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Mr.C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나는 줄곧 남들의 비밀을 엿들어 왔다. 지금까지 벌써 천이백 명은 넘게 들었지.
- 근데 오늘은 달랐다. 오늘 내가 들은 건 비밀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 나는 춘천시 물환경공단 소속 수문 관측원이다.
- 근무지는 소양강댐 하류 3킬로미터 지점의 수문 관측소. 매일 수위, 유속, 탁도를 기록하고, 15년째 쓰는 수중 소나 배열을 관리한다.
- 그 소나는 원래 물고기 회유를 관측하려고 깔아둔 거다. 근데 3년 전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 뒤로, 다른 걸 잡아내기 시작했다.
- 사람 목소리.
- 말소리 말고.
- 사람 몸이 물에 잠기고 나서, 성대가 마지막으로 한 번 떨며 내는 그 소리.
- 먹먹하고, 짧다. 진흙탕에 돌멩이 하나 툭 던지는 소리 같다.
- 또 누구가 물속에서 살려달라 외치는데, 강물이 목구멍으로 밀고 들어와 모든 음절을 으깨 버리고, 딱 하나의 주파수만 남는 느낌. 400에서 600헤르츠 사이. 0.3에서 0.8초 이어지다가 0으로 떨어진다.
- 난 그게 뭔지 안다.
- 천이백 번 넘게 들었거든.
- 상류에서 시신이 떠내려와 소나 배열 구간을 지날 때마다, 시스템은 물속의 이상 진동을 자동으로 감지해서 음향 지문 파일 하나를 남긴다.
- 3년 동안, 이 강은 평균 하루에 한 구 꼴로 시신을 내려보냈다. 스스로 뛰어든 사람, 익사자, 던져진 사람, 그리고 영원히 신원조차 확인 못 하는 이들까지.
- 나는 전부 번호를 매겨 하드에 저장했다. 하지만 신고는 한 번도 안 했다.
- 내가 냉혈이라서가 아니다.
- 내 손에 있는 이 녹음 파일들이 돈이 되거든.
- 내 딸 소희는 3년 전에 망막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오른쪽 눈은 적출했고, 왼쪽은 양성자 치료가 필요했다.
- 서울대병원에서 하면, 전부 합쳐 대략 2억 8천만 원이다.
- 나는 수문 관측소 계약직. 월 180만 원. 죽어라 일해도 그 돈 못 모은다.
- 전처 하연은 이혼 후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편의점에서 일해 월 150만 번다. 소희 재검비도 못 낸다.
- 그래서 방법을 하나 생각했다.
- 이 음향 지문 파일, 보통 사람에겐 아무 의미 없다. 시끄러운 파형 몇 줄일 뿐이다.
-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값이 천정부지다.
- 이를테면,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한밤중에 차 몰고 외곽 다리로 간다. 그리고 강으로 던진다.
- 그는 아무도 모를 거라 믿는다. 영원히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하지만 모른다. 관측소의 그 낡은 소나가, 아내가 물에 떨어지는 그 순간, 그녀의 마지막 비명을 잡아냈다는 걸.
- 그 음향 지문 하나가 그를 유죄로 만들 수 있다—경찰 손에 들어가면.
- 반대로 무죄로도 만들 수 있다—누가 그 파일을 ‘처리’해 준다면.
- 나는 그런 ‘처리’를 여러 번 해줬다.
- 음향 지문을 지우고, 타임스탬프를 바꾸고, 원본 데이터를 조작한다.
- 한 번에 500만에서 5천만 원. 상대가 얼마를 낼 수 있는지, 사안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다르다.
- 3년 동안 내가 처리한 ‘주문’은 마흔일곱 건.
- 건설사 사장도 있었고, 강남 유흥업소 업주도 있었고, 춘천 시청 과장 하나, 지구대 경찰도 하나 있었다.
- 나는 이름 안 묻는다. 그들도 내 이름 안 묻는다.
- 모아 둔 돈은 전용 계좌에 넣어 뒀다. 비밀번호는 소희 생일이다.
- 지금까지 대략 2억 3천만 원. 5천만만 더 모으면 서울로 치료 갈 돈이 딱 맞는다.
- 근데 오늘 들어온 주문은, 달랐다.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