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사랑
Luna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나는 강준우를 5년이나 기다렸다. 회사 일만 정리되면 곧 결혼하겠다던 그였다.
- 그 약속 하나에 유학 기회도 포기했고, 내 전재산을 털어 그의 회사 자금난을 메워주었다.
- 회사가 상장하던 날, 나는 가장 예쁜 모습으로 그를 맞이했다. 나에게 걸어오는 그를 보면 손에 쥔 커플링 상자를 꽉 쥐었다. 막 입을 떼려던 찰나, 그가 고개를 숙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은채야”
- “서희가 귀국했어. 우리… 여덟 살 된 아들을 데리고. 그동안 혼자 아이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대. 더는 서희를 기다리게 할 수 없어.”
- 내 목소리가 떨려왔다. “나 내일 수술이야. 어쩌면……”
- 그는 내 말을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다정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어조였다. “억지 부리지마. 간병인은 내가 알아서 붙여줄게.”
- 말을 마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반대편에 선 서희에게 달려갔다.
- 나는 그 자리에서 주머니 속 ‘고위험 수술 위험 고지’를 꺼냈다.
- 그리고 비상 연락처에 적힌 그의 이름을 천천히 지웠다.
- 집으로 돌아오니 5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 그는 외박했고,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눈물은 이미 말라붙어 버렸고, 마비된 듯한 정신만 형형했다.
- 동이 틀 무렵, 오래 고민해 샀던 반지를 하수구에 던져버리고 미리 찍어두었던 웨딩 사진을 전부 불태웠다.
-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강준우의 SNS 게시물이었다.
-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 위로“지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 영상 속 강준우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고, 한서희는 그의 곁에 기대어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 건강이라... 나야말로 간절히 건강하고 싶었다.
- 그때 강준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 “은채야, 어제 수술한다고 했던 거, 많이 심각한 거야?”
- “간암이야. 내일 종양 절제 수술을 해. 위험도가 높아.”
- “말도 안 돼!”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를 높였다. “너 작년의 검진 보고서 내가 세 번이나 봤어. 간 기능 수치 정상이었잖아.”
- 나는 보고서를 꽉 움켜쥐었다. 그는 작년 수치까지 기억하면서, 내가 지난달부터 계속 피곤하다고 했던 것, 한밤중에 통증으로 식은땀을 흘리던 것,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던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 내가 침목하자 그가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화난 건 알겠는데, 이런 식으로 거짓말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지후이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내일 아침 일찍 검진도 받아야 해서 내가 정신이 없단 말이야.”
- 그는 자신만만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희랑 지후를 본 게 불쾌하겠지. 내 잘못이야. 미리 말 못 한 거. 근데 이런 식으로 내 관심을 끌려고 하면 안 되지.”
- 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거짓말 아니야, 강준우.”
- 그때 전화 너머로 서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준우야, 지후가 레고 같이 하자는데?”
- 강준우의 말투가 즉시 다정하게 변했다. “응, 금방 갈게.”
- 그러고는 나에게 덧붙었다. “은채야, 내일 지후 검사 끝나면 바로 갈게. 적당히 해, 응?"
- 나는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강준우, 우리 헤어지자.”
- “헛소리 마!” 그가 당황한 듯 소리쳤다. “내일 가서 얘기해. 사랑해, 은채야. 알잖아……”
- 나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전화를 끊은 뒤 그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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