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다음 날, 나는 홀로 병원을 찾았다.
- 척추 마취 주사가 들어올 때 천장의 전등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를 보며 눈웃음 짓던 강준우의 옛 얼굴을 떠올렀다.
- 그 기억들은 이제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을 후볐다.
- 극심한 통증 속에서 깨어났다.
- 간호사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환자분, 검사 결과는 내일 나와요. 지금은 수액 갈아야 합니다.” 그녀의 시선이 침대 옆 빈 보호자 의자를 스치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큰 수술인데 남편분은 왜 안 오셨어요?”
- 그녀는 수액을 갈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까 아래층에서 아이 데리고 온 부부를 봤거든요. 그 아내분은 건강검진만 하는데도 남편이 내내 손을 꼭 붙잡고 있더라고요. 검사지도 자기가 먼저 다 확인하고, 의사가 안 좋은 말이라도 할까 봐 아주 노심초사하던데. 그런데…”
- 간호사의 말이 가시가 되어 내 아픈 곳을 찔렀다.
- 작년에 내가 고열로 앓을 때만 해도 강준우는 의사에게 몇 번이고 상태를 물으며 내 손을 놓지 않았었다.
- 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 진심은 참 쉽게도 변한다.
-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초췌한 모습의 강준우가 나타났다.그의 뒤에는 서희의 품에 안긴 강지후가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열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 강준우는 내 창백한 안색을 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수술은 어땠어? 심각한 거야?”
- 잠시나마 그가 정말 나를 걱정한다고 착각할 뻔했다.
- “보호자분.” 간호사가 차트를 들고 말했다. “고은채 씨는 당장은 큰 문제 없어요. 다만 상태가 좀 특이해서, 간이…” 라고 입을 떼자마자 그가 말을 잘랐다.
- “큰 문제 없으면 됐습니다.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 이만 나가주세요.”
- 간호사는 멈칫하며 그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결국 아무 말 없이 돌아나갔다.
- 나는 강준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 “여기 왜 왔어? 어제 분명히 말했잖아. 우리 끝났다고.”
- 강준우는 침대 곁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은채야, 지금 감정적으로 굴어서 기싸움할 때가 아니야. 지후 상태가 정말 안 좋아.”
-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강준우는 내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이어갔다. “애 열이 39.8도까지 올랐어. 의사 말로는 바이러스 감염일 수도 있다고, 며칠 입원해서 지켜봐야 한대.”
- “서희 혼자서 애 돌보는 거 너무 힘들어 보여. 그래서 내 생각엔…… 일단 그들을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 지내게 할까 해.”
- “우리 집?”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 그곳은 부모님이 남겨주신 내 명의의 집이다. 우리가 미래를 약속하며 치자나무를 심기로 했던 곳이다. 그런데 이제 다른 여자와 그 아이를 들이겠다고?
- “강준우,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강준우가 한숨을 쉬며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차갑게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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