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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 병원으로 실려 갔다. 눈을 뜨자마자 박유라가 침대 머리맡에서 나를 사납게 노려보더니, 말도 없이 뺨을 내리쳤다.
  • "이 뻔뻔한 년아! 더러운 돼지야! 불쌍한 척하면 서태오가 널 봐줄 거라고 생각해?? 징징거리면 그 사람이 다시 돌아볼 줄 알아!! 너희 이미 이혼했잖아, 제발 좀 떨어져 살아!!"
  • 이 어이없는 소리 듣고, 온몸이 쑤셔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케이크 직접 갖다 주라며? 왜 이렇게 겁이 많아, 그 사람이 혹시라도 마음 돌릴까 봐 그렇게 무서워?"
  • "하? 내가 뭘 무서워해? 내가 왜? 네가 뭘로 나랑 겨루겠는데??" 박유라가 코웃음치고 내 귓가에 바짝 붙어 속삭였다. "인정할 건 인정할게. 예전엔 네가 젊고 예뻤지. 근데 지금 넌 늙고 살쪘잖아. 불쌍한 척 말고는, 태오 오빠 같이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어떻게 유혹하겠어?"
  • 내가 서태오랑 결혼한 건 돈 때문이 아니었다. 난 그 사람, 그 자체가 좋아서였다.
  • 그런데 이제 그는 순수하지 않다. 우리 사랑은 상한 케이크 같이 썩은 냄새에 시큼하기만 했다.
  • 난 고개를 저었다.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라면, 난 처음부터 그를 사랑한 적도 없고 몸매로만 꼬셨다는 거네? 그래, 나도 요즘에서야 제대로 봤거든. 머리는 밑에 달린 데가 지배하고, 가슴은 텅 비고, 속은 캄캄하고 추한 남자라는 걸."
  •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태오가 병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 박유라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까부터 서태오 발소리를 듣고 있었던 거다. 방금 말들도 일부러 나한테 떠밀어 내뱉게 만든 거였지.
  • 서태오 얼굴이 퍼렇게 굳은 걸 보자, 박유라는 자기 계산이 딱 맞았다고 확신했다.
  • 그녀가 성큼 다가가 서태오 팔을 끼었다. "강하선 말이 너무 심하잖아. 도저히 못 들어주겠네! 태오 오빠! 저 년이 오빠를 뭐라고 깎아내리는지 들었어?"
  • 서태오가 싸늘하게 비웃고, 잔뜩 어두운 눈으로 나를 봤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를 악물더니 딱 한 마디를 뱉었다. "강하선, 꺼져."
  • 난 망설임 없이 몸을 일으켜 수액 라인을 확 뽑았다. 그에게 눈길 하나 주기도 싫었다. 차갑게 말했다. "케이크는 이미 전달했어요. 서태오 대표님이 결제만 해주시면, 앞으로 우린 끝입니다."
  • 눈가에 터진 상처도, 교통사고로 터진 머리의 상처도 아직 벌게졌지만, 신경 쓸 힘도 없었다. 이 역겨운 모든 것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 그 말을 남기고 휘청거리며 한 발 한 발, 뒤돌아보지도 않고 병실을 나왔다.
  • 그는 내 등짝을 노려보다가 손에 든 것을 바닥에 내리꽂듯 던졌다.
  • 병원에서 막 일부러 사온 상처 회복 특효약이었다.
  • 박유라는 그 물건을 알아보고 잠깐 표정이 갈라지듯 일그러졌다. 곧바로 애교 섞인 얼굴로 갈아탔다.
  • 그녀가 서태오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웃었다. "그 여자 신경 쓰지 마, 자기야. 어차피… 우리 계획은 곧 성공할 거잖아!"
  • 난 둘이 뭐라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저 빨리 공방으로 돌아가 주문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 그런데 가게 문 앞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떼지어 미친 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다들 좀 보세요! 우리 가족이 여기 케이크 먹고 식중독 걸렸다니까요! 지금 병원에서 살리려고 난리예요!"
  •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돈 벌자고 양심 다 팔아먹었네!"
  • 난 급히 앞으로 나가 두 팔을 벌려 흥분한 사람들을 막았다. "잠깐만요, 진정하세요. 우리 가게는 모두 합법적이고 안전한 재료만 써요. 식중독일 리가 없어요.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요?"
  • 하지만 그 사람은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카운터를 향해 그대로 내리쳤다.
  • "양심 없는 악덕 상인! 아직도 발뺌해? 다 같이 이 가게 부숴버려!"
  • 순식간에 케이크 가게가 아수라장이 됐다. 욕설, 밀치는 소리, 깨지는 소리가 한데 뒤엉켰다.
  • 한때 깨끗하고 정돈됐던 매장은, 지금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 케이크는 바닥에 내던져졌고, 발에 밟혀 더럽게 짓이겨졌다.
  • 모조리 산산조각이 나는 바람에 바닥은 유리 파편투성이였다.
  • 난 군중에게 포위됐다. 여러 명이 주먹질, 발길질을 퍼부었다. 내 몸은 이미 한계였고, 반항조차 못 했다. 입 안 가득 비릿한 피맛이 돌았다.
  • 순간, 퍼억 하고 피를 토했다!
  • 왁자지껄하던 군중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 때마침 사이렌이 울렸고, 경찰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영문 따질 것도 없이 우리 직원들부터 제압해 데려갔다.
  • 한 경찰이 내 곁으로 달려와, 내 몸에 피가 번진 것도 못 본 척, 축 늘어진 나를 그대로 끌고 순찰차로 밀어 넣었다.
  • "강하선 씨, 당신은 식품 안전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지금부터 체포하겠습니다."
  • 난 경찰차로 끌려갔다. 머리 상처가 다시 찢어졌다. 피안개 속에서, 가게 밖에 서 있던 서태오와 박유라과 스치듯 지나쳤다.
  • 서태오는 박유라의 코끝을 애정 섞여 톡 건드리더니 웃었다. "거 봐. 내가 뭐라 그랬어. 감방에만 넣으면 얌전해진다니까. 너 대신 죄 뒤집어쓰는 게, 저 늙은 여자한테 남은 유일한 가치야."
  • 식중독을 일으킨 건 내 케이크가 아니다!
  • 범인은 박유라였다!
  • 그녀는 남까지 해치고, 죄를 내게 뒤집어씌웠다!
  • 나는 수없이 참았다. 오로지 이 케이크 가게를 지키려고. 여기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지키려고.
  • 우린 사랑을 아꼈다 믿었는데, 서태오는 바람을 피웠다.
  • 내가 피땀으로 세운 케이크 가게를 아꼈는데, 서태오는 그걸 부숴버렸다.
  • 내가 아끼던 직원들을 챙겼는데, 서태오는 그들을 몽땅 감옥으로 보냈다.
  • 내가 소중히 여긴 모든 걸, 서태오는 죄다 빼앗아 가려 했다.
  • 난 못 참아!!
  • 경찰이 내 두 손을 눌러 제압했다. 기력이 빠져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 그래도 이 억울함을 삼킬 수가 없었다. 악으로 손을 들어 올려, 저 두 사람을 지목하려 했다.
  • 하지만 박유라는 득의만만한 얼굴로 경찰 책임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박 경관님, 이번 일 감사해요."
  • 박 경관.
  • 박유라.
  •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둘의 닮은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 순간 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졌다.
  • 처음부터 박유라의 목표는 날 괴롭히는 게 아니었다.
  • 날 대신 감옥에 처넣는 거였다!!
  • 박유라의 독기 어린 미소가 나를 꿰뚫었다. 난 절망 속에서 눈을 감았다.
  • 모든 소리가 한순간 싹 지워졌다. 눈앞이 새까맣게 꺼졌다.
  • 쿵, 소리와 함께 난 곧장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 아무 느낌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