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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 한편 그 시각, 심씨 집안 별장은 발칵 뒤집혀 있었다.
  • 심채아는 소파에 앉아 가슴을 움켜쥔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 입으로는 계속 “언니, 나 원망하지 마……” 하고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소리를 듣고 달려온 어머니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
  • 가족들은 지체할 틈도 없이 곧장 차를 몰아 심채아를 시내 최고급 개인 병원으로 데려갔다.
  • VIP 병실 밖.
  • 심씨 집안 부모와 심재민은 내내 초조하게 기다렸다. 다들 얼굴이 무겁게 굳어 있었다.
  • 한상우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
  • “아주머니, 채아는요? 채아 괜찮아요?”
  • 이영희는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 “아직도 못 깨어났어. 심은하 그 못된 계집애한테 너무 심하게 놀란 거야! 대체 은하는 뭐에 씌었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더 사납고 독해져서, 자기 친동생까지 겁을 주잖아!”
  • 몇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담당 의사가 병실 문을 열고 나왔다.
  • 의사는 말을 고르듯 잠시 뜸을 들였다.
  • “아가씨의 생체 징후는…… 전부 정상입니다.”
  • 이영희가 발끈했다.
  • “정상이라고요? 그런데 우리 딸이 왜 쓰러져요?”
  • 의사는 2초쯤 침묵했다가 말했다.
  • “아마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조금 쉬면 깨어날 겁니다.”
  • 그때 옆을 지나가던 인턴 의사가 고개를 숙인 채 차트를 정리하다가, 참지 못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 “아픈 척하는 여우에, 눈 감고 모른 척하는 부모라니. 아주 찰떡이네.”
  •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 하지만 복도는 조용했고, 그 말은 또렷하게 들렸다.
  • 수간호사가 황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는 모퉁이 안쪽으로 끌고 들어갔다.
  • “너 일 그만두고 싶어? 감히 심씨 집안 사람들 얘기를 함부로 해?”
  • 이 병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심씨 집안 둘째 아가씨는 매달 갑자기 아프다며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았다.
  • 그리고 검사 결과는 매번 아무 이상 없음.
  • 다들 이제는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 깊은 밤, 병원장이 정기 회진을 돌다가 환자 긴급 연락처 정보를 확인하던 중,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그는 화면에 적힌 심은하의 이름을 보더니, 고개를 들어 심씨 집안 사람들을 바라봤다.
  • 목소리에는 꽤 진지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 “심정훈 씨, 여러분도 심은하 양의 가족 맞으시죠? 심은하 양의 재검과 약 수령 날짜가 이미 일주일이나 지났습니다. 원래도 증상이 불안정한데, 왜 계속 진료를 받으러 오지 않는 겁니까?”
  •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코웃음을 쳤다.
  • “걔가 무슨 병이 있다고요? 또 불쌍한 척해서 동정이나 받으려는 수작이겠죠. 신경 쓰지 마세요.”
  • 어머니 이영희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심은하는 맨날 아픈 척이나 해요. 그 애 신경 쓸 시간 있으면, 우리 채아나 제대로 치료해 주세요!”
  • 병원장은 걸음을 멈췄다.
  • 표정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 “아픈 척이라고요?”
  • 그는 손에 든 차트의 상세 페이지를 다시 넘겨 봤다.
  • 한 번.
  • 두 번.
  • 세 번이나 확인했다.
  •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 그의 시선이 심정훈의 얼굴에서 이영희에게로 천천히 옮겨 갔다.
  • “심정훈 씨, 이영희 씨.”
  • “심은하 양은 심각한 간헐성 기억상실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신경성 두통도 동반하고 있고요. 반년 전 알레르기 때문에 병원에 왔다가 우연히 발견된 병입니다.”
  • “그 뒤로 매달 약을 타고 재검을 받으러 왔지만, 상태는 계속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 “이 병은 일주일 이상 약을 끊으면 기억의 공백이 되돌릴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약값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면서, 응급용으로 가장 싼 진통제만 처방받아 갔고요.”
  • 병원장은 차트를 덮었다.
  • 목소리는 무겁고 단호했다.
  • “지금이라도 입원 치료를 시키지 않으면, 조금만 더 늦어져도 큰일 납니다.”
  • 이영희는 병원장의 말을 멍하니 듣고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차트를 빼앗아 들었다.
  • 그녀는 침대 옆에 굳어 선 채, 마치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해졌다.
  • 반년 전.
  • 심채아가 울면서 말했다.
  • 심은하가 자기 바디워시를 바꿔치기했다고.
  • 심채아가 알레르기가 있는 복숭아 향 제품을 욕실에 가져다 놨다고.
  • 그때 이영희는 눈이 뒤집힐 만큼 화가 났다.
  • 심은하의 뺨을 후려쳤고, 그 뒤로 망고 주스를 한 컵 가득 억지로 먹였다.
  • 이영희는 알고 있었다.
  • 심은하가 어릴 때부터 망고 주스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 그때는 심은하가 당해도 싸다고만 생각했다.
  •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때부터 심은하의 병이 계속 나빠지기 시작한 건지도 몰랐다.
  • 이영희의 온몸이 싸늘하게 식었다.
  •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 몸이 제멋대로 덜덜 떨렸다.
  • 가슴속은 두려움과 후회로 엉망진창이 됐다.
  • 한상우는 원래 병실 문가에 기대 서 있었다.
  • 그런데 그 순간, 손에 쥐고 있던 차 키가 “딸깍”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 그의 머릿속에서 오늘 길에서 심은하가 했던 말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 “나 기억상실증이야.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고!”
  • 그때 자신은 뭐라고 했더라?
  • 짜증 부리는 거라고 했다.
  • 불쌍한 척해서 동정받으려 한다고도 했다.
  • 한상우는 홱 고개를 들었다.
  • 그의 시선이 병상 위에서 ‘의식이 없는’ 심채아에게 꽂혔다.
  • 방금 심채아의 숨소리가 순간적으로 조금 무거워졌다.
  • 눈꺼풀도 아주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 그 찰나의 죄책감 어린 반응이, 한상우를 그 자리에 못 박아 버렸다.
  • 심재민이 문을 밀고 들어오다가 마지막 몇 마디를 듣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 그는 차트에 적힌 진단명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 목소리가 잔뜩 쉬어 있었다.
  • “걔가…… 은하가 정말 기억상실증이라고? 일부러 삐쳐서 그러는 게 아니었어요?”
  • 병원장의 표정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그는 엄하게 경고했다.
  • “심은하 양의 병은 원래 충분히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악화될 이유가 없었어요. 장기간 약을 끊었거나, 감정이 크게 흔들렸거나, 반복적으로 강한 자극을 받지 않는 한 말입니다.”
  • “가족이라는 분들이 대체 환자를 어떻게 돌본 겁니까?”
  • “당장 데려와서 입원 치료를 받게 하세요. 더 미루면 언제 큰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 그 말은 이영희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이 부숴 버렸다.
  • 그녀는 홱 몸을 돌려 한상우의 팔을 꽉 붙잡았다.
  •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공포가 가득했다.
  • “너, 심은하를 어디로 데려갔어?!”
  • 한상우는 당황해서 입을 열려 했지만, 한참이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겨우겨우 되찾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 “저…… 그게 교외에 버리고 왔어요…… 남쪽 산 절벽 근처, 잡초 우거진 숲에……”
  •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