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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 나는 배를 부여잡고 고통에 찬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 “나를 따라다니며 우아하고, 고전적이고, 조용해서 엔젤 같다고 말한 게 누구야? 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미친 여자 같다고?”
  •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한테 주체못해서 서는 꼴을 보고도 어느 누가 견딜 수 있어?!”
  • “당신들, 선을 넘은 지 오래야. 그동안 싸우고 싶지 않아서 참았지만, 오늘 너희들 그 더러운 불륜 라이브를 전 세계에 공개했잖아! 날 바보로 만들었잖아!”
  • 오늘은 단지 마지막 일격일 뿐이었다. 그동안 겪었던 모든 설움을 되새기자, 내 심장은 칼로 몇 번이고 난도질당하는 듯했다.
  • “윤재선, 당신과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서약한 건 나야! “
  • “하지만 항상 아리안이 우선이었어! 내가 교통가고 났을 때 아리안 배웅이 먼저 였고! 아파서 수술했을 때 아리안 케이크 만드는게 먼저였고! 또! 임신 검진 때도 아리안 선물 사는게 우선이었어!”
  • “내가 가장 필요할 때마다, 당신은 항상 그녀 곁에 있었어. 왜 그냥 아리안이랑 결혼하지 그래어?!”
  • 분노, 슬픔, 억울함, 원망! 나는 내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다. 눈은 퉁퉁 붓고, 과호흡으로 인해 입술까지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 “당신들은 오늘 내 앞에서 대놓고 추파를 던졌어. 그녀에게 발기했고, 페니스가 아리안 하체에 닿았어. 모두가 봤다고! 이게 대놓고 외도가 아니면 뭐야!”
  • “나는 당신 아내야! 내가 억울하고 힘들다고 하면 날 억지 부리는 여자 취급하면서, 아리안이 사과하라고 하니 그렇게 고분고분 말을 들어?!”
  • 나는 한참 동안 고통스럽게 호소했지만, 내 남편은 단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 눈물을 닦아내고 감정을 추스르려 애쓰며, 나는 옆에서 묵묵부답인 남자를 돌아봤다.
  • 그는 휴대폰을 들고 한 손으로 문자를 치고 있었다.
  • 아리안과 대화 중이었다니!!
  • 그는 내 말을 듣고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 그 순간, 나의 모든 교양, 사랑, 그리고 이성까지도 와르르 무너졌다.
  • 나는 이 남자와 더 이상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유리 파편을 그대로 그의 어깨에 가져가 있는 힘껏 찔러 넣었다.
  • 끼이익!
  • 급정거 소리, 윤재선의 육두문자 욕설, 그리고 행인들의 비명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 정신을 차려보니, 차는 가드레일에 부딪히기 불과 몇 센티미터 앞에 멈춰 있었다. 배를 감싼 채 온몸이 떨렸다. 하마터면 나와 내 아이가 죽을 뻔했다.
  • 윤재선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브레이크를 밟는 동시에 반사적으로 내 몸을 감싸 안았다.
  • 그는 진짜 남편처럼 걱정하며 내 위아래를 살폈고, 그의 눈에는 극도의 후회와 공포가 가득했다.
  • “여보, 아기는 괜찮아?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 가슴에 아주 미약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 ‘그는 여전히 나를 사랑해. 방금은 너무 충동적이었을 뿐이야. 일부러 나를 다치게 하려던 건 아니야.’
  • 내가 막 대답하려는데, 윤재선의 전화벨이 울렸다.
  • 그는 아직 떨고 있는 나를 즉시 놓고는 전화를 받았다. 스마트폰 너머로 아리안의 새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재선아! 누가 나 성추행하려고 해! 빨리 와서 나 좀 구해줘!”
  • 윤재선은 곧바로 시동을 걸며 출발할 채비를 했다.
  •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마지막 희망을 담아 말했다.
  •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더 빠를 거야. 나 배가 너무 아파. 병원 가자.”
  • “여보, 나와 아기 모두 겁에 질렸어. 우리 병원에 가야 해!”
  • 연애 3년, 결혼 2년 동안 함께했던 이 남자는, 지금 이 순간 나를 혐오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 그는 휴대폰 속 아리안의 위치를 초조하게 확인하더니, 내게 고함을 질렀다.
  • “가기 싫으면 내려! 난 무조건 가야 해!”
  • 나는 멍하니 입을 열었다. “나는?”
  • 윤재선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아리안은 나약한 여자애야, 쉽게 당할 수 있어!! 걔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난 평생 후회할 거라고!”
  • 나는 그 말들을 멍하니 들었다. 머리가 사고를 멈췄다. 윤재선은 차 문을 열고 나를 길가에 내던지듯 밀어냈다.
  • 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쌩하니 사라졌다.
  • 나는 냉소했다. 속으로 나 자신을 비웃었다.
  • 사실 윤재선에게 아리안은 언제나 ‘여자애’였다. ‘친구’ 같은 건 그저 핑계일 뿐이었다.
  • 그리고 나는, 그의 마음속에서 아리안만큼 중요하지 않았다.
  • 나는 불규칙적으로 욱신거리는 배를 감싸 안고 길바닥에 웅크렸다.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며, 지난날의 사랑이 한 조각씩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 나는 지나가던 마음씨 좋은 행인의 도움으로 병원에 이송되었다. 의사는 뱃속 아기의 감정 기복이 심해졌고, 큰 충격을 받았으니 절대 더 이상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 나는 오랜 시간 노력해서 감정을 진정시켰다. 여러 검사를 받고 약을 잔뜩 지어 들었다.
  • 나 홀로, 외롭게 약 봉투를 든 채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새벽 3시였다.
  • 그 친구라는 작자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내 집을 더럽게 어질러 놓고 도망쳤다.
  • 윤재선마저도 집에 오지 않았다.
  • 나는 그와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아기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어쨌든 그는 책임감 있는 아버지로서 돌아와 아기를 돌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윤재선이 집으로 들어왔다.
  • 나는 소파에 앉아 그가 허겁지겁 짐을 싸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그 시간 동안 나를 한 번도 똑바로 보지 않았다.
  • 그는 어제 일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사과도, 걱정도 한마디 없었다.
  • 짐을 다 챙긴 후, 그는 그제야 거실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듯 내게 다가와 안으며 말했다.
  • “여보, 회사에서 갑자기 긴급 출장 가라고 통보받았어. 집에 있으면서 몸조리 잘하고, 알았지?”
  • 하지만 나는 그의 휴대폰 화면에서 아리안이 보낸 메시지를 선명하게 보았다.
  • [출발했어? 나 공항에서 기다릴게.]
  • 윤재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나갔다.
  •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를 낼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나는 침묵 속에 침실로 돌아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휴대폰을 꺼내 단 하나의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다소 흥분한 듯, 즉시 말했다.
  • “아가씨, 무슨 분부 있으십니까?”
  •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 수년간 살았던 집을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본 후, 단호하게 말했다.
  • “이혼할 준비가 됐어요. 한 시간 내로 나를 데리러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