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실려 갔다. 눈을 뜨자마자 박유라가 침대 머리맡에서 나를 사납게 노려보더니, 말도 없이 뺨을 내리쳤다.
"이 뻔뻔한 년아! 더러운 돼지야! 불쌍한 척하면 서태오가 널 봐줄 거라고 생각해?? 징징거리면 그 사람이 다시 돌아볼 줄 알아!! 너희 이미 이혼했잖아, 제발 좀 떨어져 살아!!"
이 어이없는 소리 듣고, 온몸이 쑤셔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케이크 직접 갖다 주라며? 왜 이렇게 겁이 많아, 그 사람이 혹시라도 마음 돌릴까 봐 그렇게 무서워?"
"하? 내가 뭘 무서워해? 내가 왜? 네가 뭘로 나랑 겨루겠는데??" 박유라가 코웃음치고 내 귓가에 바짝 붙어 속삭였다. "인정할 건 인정할게. 예전엔 네가 젊고 예뻤지. 근데 지금 넌 늙고 살쪘잖아. 불쌍한 척 말고는, 태오 오빠 같이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어떻게 유혹하겠어?"
내가 서태오랑 결혼한 건 돈 때문이 아니었다. 난 그 사람, 그 자체가 좋아서였다.
그런데 이제 그는 순수하지 않다. 우리 사랑은 상한 케이크 같이 썩은 냄새에 시큼하기만 했다.
난 고개를 저었다.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라면, 난 처음부터 그를 사랑한 적도 없고 몸매로만 꼬셨다는 거네? 그래, 나도 요즘에서야 제대로 봤거든. 머리는 밑에 달린 데가 지배하고, 가슴은 텅 비고, 속은 캄캄하고 추한 남자라는 걸."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태오가 병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박유라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까부터 서태오 발소리를 듣고 있었던 거다. 방금 말들도 일부러 나한테 떠밀어 내뱉게 만든 거였지.
서태오 얼굴이 퍼렇게 굳은 걸 보자, 박유라는 자기 계산이 딱 맞았다고 확신했다.
그녀가 성큼 다가가 서태오 팔을 끼었다. "강하선 말이 너무 심하잖아. 도저히 못 들어주겠네! 태오 오빠! 저 년이 오빠를 뭐라고 깎아내리는지 들었어?"
서태오가 싸늘하게 비웃고, 잔뜩 어두운 눈으로 나를 봤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를 악물더니 딱 한 마디를 뱉었다. "강하선, 꺼져."
난 망설임 없이 몸을 일으켜 수액 라인을 확 뽑았다. 그에게 눈길 하나 주기도 싫었다. 차갑게 말했다. "케이크는 이미 전달했어요. 서태오 대표님이 결제만 해주시면, 앞으로 우린 끝입니다."
눈가에 터진 상처도, 교통사고로 터진 머리의 상처도 아직 벌게졌지만, 신경 쓸 힘도 없었다. 이 역겨운 모든 것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 말을 남기고 휘청거리며 한 발 한 발, 뒤돌아보지도 않고 병실을 나왔다.
그는 내 등짝을 노려보다가 손에 든 것을 바닥에 내리꽂듯 던졌다.
병원에서 막 일부러 사온 상처 회복 특효약이었다.
박유라는 그 물건을 알아보고 잠깐 표정이 갈라지듯 일그러졌다. 곧바로 애교 섞인 얼굴로 갈아탔다.
그녀가 서태오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웃었다. "그 여자 신경 쓰지 마, 자기야. 어차피… 우리 계획은 곧 성공할 거잖아!"
난 둘이 뭐라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저 빨리 공방으로 돌아가 주문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가게 문 앞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떼지어 미친 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다들 좀 보세요! 우리 가족이 여기 케이크 먹고 식중독 걸렸다니까요! 지금 병원에서 살리려고 난리예요!"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돈 벌자고 양심 다 팔아먹었네!"
난 급히 앞으로 나가 두 팔을 벌려 흥분한 사람들을 막았다. "잠깐만요, 진정하세요. 우리 가게는 모두 합법적이고 안전한 재료만 써요. 식중독일 리가 없어요.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그 사람은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카운터를 향해 그대로 내리쳤다.
"양심 없는 악덕 상인! 아직도 발뺌해? 다 같이 이 가게 부숴버려!"
순식간에 케이크 가게가 아수라장이 됐다. 욕설, 밀치는 소리, 깨지는 소리가 한데 뒤엉켰다.
한때 깨끗하고 정돈됐던 매장은, 지금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케이크는 바닥에 내던져졌고, 발에 밟혀 더럽게 짓이겨졌다.
모조리 산산조각이 나는 바람에 바닥은 유리 파편투성이였다.
난 군중에게 포위됐다. 여러 명이 주먹질, 발길질을 퍼부었다. 내 몸은 이미 한계였고, 반항조차 못 했다. 입 안 가득 비릿한 피맛이 돌았다.
순간, 퍼억 하고 피를 토했다!
왁자지껄하던 군중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때마침 사이렌이 울렸고, 경찰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영문 따질 것도 없이 우리 직원들부터 제압해 데려갔다.
한 경찰이 내 곁으로 달려와, 내 몸에 피가 번진 것도 못 본 척, 축 늘어진 나를 그대로 끌고 순찰차로 밀어 넣었다.
"강하선 씨, 당신은 식품 안전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지금부터 체포하겠습니다."
난 경찰차로 끌려갔다. 머리 상처가 다시 찢어졌다. 피안개 속에서, 가게 밖에 서 있던 서태오와 박유라과 스치듯 지나쳤다.
서태오는 박유라의 코끝을 애정 섞여 톡 건드리더니 웃었다. "거 봐. 내가 뭐라 그랬어. 감방에만 넣으면 얌전해진다니까. 너 대신 죄 뒤집어쓰는 게, 저 늙은 여자한테 남은 유일한 가치야."
식중독을 일으킨 건 내 케이크가 아니다!
범인은 박유라였다!
그녀는 남까지 해치고, 죄를 내게 뒤집어씌웠다!
나는 수없이 참았다. 오로지 이 케이크 가게를 지키려고. 여기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지키려고.
우린 사랑을 아꼈다 믿었는데, 서태오는 바람을 피웠다.
내가 피땀으로 세운 케이크 가게를 아꼈는데, 서태오는 그걸 부숴버렸다.
내가 아끼던 직원들을 챙겼는데, 서태오는 그들을 몽땅 감옥으로 보냈다.
내가 소중히 여긴 모든 걸, 서태오는 죄다 빼앗아 가려 했다.
난 못 참아!!
경찰이 내 두 손을 눌러 제압했다. 기력이 빠져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 억울함을 삼킬 수가 없었다. 악으로 손을 들어 올려, 저 두 사람을 지목하려 했다.
하지만 박유라는 득의만만한 얼굴로 경찰 책임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박 경관님, 이번 일 감사해요."
박 경관.
박유라.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둘의 닮은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 순간 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