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3화

  • 나는 대충 옷을 걸쳐 입고 가능한 한 빨리 공장으로 향했다.
  • 정문에 들어서니 사고 난 작업장은 이미 굳게 폐쇄되어 있었다. 이유는 기계 고장이라고 했다. 그 작업장 직원들은 전원 하루 휴가 처리된 상태였다.
  • 야간 근무자들은 작업장 밖에서 제지당한 채,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 나는 그쪽엔 눈길도 못 주고 곧장 2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 문이 닫혀 있었지만 안에서는 사장의 고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내가 들어서자 김지훈은 들고 있던 찻잔을 그대로 내 발치에 집어던졌다.
  • “이렇게 큰일 터졌는데 이제야 왔어?”
  • 그제야 소파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회사에서 유일하게 나와 대립하는 사람, 구매·자재관리팀의 이서준이었다.
  • 이서준은 평소에도 별것 아닌 권한을 내세워 사사건건 나를 괴롭히곤 했다.
  • 지금 역시 어딘가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훑어보고 있었다.
  • “요즘 인사팀은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보네요. 별별 인간을 다 뽑아놓더니 결국 사고가 터졌잖아요. 이번 건, 회사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네가 하셔야겠네요.”
  • 이서준이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김지훈을 바라봤다.
  • “사장님, 지금 상황 어떻게 됐습니까? 경찰에는 신고했습니까?”
  • “신고? 미쳤냐?” 김지훈이 또 나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 “여긴 육가공 공장이야. 설비에 사람이 갈려 죽었다고 퍼지면 제품이 팔릴 것 같아? 장사 계속하냐 안 하냐?”
  • “식품안전이나 환경위생 쪽에 찍히는 순간 끝장이야. 벌금에 시정명령, 생산중단까지 이어지면 차라리 문 닫는 게 낫겠지!”
  •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럼… 사장님 말씀은…”
  • “뻔한 걸 뭘 물어! 당연히 조용히 합의 봐야지!” 김지훈이 소리쳤다.
  • 그가 험악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 “송지욱, 이태민 네가 뽑았지. 당장 인사기록 확인해서 가족들한테 연락해. 날 밝기 전에 여기로 데려와.”
  • “무슨 수를 써서든 설득해. 보상금은 우리가 줄 테니까 시신 처리는 우리 쪽에서 한다고.”
  • 그 말을 듣는 순간, 등줄기가 식은땀으로 서서히 젖어 들었다.
  • 왜냐하면 이태민의 인사기록에 적힌 비상연락처는 단 하나뿐인데 그 번호가 바로 내 예비 휴대폰 번호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