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동생만 찾으면, 이제 자신도 더는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 고통은 오히려 몇 배로 더 심해졌다.
- 동생이 돌아오던 날,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 심은하는 직접 끓인 따뜻한 국을 들고, 심채아의 몸을 녹여 주려고 했다.
-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심은하는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고, 뜨거운 국이 쏟아져 심채아의 옷자락에 튀고 말았다.
- 심은하는 황급히 사과하며 손을 뻗어 닦아 주려고 했다.
- 하지만 심채아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나더니, 비명을 지르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 그 장면은 소리를 듣고 달려온 가족들 눈에, 심은하가 동생의 귀환을 못마땅해해 괴롭히는 모습으로 비쳤다.
- “네가 그동안 채아를 집 없이 떠돌게 만들었잖아. 겨우 돌아왔는데, 또 해치려고 해?”
- “심은하, 너 어떻게 이렇게까지 못돼 처먹을 수가 있어!?”
- 이영희는 분노에 휩싸여 펄펄 끓는 물을 심은하의 몸에 끼얹었다.
- 아버지는 싸늘한 얼굴로, 누구도 심은하에게 의사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
- 오빠는 더 심했다. 곧장 심은하의 머리채를 잡아끌고는 방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 한겨울, 심은하는 얇은 잠옷 한 장만 걸친 채 눈밭에서 꼬박 하룻밤을 무릎 꿇고 있었다.
- 그날 이후, 심은하의 무릎에는 고질병이 남았다.
-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었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뼛속까지 찌르는 듯 아팠다.
- 그 뒤로 끝없는 누명과 모함이 줄줄이 이어졌다. 단 하루도 멈춘 적이 없었다.
- 심채아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무심코 괴롭힘을 당하면, 돌아와서는 심은하가 뒤에서 시킨 일이라고 울며 호소했다.
- 심은하 때문에 심채아가 따돌림을 당했다는 식이었다.
- 심채아가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가 우연히 망가지면, 심은하가 일부러 가위로 잘랐다고 딱 잘라 말했다.
- 이영희는 이유도 묻지 않았다.
- 사람들 앞에서 심은하의 옷을 손으로 찢어 버렸고, 심은하가 모두 앞에서 온갖 수치를 당하게 만들었다.
- 심채아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면, 심은하가 밀었다고 했다.
- 심채아가 늘 몸에 지니던 목걸이를 잃어버리면, 심은하가 훔쳤다고 했다.
- 심지어 심채아가 추첨에서 당첨되지 않은 것조차, 심은하의 불길한 기운 때문이라고 했다.
- 온 세상이 심은하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 본성이 악독하고, 질투심으로 가득 찬 인간이라고 몰아붙였다.
- 감금당해 굶는 것, 밤새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빌게 하는 것, 매일 맞고 욕을 먹는 것.
- 차갑고도 고통스러운 벌들이 심은하의 삶을 완전히 채웠다.
- 그것이 어느새 심은하의 일상이 되어 버린 거다.
- 심지어 이 생에서 심은하가 유일하게 사랑하고 의지했던 것——주얼리 디자인마저도.
- 심채아는 가차 없이 모조리 빼앗아 갔다.
- 심은하가 온 마음을 쏟아 만든 디자인 시안은 빼앗겼고, 디자인상은 동생에게 돌아갔다.
- 작품의 이름란에서 심은하의 이름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 심은하는 어머니 이영희에게 빌었다.
- 다른 건 전부 필요 없으니, 집 안에 남은 이 작은 작업실 하나만은 그대로 두게 해 달라고.
- 하지만 다음 날, 그곳은 동생이 키우는 강아지의 화장실이 되어 있었다.
- 거기까지 본 순간, 심은하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 온몸에 힘이 풀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더니, 그대로 토해 냈다.
- 분명 자신은 이런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픈 걸까.
- 위에는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 심은하가 토해 낼 수 있는 건 시큼한 위액뿐이었다.
- 심장은 박동할 때마다 찢어질 듯 아팠고, 눈은 퉁퉁 부은 것처럼 뻐근해서 뜨기조차 힘들었다.
- 머릿속은 고통스러운 기억 조각들로 가득 찼고, 귓가에는 수많은 비난과 욕설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 심은하는 쉰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나를 놓아줄 건데?
- 심은하는 두 손을 죽어라 움켜쥐었다.
-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 온몸의 힘을 다해 버텼지만, 눈물 한 방울조차 나오지 않았다.
- 오랜 억울함과 고통은 이미 심은하에게서 울 힘마저 빼앗아 가 버렸다.
-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혼란이었다.
- 두려움이었다.
-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었다.
- 나는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세월을 버텨 온 걸까.
-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 그때, 심은하는 노트 마지막에 적힌 작은 글씨 한 줄을 보았다.
- “또 감금당하면, 한상우에게 도움을 청해. 그는 진실을 알고 있어.”
- 그 순간 심은하의 머릿속에 부드러운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 찢어질 듯 아프던 심장도 아주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
- 한상우.
- 심은하의 소꿉친구.
-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연인.
- 그는…… 분명 자신을 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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