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시작은 파혼부터
Frost drops dew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강지후와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 결혼을 앞둔 지금껏 꼬박 10년을 함께했다. 내 찬란했던 청춘은 온통 그로 점철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혼 전야, 음주운전 사고로 내 가족을 몰살시켰다.
- 주변에선 모두 그를 용서하지 말라며 나를 말렸다. 하지만 그 남자가 엄동설한의 눈밭 위에 무릎을 꿇고, 38도에 육박하는 고열에 정신을 놓으면서도 내게 기회를 달라 애원했을 때, 나는 결국 그 비겁한 눈물에 무너지고 말았다.
- “앞으로 나를 백 번만 지켜줘. 그럼 그때, 당신을 용서할게.”
- 그는 마치 구원이라도 얻은 죄인처럼 고개를 조아렸다.
- 그 후 1년, 그는 파산 위기의 아버지 회사를 구했고 어머니의 유품을 찾아와 내 발치에 바쳤다. 다시 마음이 흔들리던 찰나, 용서의 말을 전하려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가 문 너머로 추악한 진실을 마주했다.
- “강지후, 너 설마 한유라를 재벌가에 시집보내려고 은서윤 부모님을 음주운전 사고로 위장해 죽인 건…… 그건 너무 미친 짓 아니냐?”
- 태연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서윤이 부모님이 유라의 진짜 정체를 알아버렸으니까. 그 노인네들이 사라져야 유라가 아무 걸림돌 없이 성진 그룹에 입성할 수 있었어.”
- 내 세계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는 소름 끼칠 정도로 담담했다.
- “유라에게 행복을 줄 순 없어도, 앞길은 닦아줘야지. 대신 서윤이는…… 내 평생을 바쳐 보상하며 살 거야. 걔한텐 이제 나밖에 없으니까.”
- 기가 막혀 헛웃음이 터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돌아서서 성진 그룹의 후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 “가짜 신분으로 속이는 사기꾼이랑 결혼하실래요? 아니면 수백억 자산을 가진 저랑 결혼하실래요?”
- ……
- 벌컥, 문이 열리고 강지후가 나왔다. 나를 발견한 그의 얼굴은 짜증에서 순식간에 경악과 긴장으로 뒤바뀌었다.
- “서윤아, 네가 여긴 어떻게……?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미리 연락이라도 주지. 내가 데리러 갔을 텐데.”
- 다정한 말투 속에 숨겨진 뻔뻔한 탐색.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뗐다.
- “스스로 알아서 할 줄 아는 게 없어? 아니면 애초에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
- 냉담한 반응에 지후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평소처럼 인내심 있게 나를 달래려 다가왔다.
- “그래, 내가 잘못했어. 내가 먼저 연락했어야 했는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 그는 말을 마치고 내게 입을 맞추려 고개를 숙였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에 나도 모르게 그를 밀쳐냈다.
- “내 몸에 손대지 마!”
- 내 허리를 감싸려던 그의 손이 공중에서 민망하게 멈췄다. 그는 멍하니 서서 물었다.
- “왜 그래, 서윤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화가 난 거야?”
- 주먹을 꽉 쥐고 신맛 나는 증오를 억눌렀다.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왜 나를 속였느냐고, 어떻게 우리 부모님을 죽일 수 있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 그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상처받은 듯한 눈빛을 보냈다. 마치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예전 같으면 그 부드러움에 또 속아 넘어갔겠지만, 이제는 그 연기력이 소름 끼칠 뿐이었다.
- 그때, 눈치 없는 휴대전화 벨 소리가 정적을 깼다. 화면을 확인한 지후의 표정이 곤란하게 변했다.
- “서윤아, 거래처에서 급한 연락이 온 것 같아. 너 괜찮겠어?”
-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그의 손안에서, 나는 이미 보았다. 화면에 선명하게 떠 있는 이름, ‘한유라’.
- 나는 비웃음을 흘리며 손을 휘저었다.
- “아니. 눈이 오니까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그래. 일 봐. 난 피곤해서 먼저 가서 쉴게.”
- 말을 끝내고 돌아서는 내 몸에서 기운이 쪽 빠져나갔다. 하지만 나는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차 안에서 숨을 죽인 채, 지후가 눈보라를 뚫고 한유라를 만나러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비수가 된 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똑똑히 박혔다.
- “유라야, 걱정 마. 그 일은 내가 끝까지 비밀로 할게. 아무 문제 없이 차현우와 결혼해서 소원 이룰 수 있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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