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 결심을 내린 뒤, 나는 휴대폰을 꺼내 고향에 있는 사촌동생 박복순의 번호를 찾아 눌렀다.
- 복순이는 외삼촌네 딸이다. 어릴 때부터 외삼촌을 따라 생선 팔면서 전통시장에서 컸고, 성격은 억척스럽고 눈치도 빨랐다.
- 중학교 때 자퇴한 뒤로 이런저런 사람들 따라다니며 막일을 했다. 최근엔 누군가와 같이 사업했다가 완전히 말아먹고 빚까지 잔뜩 졌다고 했다. 며칠 전에도 돈 좀 빌려 달라며 내게 전화했었다.
- 전화는 30초쯤 지나서야 연결됐다. 수화기 너머로 짜증 섞인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빚쟁이 새끼들은 시간 개념도 없냐? 사람 잠 좀 자게 놔두면 안 돼?”
- 최근 그녀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건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 “복순아, 나야!”
- 주변에 사람 없는 거 확인하고 구석으로 걸어가 낮은 목소리로 상황을 다 설명하고 내가 생각한 계획도 전부 털어놓았다.
- “잘 들어. 넌 이제 이태민 고향 집 아내야. 이태민은 죽었고 넌 무조건 합의금 5억을 요구해야 해. 그 돈 받아내면 내가 그중 2억은 네 몫으로 줄게.”
- 복순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거친 숨소리만 점점 커져 갔다.
- “오빠, 이건 사람 죽은 일이야. 잘못되면 끝장이야. 되돌릴 수 없어.”
- 나는 그녀가 거의 넘어왔다는 걸 직감했다.
- “네 빚 다 갚았어? 아직 얼마나 남았는데?”
- 나는 억지로 목소리를 차분하게 가다듬었다.
- “지금 경찰 신고를 제일 두려워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사장이야. 그 사람은 절대 일을 키우고 싶어 하지 않아. 세부적인 것만 제대로 맞춰 놓으면 돈 받고 바로 사라지면 돼. 누가 우리를 의심하겠어?”
- 다시 침묵이 흘렀다.
- 마침내, 복순이가 길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중요한 결심이라도 내린 사람처럼.
- “알겠어. 세부적인 거 다시 한번 말해 줘. 그리고 이태민 자료도 보내. 날 밝기 전에 도착할게.”
- 복순이 승낙하자 그제야 가슴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조금 가라앉았다. 전화를 끊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던 순간, 등에 식은땀이 흠뻑 배어 있다는 걸 그제야 느꼈다.
- 나는 화장실로 가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만들기 위해 애쓰며 머릿속으로 계획의 세부 사항들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 시간은 없었다. 큰 허점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나는 김지훈의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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