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 그녀들 상황이 어떤지 묻고 싶어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때야 알았다. 팔다리가 전부 침대에 꽁꽁 묶여 있었다는 걸.
- “아?”
- 내가 낸 소리에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 사람 목소리라고 하기 힘들 만큼 갈라졌고, 목에 뭔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지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 “깼네.” 내 앞에 선 의사가 싸늘하게 말했다. 내 눈 속의 의아함과 허둥댐은 싹 무시하고,
- 차트를 훑어보더니 뒷쪽의 간호사들에게 내 상태를 덤덤하게 읊었다.
- “강하선, 여, 서른둘.”
- “중증 정신질환. 폭력 성향 있음.”
- “원래 경찰 조사 중이었는데, 이 조증 때문에 교도소 수감 대신 외부 치료로 전환. 우리 병원에 배정됨.”
- “서태오 대표님이 특별히 잘 보라고 하셨어.”
- 익숙한 이름을 듣는 순간, 더 아플 데도 없던 심장이 확 조여들었다. 눈앞이 까매졌다.
- 또 그놈. 또 그놈!
- 내 몸을 망가뜨리고, 내 꿈을 부숴 버리고,
- 내 인격을 짓밟고, 감히 날 감옥에 처넣으려 했지. 전부 그의 애인을 감싸려고!
- 이젠 날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 개만도 못하게 살게 하겠단 거야.
- 의사들이 내 옷을 벗기고, 정체 모를 약을 내 몸에 주사했다.
- 반항하는 순간 ‘폭력’으로 규정된다. 그러면 벌은 더 세진다.
- 입은 꽉 막혀 말도 못 하고, 몸에는 보랏빛 멍이 뒤덮였다. 눈은 초점이 나가,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
- 정신질환 치료 영상이라는 걸 강제로 보게 했다. 내 정신을 갈아버리듯 짓눌렀다.
- 도와달라고 하려 해도, 내 휴대폰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 부모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친구들도 날 못 찾는다. 연락도 못 한다.
- 그리고 나는 매일같이 이런 고문 속에서 세뇌당했다. 매일 ‘서태오 대표님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문구를 강제로 외워야 했다.
- 입을 열기 싫다? 그럼 계속 학대다.
- 밥시간만 되면, 그들은 날 병원 식당으로 끌고 갔다.
- 가장 음식 냄새 진동하는 곳, 사람들이 제일 많은 한가운데. 거기서 내 몸을 눌러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 입은 꽁꽁 묶이고, 팔꿈치는 뒤로 교차해 잡혔다. 형벌 받는 자세 그대로 남이 맛있게 먹는 걸 보게 했다.
- 나는 눈을 꽉 감았다. 그런데도 음식 냄새가 먼저 다투듯 코를 파고들었다.
- 유명 디저트 셰프였던 나는, 남들보다 훨씬 예민한 후각과 미각을 가졌다. 예전엔 그게 내 자랑이었다. 지금은 그들이 날 가지고 노는 수단이 됐다.
- 식욕을 끝까지 끌어올린 다음, 다시 병실 침대에 묶었다. 그리고 영양제를 링거로 꽂았다. 죽지는 않게. 대신, 계속 굶주리게.
- 굶주려서 미쳐버리게.
- 마지막에 그들이 내 앞에 한 접시 음식을 내밀었다—케이크였다.
- 더는 못 참았다. 몸이 본능적으로 떨리고, 욕망이 솟구쳤다.
- 의사가 비웃듯 웃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서태오 대표 말이 맞더라. 달달한 걸로만 자극하면 넌 금방 말을 듣거든.”
- 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걸 알고 있었다.
- 그리고 그걸로 날 어떻게 망가뜨릴지도.
- “서태오 대표님의 뜻은 간단해. 이번 중독 사건 전부 네가 한 짓이라고 인정해. 그리고 나가서도 평생 서태오 대표님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해. 그러면 먹게 해 주지.”
- 나는 피식 비웃었다. 결국 이거지. 박유라를 그렇게 감쌀 거면, 내 자존심을 땅바닥에 짓이겨야 마음이 놓이겠지.
- 말 잘 들으라니, 무슨 말을?
- 말 잘 들어서 감옥 가라고? 자기 애인 대신 죄 뒤집어쓰고, 평생 그의 개로 살라고?
-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네가 서태오의 개로 살든 말든 상관없는데, 난 싫어. 죽어도 싫어.”
- 의사가 분노로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럼 나도 봐주지 않는다!”
- 그리고는 내 입을 더 세게 묶으라고 소리쳤다. “틈 하나도 없이 꽉 묶어! 바람 한 점도 새면 안 돼.”
- 입이 잔인하게 봉해졌다. 의사가 낮고 서늘하게 말했다. “서태오 대표님 말씀이 있으셨어. 네가 말을 안 들으면 마지막 수를 쓰라고. 강하선, 기회는 줬다. 네가 안 잡은 거야.”
- “네게 제일 중요한 건, 이 입. 이 혀겠지?”
- 말이 끝나자, 그는 내 충격에 큰눈을 뜬 얼굴을 보며, 상자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그리고 내 턱밑을 향해 꽂았다.
- 그 순간, 등줄기를 타고 불길한 기운이 치밀었다. 미친 듯 몸부림쳤지만, 그는 내 머리채를 움켜잡아 바닥에 거칠게 눌렀다.
- 곧 혀끝부터 저릿저릿 마비가 올라왔다. 감각이 사라졌다. 이어서 입안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지독한 쓴맛이 폭발하듯 번졌다.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 “이건….”
- 혀가 너무 마비돼 말이 안 나왔다. 의사는 그 모습을 보고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디저트를 발끝으로 툭 차 내 앞으로 밀었다.
- “맛 좀 보시지, 대단한 디저트 셰프님~”
- 손이 덜덜 떨렸다. 머릿속이 웅 하고 울렸다. 그 순간만큼은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 케이크를 움켜쥐어 입에 쑤셔 넣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 절망뿐.
- 나… 미각을 잃었어….
- 디저트 셰프인 나한테서 미각을 빼앗다니. 서태오, 네 짓이겠지!
- “서태오! 너 죽여 버릴 거야! 내가—”
- 뒤에서 간호사가 진정제를 뽑아 잔혹하게 내 팔에 꽂았다.
- 그리고 날 빛 한 줄기 없는 검은 방에 내던졌다.
- 밀폐된 어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나는 멍하니 눈물만 흘렸다. 머리는 하얘졌고, 살아야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 과거의 좋은 것들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케이크 만들던 행복. 손님들의 칭찬. 맛있는 디저트의 향과 맛.
- 하지만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오장육부가 뒤집혔다. 결국 디저트라는 단어만 스쳐도 격하게 토할 지경이 됐다.
- 차라리 끝내고 싶었다. 그런데 방 전체가 푹신한 재질로 둘러싸여 있었다. 죽을 방법조차 없었다.
- 한줌 해골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 문밖에서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 의사와 간호사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검은 옷의 남자들이 그들을 바닥에 힘껏 짓눌렀고, 칼 한 번에 숨통을 끊었다. 그리고 불길 속으로 내던졌다.
- 날 학대하던 그 의사가 문을 천천히 열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한 마디 꺼내기도 전에, 총알 하나가 그의 두개골을 관통했다. 그는 곧장 내 앞에 직선처럼 쓰러졌다.
- 불빛에 비친 그 남자의 얼굴. 그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총을 쥔 손이 아직도 떨렸다.
- 두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고, 눈빛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 “강하선, 내가 너무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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