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붉은 네온 아래
- 그곳은 동남아 국경 근처의 도시였다. 낮에도 어둡고 밤에는 더욱 화려한 곳.
- 카지노와 불법 거래가 판을 치는, 말 그대로 ‘법의 그늘’이었다.
- 소희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독한 향수 냄새였다.
-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음악. 온통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 그녀는 곧 이곳이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니, 클럽이 아니라 ‘야수의 우리’라는 걸.
- 그날 밤, VIP석에는 몇몇 한국인 사업가들과 현지 조직의 두목들이 앉아 있었다.
- 그리고 그 중심에 한 남자가 있었다.
- 차승혁.
-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재벌, 차성그룹의 회장.
- 그의 이름만 대면 사람들이 숙였다. 그의 눈빛 한 번에 분위기가 갈렸다.
- 조각 같은 이목구비는 차가웠고, 얇게 다문 입술은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 누군가가 아첨하듯 말을 걸었다.
- “차 회장님, 오늘 특별한 걸 준비했습니다.”
- 비서 진우가 고개를 저었지만, 승혁은 손을 살짝 들어 제지했다. 흥미는 없었지만, 비즈니스상의 예의였다.
- “보자.”
- 무대 조명이 어두워지고, 화려한 사회자가 등장했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붉은 커튼이 걷히고, 보랏빛 천으로 뒤덮인 거대한 철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 네 명의 건장한 남자가 그 철창을 무대 중앙으로 끌고 나왔다.
- 승혁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더 저속한 연출이었다. 그런데 천이 벗겨지는 순간, 그의 눈빛이 살짝 바뀌었다.
- 철창 안에 갇힌 건 고작 열세 살짜리 소녀였다.
- 앙상하게 마른 몸에 얇은 천 하나 걸친 모습.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윈 몸매는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 얼굴엔 짙은 화장이 발라져 있었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그 깊은 곳에 묘한 ‘독기’가 숨어 있었다.
-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이 지옥을 빠져나가겠다는 그런 기운.
- 승혁은 와인 잔을 든 채, 무대를 응시했다.
-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간질거렸다. 어디서 본 듯한, 아니, 본 적은 없지만 왠지 눈에 밟히는 얼굴이었다.
-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둡고, 자극적이고, 잔인했다.
- 소희는 기계처럼 몸을 움직였다. 춤은 아니었다.
-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벌써 몇 번이나 이 무대에 섰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공포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 철창은 턱 없이 좁았다.
-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대 가장자리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 탐욕스러운 손 하나가 철창 틈으로 쑥 들어왔다.
- “악!”
- 차갑고 끈적한 손이 소희의 가느다란 종아리를 꽉 움켜쥐었다.
- 아래를 보니, 원숭이처럼 추잡한 남자가 비열하게 웃고 있었다.
- 소희는 놀라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다리는 이미 잡힌 상태였다.
- 중심을 잃었다.
- 머리가 철창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귀에서 날카로운 이명이 울렸다.
- “아파…… 너무 아파……”
- 신음하는 소희를 향해 남자는 거칠게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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