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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 내가 손을 들어 아리안을 내리치려는 찰나, 그녀의 남사친들이 달려들어 나를 막아섰다. 그들은 아리안을 자신들 뒤로 숨긴 채 나를 거칠게 밀쳐내도, 윤재선은 아내인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 윤재선은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다급하게 시청자들에게 해명했다.
  • “저희 와이프가 임신 중이라 호르몬 때문에 좀 불안정해요. 리안이 잘못이 아니니, 여러분 절대 비난하지 마세요!”
  • “아리안의 라이브는 너무 재미있으니까, 제발 구독 취소하지 말아 주세요, 네?”
  • 나는 그의 손에 아직도 꽉 쥐어져 있는 티팬티를 보고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 “윤재선, 실망이야. 나한테 부정을 저지르고,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그 태도. 당신은 이런 짓거리하며 우리 아이를 바랬던 거야? 이게 바로 당신이 가진 아버지로서의 각오야?”
  • 아리안네로 오기 전, 윤재선은 그저 친구를 돕고, 겸사겸사 아기의 성별을 공개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와서 본 것은 이토록 추악한 광경이었다.
  • 윤재선은 오히려 나를 쏘아보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아리안을 감쌌다.
  • “민다희, 당신 지금 완전히 미친 여자 같아! 다 쇼라고 했잖아!”
  • “당신이 어떻게 나를, 어떻게 남편을 믿지 않을 수 있어?”
  • 만약 이런 짓을 해야만 방송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나는 더럽고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 나는 눈물을 닦아냈다. 혐오감이 가득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 “다행히 우리 아기는 지금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거야. 아버지가 다른 여자에게 미쳐서 발기하는 걸 본다면, 정말 최악일 테니까!”
  • 나는 발로 바닥의 유리 파편을 걷어차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
  • 하지만 윤재선이 내 손목을 억세게 붙잡아 다시 끌어당겼다. 그는 또다시 나를 경고했다.
  • “어린애처럼 굴지 마! 리안이 방송이 겨우 이렇게 잘되가고 있는데, 당신 이렇게 찬물을 끼얹는 거 진짜 예의없는 짓이야!”
  • “그리고 우린 그냥 친구일 뿐이야. 제발 이 정도로 유난 떨지 마.”
  • 짝!
  • 나는 남은 한 손으로 그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 현장은 물론 실시간 라이브 채팅창까지 일순간 정지되었다.
  • 그때 아리안이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 들더니, 윤재선의 손에 쥐여 있던 티팬티를 가져가 다시 입고선 윤재선의 뒤통수를 찰싹 때렸다.
  • 아리안은 대인배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방송이고 나발이고 됐어! 내 말 들어, 당장 다희 언니한테 사과하란 말이야!”
  • 그녀는 나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 “다희 언니, 나랑 재선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목욕 할 정도로 친해. 언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고 그런 관계 절대 아니야. 오빠는 나를 여자로도 안 봐!”
  • 그리고는 그녀는 이마를 짚으며 관대한 큰언니인 척, 윤재선을 내 품으로 밀쳤다.
  • “우리가 다희 언니의 이런 소녀스러운 소유욕을 배려 못 해줬네. 그러니까 언니 질투하지 말고— 윤재선, 빨리 사과해! 애한테 무슨 일 생기면, 어떻할 꺼야.”
  • 그녀의 몇 마디에,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오히려 경멸과 혐오로 가득 찼다.
  • 댓글 창은 모두 나를 쪼잔하다며 비난하는 욕설로 가득 찼다.
  • [진짜 촌뜨기네, 저런 농담도 못 받아주고.]
  • [아리안 예쁘고 성격도 좋은데 누가 안 좋아하겠냐?]
  • [저 여자 미친 거 아님? 남편이 오럴 못하게 하는 이유가 다 있지. 언제 빡칠지 몰라서 얼마나 김 새겠냐.]
  • 이어지는 모든 댓글들은 아리안을 관대하고 착하고 사랑스럽다고 칭찬했다.
  • 나는 이 정신병자 같은 무리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팔을 뿌리치고 돌아서려 했다.
  • 그러자 아리안은 버건디색 네일을 한 손으로 윤재선의 귀를 잡아당겼고, 윤재선은 순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속말을 들었다.
  • 아리안은 말을 마친 후 요란하게 웃었고, 윤재선 역시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 그리고 윤재선은 마지못해 나를 보며 말했다.
  • “내가 잘못했어. 이제 됐지?”
  • 댓글 창은 또다시 폭발하며 ‘이게 무슨 SM이 현실로!’,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열광했다.
  • [윤재선이 아리안 말 존나 잘 듣네! 헐 대박!]
  • [아리안이 말 잘 듣는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것 같다. 착한 강아지네!]
  • 이 말들이 내 귓가에 꽂히는 순간, 위액이 역류하는 듯한 구역감이 목구멍을 쳤다. 아기에게 더 이상의 괴로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 역겨운 장소를 빠르게 벗어나야만 했다.
  • 나는 깨진 조명 스탠드 파편을 주워 들고, 냉랭하게 손을 치켜들었다.
  • “너희들끼리 마음껏 놀아.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서 역겨운 짓 하지 말고.”
  • “안 그러면 네놈들이랑 아리안 그 얼굴, 내가 다 망가뜨려 버릴 테니까.”
  • 문을 열고 나선 후,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곧장 걸었다.
  • 배를 감싸 안고 빠른 걸음으로 걷자,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아마 뱃속의 아기마저 자신의 아버지가 이런 쓰레기라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 뜻밖에도 윤재선이 뒤따라 나왔다.
  • 나는 그가 나를 걱정하는 줄 알고 막 입을 열려던 참이었다.
  • 그런데 윤재선은 내 팔을 거칠게 붙잡더니, 억지로 나를 차에 태워 뒷좌석에 던져 넣었다.
  • 그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과속으로 차를 몰면서 나를 질책하기 시작했다.
  • “당신, 임신하고 왜 이렇게 미친 년처럼 변한거야? 리안이는 친구! 부랄 친구라고! 뭔지 몰라? 못 알아 듣겠어?”
  • “오늘 리안이 라이브 방송, 당신이 완전히 망쳤어! 속이 시원해?!”
  • “내가 걔를 당신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알았어. 무슨 일 생길 거였으면 진작에 생겼지, 당신한테 기회가 왔겠냐고!”
  • “이딴 말도 안 되는 질투까지 하고! 그냥 나를 당신 몸에 묶어놓고 살지 그래? 생각이 없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