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 한씨 가문의 저녁 식사는 조용하게 끝났고 하인들이 접시를 하나둘 치워 갔다.
- 한민아는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 연예 뉴스 알림이 번쩍 떴다.
- 제목부터 눈에 확 들어왔다. “이준우의 아내, 질투로 아픈 친구 윤채연 도움 거절?”
- 클릭하자마자 라이브 창이 박혀 있는 페이지로 넘어갔다.
- 카메라 앞에는 윤채연이 환자복 차림으로 서 있었다.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손에는 검사결과지를 구겨 쥔 채 목이 메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민아 언니가 아직 저한테 화가 나 있을 수도 있다는 건 알아요. 근데 전 지금 신부전이에요. 정말… 도움이 필요해요…”
- 채팅창이 순식간에 댓글로 도배됐다. 대부분 “한민아”를 향한 비난이었다.
-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어, 죽어가는데 못 본 척한다고?”
- “예전에는 이준우 아내 이미지가 다정한 줄 알았는데, 속이 이렇게 시커먼 줄은 진짜 몰랐어!”
- 윤채연이 눈물을 훔치며 계속 처연하게 말했다. “사실 저랑 준우 오빠는 그냥 친구예요. 민아 언니가 저만 콕 집어서 미워할 이유가 없는데…”
- 일부러 이준우 이름을 꺼내 한민아가 질투로 보복한다는 그림을 꽂으려는 수였다.
- 그때 한민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큰오빠 한민혁의 전화였다.
- “윤채연 라이브 봤어? 여론을 쥐고 흔들어서 널 끌어내리려는 거야.” 한민혁의 목소리는 분이 올라 있었다.
- 한민아는 키보드를 톡톡 두드리며 담담히 말했다. “알아. 오히려 잘됐지. 한 번에 끝내자.”
- 전화를 끊은 한민아는 라이브 플랫폼 로그인 창을 열고 ‘환우 그룹 대표’ 계정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 그 계정은 공식 인증이 찍힌 데다 평소에는 거의 로그인하지 않았기에 한 번 모습을 드러내면 무조건 주목을 받았다.
- 로그인에 성공하자 한민아는 바로 게스트 신청을 보냈다. 메모란에는 ‘환우 그룹 대표’라고 또렷하게 적었다.
- 라이브 방 관리자가 신청을 보자마자 멍해졌다가 반사적으로 수락을 눌렀다.
- 오른쪽 게스트 창에 한민아의 얼굴이 뜨는 순간, 라이브 방이 잠깐 숨을 멈춘 듯 고요해졌다.
- 한민아는 잘 맞춘 검은 수트를 입고 머리는 깔끔하게 틀어 올렸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 윤채연의 연약한 분위기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 “환우 그룹 대표? 실화냐?”
- “공식 인증이네! 진짜다! 근데 왜 윤채연이랑 합방을?”
- “잠깐, 저 사람 이준우 아내 아니야? 뭐야 이 조합?”
- “저 여자, 한씨 가문 사람이잖아!!!”
- 댓글창이 폭발하는데 윤채연의 뺨에는 마른 눈물 자국이 그대로였다.
- 윤채연은 한민아를 보자 동공이 번쩍 줄었고 당황이 눈에 훅 스쳤다.
- “민… 민아 언니? 왜 제 라이브에…?”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을 돌리려 했다.
- 한민아는 그 질문을 씹고 바로 화면 공유를 켜고 한 파일을 띄웠다.
- “먼저 이걸 보시죠.” 마이크를 타고 나온 목소리는 차갑고 또렷했다. “윤채연이 몰래 불법 약물을 구매한 기록입니다. 이런 약은 오래 먹으면 신장을 망가뜨려요.”
- 화면에는 구매 시각, 약 이름, 거래 금액이 선명하게 떴다. 항목마다 증빙이 박혀 있었다.
- 윤채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쫙 빠졌다. 그녀는 환자복 자락을 사정없이 움켜쥐었다. “그거… 사실 아니에요! 민아 언니가 조작한 거예요!”
- “조작인지 아닌지는 경찰이랑 보건당국이 보면 바로 알겠지.” 한민아는 무심하게 말하고 다른 영상을 띄웠다. “그리고 이것도 보시고요.”
- 영상은 병실 CCTV였다. 이준우가 병상 옆에 앉아 있었고 윤채연은 그의 품에 기댄 채 있었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포개져 잠들었다.
- 시간대는 윤채연이 대외적으로 혼자 입원해 챙겨주는 사람 하나 없다고 했던 그때와 정확히 일치했다.
- “저 남자는 이씨 그룹 대표 이준우가 아니야? 그냥 친구라며?”
- “외롭다더니 이준우랑 같이 있었네? 연기 미쳤다.”
- “계속 불쌍한 척으로 속였네! 우리 한민아를 오해했어!”
- 여론이 순시간에 뒤집히더니 비난은 윤채연을 향한 의심과 조롱으로 바뀌었다.
- 윤채연는 끝도 없이 올라오는 댓글을 보며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 한민아는 화면 공유를 끄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목소리는 살얼음처럼 차가웠다. “쇼는 여기서 끝이야.”
- 말을 마치고 한민아는 곧장 게스트 연결을 끊고 라이브를 나갔다.
- 한편, 이씨 그룹 최상층 집무실.
- 이준우는 책상 뒤에 앉아 방금 전 라이브의 다시보기를 틀어놓고 있었다.
- 병실 CCTV 장면이 나오자 그는 온 힘을 다해 주먹을 꽉 쥐었다. 손등 핏줄이 불거지고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 곁에 서 있던 비서는 숨소리조차 죽였다.
- “당장 조사해! 누가 CCTV를 유출했는지!” 이준우의 목소리는 틀어막은 분노로 갈라져 있었고 얼굴빛은 잿빛으로 굳었다.
- 윤채연이 한민아를 묶어두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대놓고 망신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 그 시각, 한씨 가문.
- 한민혁은 라이브가 끝난 뒤 여론 흐름을 보더니 한민아를 향해 피식 웃었다. “역시 너답네, 빠르고 정확하고 매섭네. 이제 윤채연랑 이준우는 제대로 걸렸지 뭐야.”
- 한민아는 물컵을 들어 한 모금 천천히 넘겼다. “이건 시작일 뿐이야. 북성 프로젝트를 그쪽에 넘길 생각은 없어.”
- 그녀의 눈빛은 단호했다. 이쯤 겪고 나니 한민아는 더 이상 누구 손에도 휘둘리는 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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