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죽은 뒤에나 하세요
tow lemon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강태준의 첫사랑, 서이수는 사진에 미쳐 있었다.
- 태준은 그런 그녀를 위해 기꺼이 모델 노릇을 자처했다. 렌즈 너머의 서이수와 카메라 앞의 강태준. 두 사람은 주변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서로에게만 몰입했다.
- 내 생일을 하루 앞둔 날, 그는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세계 최대 규모의 핑크 다이아몬드를 낙찰받았다.
- 사교계 사람들은 그가 나를 끔찍이도 아낀다며 떠들어댔다. 첫눈에 반한 신데렐라를 위해 집안의 반대까지 무릅쓴 지고지순한 사랑이라고.
- 모두가 그 다이아몬드가 당연히 내 생일 선물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사람들의 그 천진한 착각이 가소로워 헛웃음이 터졌지만,나조차도 잠시 흔들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가 내보인 성의 없는 배려조차, 그 화려한 모양새가 꼭 내 구원인 양 빛나고 있었으니까.
- 하지만 강태준은 사람들 앞에서 내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 "이수가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직접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해서. 기분 전환용으로 잠시 빌려온 거야."
- 그는 마치 별것 아니라는 무심하게 덧붙였다.
- "네가 갖고 싶으면, 나중에 따로 사줄게."
- 당장 반지를 빼서 넘기라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한 몸짓이었다. 나는 그를 응시했다. 지난 몇 년간 필사적으로 유지해 온 잉꼬부부라는 가면을 이 순간 처음으로 내던진 채.
- "싫어."
- 내 짧은 거절에 연회장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강태준의 미간이 일그러졌지만 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 어차피 오래 살지도 못할 목숨이다.
- 서이수가 그토록 이 다이아몬드를 찍고 싶어 한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 내 장례식에 직접 찾아와서, 차갑게 식은 내 손가락에 박힌 이 반지를 찍으라고 하지 뭐.
- ……
- 식탁에 앉아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는 강태준을 바라봤다.
- 그는 당장에라도 화를 낼 기세였지만, 식탁 위에 정성스러게 차려진 저녁 식사를 보고는 눈매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 "밖에서 쇼한 걸로 모자라? 집에서도 계속할 셈이야?"
- 나는 대답 대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느릿하게 연기 한 모금을 내뱉으며 말했다.
- "앉아."
- ".......언제부터 담배를 배웠지?"
- 언제였더라. 한 달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세상이 무너져 내렸을 때였나. 아니면 우리 아이의 기일에 태준이 서이수를 위해 불꽃놀이를 해주는 걸 지켜봤을 때였나.
- 명치 끝이 타는 듯 아려왔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표정을 지우며 냉소적인 말투를 유지했다.
- "안심해. 천박하게 소문내서 당신 집안 먹칠할 생각 없으니까. 일단 먹어. 몇 년 만에 잡은 칼이라 맛이 예전 같을지 모르겠네."
- 포크를 든 태준은 음식을 입에 넣기도 전에 짜증 섞인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 "또 무슨 미친 짓을 하려는 거야?"
- 미친 짓이라. 딱히 생각한 건 없다. 그저 내가 죽은 뒤에도, 그가 나를 도저히 잊을 수 없게 선명한 낙인을 찍고 싶을 뿐.
- 나는 담배를 비벼 끄며 그를 빤히 쳐다봤다.
- "음식에 독 탔어. 같이 죽으려고."
- 강태준의 손이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비웃음을 흘리며 스테이크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 "강 사모님, 당신은 그럴 배짱도 없고, 나를 놓을 수도 없잖아."
- 나를 조롱하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그가 말하는 '놓을 수 없는 것'이 그 자신인지, 아니면 재벌가 안주인이라는 타이틀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 맞는 말이다. 나는 겁쟁이였다. 내 생애 가장 큰 용기는 그와 결혼하는 데 전부 써버렸으니까.
- 그때, 강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끊어지면 다시 울리기를 반복하자, 그는 결국 휴대폰을 들고 테라스로 향했다.
- 바람을 타고 서이수의 징징거리는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 "같이 있어 주기로 했잖아…." "알았어, 금방 갈게."
- 서이수는 나를 기만히기 위해 내 생일을 그녀의 '첫 탐험일'로, 우리 결혼기념일을 그녀의 '부활의 날'로 정했다. 매일같이 강태준을 흔들어대며, 단 이틀조차 나에게 양보하지 않았다.
- 강태준이 다시 내 앞으로 다가와 의자에 걸쳐둔 재킷을 집어 들었다.
- "미친 짓 끝났으면 난 가보지. 급한 일이 생겨서."
- "당신이랑 서이수가 뒤에서 뭘 하든 상관 안 해. 하지만 그 여자, 회사에 들이는 건 절대 안 돼."
- "그럼 실망하겠군.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내 전담 비서로 출근하니까."
- 나는 싸늘하게 웃었다.
- "장담하는데, 그 여자 회사 출근 못 해. 정 그렇게 안달 났으면 차라리 내가 그 여자를 이 집으로 불러줄까?"
- 강태준이 거칠게 일어섰다. 원목 의자가 바닥을 긁으며 불쾌한 굉음를 냈다.
- "그럴 것까지 없어. 당신이 그 자리에서 내려외가만 하면, 그 자리는 정당하게 그 애 차지가 될 테니까."
-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자비롭지 않아서 말이야. 이 자리, 내가 죽어 나가는 순간까지 절대로 안 비켜줄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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