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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지옥에서 마주한 그

  • “룸서비스입니다.”
  • 대답이 없다. 다시 노크해도 소용없었다.
  • 소희는 어차피 쟁반만 놓으면 된다는 생각에 문을 살짝 열었다.
  •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 침대 위. 남자와 여자가 뒤엉켜 있었다. 둘 다 옷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 남자의 등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숨소리가 거칠게 방 안을 울렸다.
  • 소희는 얼굴이 시뻘개졌다. 남녀가 한다는 게…… 이런 거였어?
  •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도망치려 했다. 그때다.
  • “다 봤냐?”
  • 낮은 목소리. 등골이 서늘했다.
  • 천천히 돌아보니, 거기 차승혁이 있었다. 평소보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분위기가 위험했다.
  • “저, 저기……”
  • “내 사람 되고 싶다면서. 벌써 도망가게?”
  • 소희는 뒷걸음질 쳤다. 그런데 몸이 떨려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승혁이 장난기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 “과일 좀 먹여봐.”
  • “네?”
  • 소희는 떨리는 손으로 멜론을 집어 들었다.
  • “입으로.”
  • 소희는 결국 멜론을 입에 물고 그의 입 앞으로 가져갔다.
  • 승혁은 그걸 받아먹으면서도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 “땀 닦아. 손으로.”
  • 소희의 손이 그의 뜨거운 등에 닿았다.
  • “안마해.”
  • 소희는 이를 악물며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 온몸이 떨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이 남자는 미친 사람이었다. 분명히.
  • 침대 위 여자는 이미 도망가듯 방을 나갔다. 소희는 혼자 남았다.
  • “이름이 뭐냐?”
  • 승혁이 물었다.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 “민…… 민소희요.”
  • 그 순간.
  • 승혁의 표정이 확 변했다.
  • 눈빛이 싸늘해졌다. 숨소리조차 가라앉았다. 방 안의 온도가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 소희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 “민…… 민씨……”
  • 승혁이 중얼거렸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의 눈에 증오가 스쳤다.
  • 분명했다. 이 남자는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바로 자기 성과 관련이 있었다.
  • “너…… 대체 누구야?” 소희가 떨며 물었다.
  • 승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소희의 팔목을 확 잡아당겼다.
  • “아파!”
  • “닥쳐.”
  • 그의 목소리는 칼날 같았다.
  • 소희는 침대에 내팽개쳐졌다.
  • “다시 묻는다. 살고 싶냐?”
  • “……살고 싶어요.”
  • “그럼 내 말 잘 들어.”
  • 승혁이 다가왔다. 소희의 머리칼을 확 잡아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앞으로 니 인생은 내 거다. 알겠냐?”
  • “……네.”
  •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승혁이 소희의 목덜미를 확 물었다.
  • “아악!”
  • 피가 났다. 뜨거웠다. 아팠다.
  • “왜…… 왜 이래요!”
  • “왜냐면 니가 민씨라서.”
  • 그는 아무 말도 더 안 했다. 그저 피를 핥았다. 마치 짐승처럼.
  • 소희는 울었다. 소리 내지 못하고, 그저 손가락 끝까지 힘을 준 채, 몸을 웅크렸다.
  • 승혁이 일어났다.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뭔가 써 내려갔다.
  • “서명해.”
  • 소희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받았다.
  •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민소희는 오늘부터 차승혁의 노예가 된다.
  • 노예. 열세 살짜리 소녀가 받은 첫 계약서였다.
  • “안 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