실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 에바는 다니엘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그의 곁으로 조금 더 다가왔다. 그녀의 모든 움직임은 조심스럽고, 거의 다정하리만큼 섬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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