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몇 초 동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현관 밖에 늘어선 검은 세단들을 바라봤다. 서른 대의 차량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길게 늘어서 있었고, 차 앞에 꽂힌 늑대 문양의 깃발이 바람에 거세게 펄럭였다. 검은 바탕에 금빛으로 새겨진 늑대 문장이 그의 눈동자 속에서 일렁였다.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너…… 정말 그 죽어가는 불구자한테 시집가는 거야?"
윤아린이 곧장 달려와 강도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언니! 정말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도윤 오빠가 날 구해 주려고 그 크리스털 목걸이를 선택한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돌아서자마자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수 있어?"
아린의 울음소리가 그대로 목에 걸렸다. 입술을 몇 번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강도윤은 그녀의 뒤에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붕대 아래 손가락 마디에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아야, 넌 이러면 안—"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게 뭔데?"
나는 계단을 내려왔다. 하얀 웨딩드레스 자락이 마지막 세 계단을 천천히 쓸고 지나갔다.
그의 앞에 멈춰 선 나는 고개를 들어 강도윤을 바라봤다. 코끝이 닿을 듯 말 듯 가까운 거리였다.
"강도윤. 네가 아린을 선택했을 때, 내 생각은 해 봤어?"
"내 엄마의 목걸이를 끊어 버렸을 때는?"
"나는—"
"일주일."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네가 일주일만 줬잖아. 난 그 일주일 동안 내 살길을 찾았어."
나는 현관 밖에 늘어선 차량들을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 저 문밖에 웨딩카가 서 있어. 서른 대나 되는 차량이 줄지어 있고, 이 도시 절반이 이 결혼을 알게 됐어."
"그래도 막을 거야?"
그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 목 옆으로 푸른 핏줄이 선명하게 솟아올랐다.
"네가 한성가와의 결혼을 막을 수 있어?"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철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내게 다가와 대문을 열어 주었다. 아침 햇살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눈이 시릴 만큼 새하얀 빛이었다. 그 순간 저택 밖에 늘어서 있던 서른 대의 차량이 동시에 시동을 걸었다. 낮고 묵직한 엔진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마치 야수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같았다.
나는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문턱을 넘어섰다. 그때 등 뒤에서 강도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라지고 잠긴 목소리였다.
"서아……."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윤아린의 울음소리가 뒤에서 날카롭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도윤 오빠, 가지 마! 언니가 자기가 가겠다고 한 거잖아! 한성가 돈이 탐나서 그러는 거라고! 자기가 직접 그렇게 말했다고!"
내 등 뒤에서 대문이 천천히 닫혔다. 아침 햇살이 하얀 웨딩드레스 위로 쏟아지며 얇은 금빛 테두리를 만들어 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긴 치맛자락이 거칠게 펄럭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저택 앞에 대기하고 있던 무광의 검은 웨딩카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문 너머에서 들려온 탓에 웅웅 울릴 뿐,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죽 시트는 차가웠고, 에어컨은 이미 켜져 있었다. 좌석 위에는 얇은 담요까지 깔려 있었다. 나는 몸을 안으로 밀어 넣으며 드레스 자락을 발밑으로 가지런히 모았다.
차 문이 닫히는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차 앞에 꽂힌 늑대 문양의 깃발이 바람에 세차게 펄럭이며 쉴 새 없이 펄럭이는 소리를 냈다. 나는 차창 너머로 강도윤이 대문을 밀치고 뒤쫓아 나오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저택 계단 위에 멈춰 서서 입술을 몇 번이나 움직이며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택도, 강도윤도, 윤아린도, 그리고 내가 닫고 나온 그 대문도 모두 뒤로 밀려났다. 점점 작아지고, 점점 멀어졌다.
나는 고개를 숙여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를 바라봤다.
마흔일곱 알. 비어 있는 자리 하나가 쇄골 위에 닿아 있었다. 차갑고 서늘했다. 마치 무언가 하나가 빠져 버린 심장처럼.
서른 대의 차량이 길게 이어진 행렬이 거리를 가로질러 교회를 향해 달렸다. 도시 절반을 뒤흔들 만큼 거대한 행렬이었다. 그런데 정작 교회 안에는 단 한 사람만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