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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잿빛 속 다가오는 그날

  • 생일. 열여덟 살이 되는 날. 그날, 그 남자가 온다.
  • 5년 동안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던 차승혁이.
  •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한 대의 전용기가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 벌써 6월 20일.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아팠지만, 참을 수 있었다.
  • 이제 익숙했다. 아픔에.
  • 민소희는 자신의 목숨이 이제 고작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 매일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하며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을 바라봤다.
  • 하루가 지날 때마다 자신이 어둠 속 깊은 곳으로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 오늘은 벌써 6월 27일.
  •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에 표시된 시간을 확인한 민소희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볐다.
  • 한 번, 또 한 번.
  • 정말 오늘이었다.
  • 자신의 생일이 이렇게 두려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 설마 생일이 정말 제삿날이 되는 걸까?
  • 민소희는 한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덮은 뒤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었다.
  • 사실 민소희는 원래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지 않았다.
  •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생일이란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다. 선물과 축복이 가득한 날.
  • 하지만 자신에게 생일은 그저 이 세상에 태어나 고통받기 시작한 날일 뿐이었다.
  • “생일이라…”
  • 거울 속에는 단정한 교복을 입은, 여전히 아름답고 맑은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 하지만 목에는 희미한 이빨 자국 하나가 남아 있었다.
  • 차승혁이 자신에게 남긴 흔적.
  • 평생 지워지지 않을 치욕이었다.
  • 친구가 오늘은 제대로 축하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대체 뭐가 축하할 일이야? 태어나서 고생하는 것도 축하해야 하나?’
  • 민소희는 어깨 위로 떨어진 잔머리를 쓸어 넘기고 가방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으려 했다.
  • 문을 열자, 매년 자신의 생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함께 있어 주던 강진우가 평소처럼 문 앞에 서 있었다.
  • 온화한 표정에 희미한 미소까지 머금은 채였다.
  •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하는 데 익숙한 그였기에, 자신이 아끼는 여자아이 앞에서 웃으려는 것조차 조금은 어려워 보였다.
  • “이게 뭐야…?”
  • 민소희는 입을 손으로 가린 채 숨을 들이켰다.
  • 얼굴에는 커다란 놀라움과 기쁨이 떠올랐다.
  • 너무 놀란 나머지 강진우에게 인사하며 안아주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 강진우의 품에는 민소희만큼이나 커다란 곰돌이 푸 인형이 안겨 있었다.
  • 정교하고 섬세한 솜씨로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 민소희도 본 적이 있었다.
  • 전 세계에 단 열 개만 출시된 한정판.
  • 가격만 무려 만 달러에 달하는 인형이었다.
  • ‘내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 그때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다 발견했지만 너무 비싸서 차마 살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 강진우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챈 듯 장난스럽게 말했다.
  • “나 초능력 있잖아. 네가 좋아하는 거 알아.”
  • 민소희의 눈가가 살짝 촉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