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 강지후는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다. 얼굴에는 과거의 오만함 대신 낙담과 초췌함만이 가득했다. 나를 발견한 그는 잠시 멍하니 멈춰 서더니, 이내 눈동자에 경련 같은 빛을 띠며 내 드레스 자락을 잡으려 달려들었다.
- “서윤아! 드디어 만났어. 내가 잘못했어, 정말로! 내가 사랑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너뿐이야! 제발 용서해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
- 두서없이 쏟아지는 그의 말들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강지후는 내 침묵을 미련으로 착각했는지, 더욱 절박하게 과거의 조각들을 늘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