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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 ‘신고한다’는 말이 나오자 김지훈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 “부인, 우리 일단 진정하고 이야기합시다. 이런 사고는 경찰에 신고 들어가면 절차가 엄청 복잡해져요. 여러 기관이 다 엮이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그렇게 되면 보상금도 여기저기 거치면서 결국 지금보다 훨씬 적게 받게 될 거예요.”
  • 복순의 표정이 조금 흔들리는 걸 확인한 김지훈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두꺼운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 “2억. 부인, 우리 여기서 조용히 합의 볼 수 있겠죠?”
  • “2억?”
  • 복순은 눈을 크게 치켜뜨며 김지훈을 노려봤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좋아, 내가 너한테 오십만 줄게. 대신 태민 데려와 봐! 너 지금 집에 가서 네 마누라한테 한번 물어봐. 내가 널 죽여 놓고 2억 쥐여주면 그 여자가 고맙다고 하겠냐고!”
  • 말을 쏟아내던 복순은 끝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지훈에게 달려들었다.
  • “8억이야. 한 푼도 못 깎아. 어디 한번 깎아봐!”
  • 그 다음 두 사람은 치열하게 흥정에 벌였다. 복순은 울고 소리치며 끝내 바닥에 주저앉아 난동까지 부렸고, 결국 김지훈이 먼저 물러섰다. 합의금은 최종적으로 5억으로 정해졌다.
  • 김지훈의 얼굴 근육은 분노를 억누르듯 미세하게 씰룩거렸다. 목에는 복순에게 긁힌 붉은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 “좋아. 5억, 인정하지. 대신 비밀유지합의서는 공증 받아야 돼. 시신은 공장 쪽에서 처리하고 유골은 가져갈 수 없어.”
  • 김지훈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복순의 악다구니에 완전히 질려버린 상태였다. 다시는 이런 상황을 겪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 복순은 눈이 퉁퉁 부은 채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 “돈부터 줘. 그때 서명할게.”
  • 모든 일이 이상할 만큼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너무 쉬워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 김지훈은 바로 재무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5억 현금을 바로 회의실로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 원래대로라면 돈만 도착하고 서명만 하면, 모두에게 이득인 이 더러운 연극도 거기서 막을 내릴 예정이었다.
  • 그런데 갑자기, 구석에서 줄곧 침묵하고 있던 이서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는 복순 앞까지 걸어와 복순을 빤히 바라보며 또다시 그 불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저는 공장 행정팀장입니다. 규정상, 송금 전에 복순 씨랑 이태민 씨의 혼인 관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차가운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 이런 상황을 대비해 나는 밤새 사람을 구해 위조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 놨다. 직인과 종이 재질까지 완벽하게 위조한 서류였다. 하지만 이서준이 전산 확인을 요구하면, 그 순간 모든 게 바로 들통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