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공기 속의 불안
- 병원에서의 나날은 느리게, 끈적하게 흘러갔다. 마치 시간 자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쳐버린 듯했다.
- 하지만 날이 갈수록 다니엘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 통증은 더 이상 날카롭지 않았고, 움직임은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며, 숨도 한결 깊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현실감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다. 주변의 모든 것이 어딘가 흐릿하게 느껴졌다. 마치 아직 이 세계로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사람처럼.
- 그와 현실 사이에는 아주 얇고,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경계가 남아 있는 듯했다.
- 아마도 머리를 꽤 심하게 맞았던 모양이었다.
- 에바는 매일 병실을 찾았다.
- 그녀는 그의 곁에 앉아 휴대폰을 들고 뉴스나 이상한 이야기, 때로는 가벼운 웃음을 주는 이야기들을 읽어주었다. 그저 그가 통증과 무거운 생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녀가 곁에 있을 때면 그 낯선 비현실감이 조금은 견딜 만해졌다.
- 하지만 부모는 달랐다.
- 그들은 애써 괜찮은 척했다.
- 웃으며 이야기했고, 곧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 하지만 다니엘은 알고 있었다.
- 그들의 불안, 그들의 두려움을.
- 시실리아가 그를 지나치게 오래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토마스가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다는 것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 어느 날, 그들은 평소와 다른 얼굴로 병실에 들어왔다.
- 단순한 걱정만이 아니었다.
- 그날 병실에는 조용하고 거의 잠들 것 같은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에바는 다니엘의 침대 옆에 앉아 기차 승객들에 관한 가벼운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묘한 여유가 있었고, 잠깐 동안 병실의 공기마저 부드럽게 가라앉는 듯했다.
- 다니엘은 눈을 감은 채 그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때때로 그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라기보다, 그 목소리 자체가 주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 문이 열리고 토마스와 시실리아가 들어왔다.
- 에바는 즉시 고개를 들었다.
- "안녕하세요, 하트만 부부님."
- 그녀가 조용히 인사했다.
- "안녕, 에바."
- 시실리아가 부드럽게 답하며 감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또 다니엘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구나… 고마워."
- 에바는 가볍게 미소 짓고 책을 내려놓았다.
- 토마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그의 표정이 즉시 더 진지해졌다.
- "소식이 있습니다."
- 순간 병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 에바의 표정이 굳었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 다니엘은 눈을 떴다. 시선이 또렷해졌다.
- "검은 세단을 타고 있던 남자는 이미 경찰에 있습니다."
- 토마스가 이어 말했다.
- "목격자도 확보됐고, CCTV 영상도 확보됐습니다."
- 병실에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 "이름이 뭐죠?"
- 다니엘이 물었다.
- "윌리 모건."
- 이름이 무겁게 떨어졌다.
- 다니엘은 미간을 찌푸렸다.
- 안쪽에서 무언가가 날카롭게 조여왔다.
- 아니었다.
- 그건 아니었다.
- 그날의 기억, 고통 속에서 흐려졌던 의식 너머에도 그는 분명히 다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 헨리.
- 그 이름만큼은 너무 또렷해서 착각일 리가 없었다.
-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지금은.
- 그는 천천히 시선을 아버지에게로 옮겼다.
- "그 사람을 볼 수 있을까요?"
- 토마스와 시실리아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 "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 토마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퇴원이 가능하다고 할 때까지는…"
- "제가 알아볼게요."
- 에바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여기 계세요."
- 그녀는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 그들을 세 사람만 남겨둔 채였다.
- 시실리아는 곧바로 아들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침대 옆에 앉았다. 그녀는 마치 그를 조금이라도 더 아프게 할까 두려운 사람처럼 그의 손을 잡았다.
- "아들아…"
-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 "언제쯤이면 완전히 괜찮아질까…"
- 다니엘은 희미하게 웃었다.
- "엄마… 저는 안 죽어요."
- 가볍게, 거의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불안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 시실리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다잡았다. 그리고 문득 떠올렸다는 듯 말했다.
- "이사벨이 내일 온대. 네 일이 있다는 걸 알고 바로 휴가를 냈어."
- 그 말에 다니엘의 얼굴에 따뜻하고도 어린아이 같은 미소가 번졌다.
- 그는 누나를 정말 좋아했다.
- 이사벨은 언제나 그의 기준이었다. 강하고, 확신에 차 있으며, 완벽한 사람. 가족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존재. 그는 어릴 때부터 그녀처럼 되고 싶었다.
- 언젠가 부모가 자신을 그렇게 바라봐 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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