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 아들에게 독이 된 땅콩 케이크를 먹였다
stephenwriter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
- 아들 서준이가 땅콩 알레르기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 나는 남편 이민우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짜증 섞인 한숨뿐이었다.
- “하... 나 지금 바쁘다고.”
- 그는 싸늘하게 내뱉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 고객사의 십억 원대 계약 건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말만 남긴 채.
-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 불안한 마음에 집 CCTV를 돌려 봤다.
- 그리고 다음 순간,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 화면 속 이민우가 땅콩이 든 케이크를 서준이 입에 억지로 밀어 넣고 있었다.
- 아이 얼굴이 금세 새하얗게 질려 갔다.
- 미친 거 아냐...?
- 손이 덜덜 떨렸다.
- 나는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어 따졌다.
-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낯선 여자의 애교 어린 목소리였다.
- “자기야, 누구야?”
- “빨리 와서 내가 만든 케이크 먹어 봐.”
- “우리 이제야 같이 생일 보내게 됐잖아.”
-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 그때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 변호사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 [윤세아 님, 외할아버지께서 남기신 2000억 원의 유산 및 전부 그룹 지분이 모두 귀하 명의로 이전되었습니다.]
- 응급실 앞 붉은 경고등이 번쩍였다.
- 나는 눈가를 적신 눈물을 손등으로 거칠게 훔쳐 냈다.
- 이 남자도.
- 이 결혼도.
- 내 인생에서 완전히 치워 버릴 거다.
- ——
- [윤세아 시점]
- 밤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 나는 서준이를 품에 꼭 안은 채 응급실로 뛰어들었다.
- “의사 선생님! 우리 아이 좀 살려 주세요!”
-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 품 안의 서준이는 경련하듯 자꾸만 움찔거렸다.
- 작은 얼굴과 목덜미 위로,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만큼 새빨간 발진이 번져 있었다.
- 숨소리는 거칠고 가빴다.
- 낡은 풀무처럼,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 간호사가 급히 응급 침대를 밀고 왔다.
- “빨리요! 아이 아나필락시스 같아요. 산소 준비하세요!”
- 나는 응급실 문 앞에서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 온몸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남편, 이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한참을 울리다가 겨우 받았다.
- “윤세아? 또 왜?”
-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 그의 목소리엔 짜증이 잔뜩 배어 있었다.
- “이민우! 서준이 큰일 났어! 지금 응급처치 받고 있어!”
- 나는 거의 울부짖듯 외쳤다.
- 눈물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 “뭐? 무슨 일이야?”
- “알레르기야! 숨을 제대로 못 쉬어. 그러니까 빨리 병원으로 와!”
- 잠깐 침묵이 흘렀다.
- 그리고 돌아온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차가운 말이었다.
- “나 지금 못 가. 계약 성사 직전이야. 고객이 내 앞에 앉아 계셔. 네가 먼저 보고 있어.”
-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 “무슨 계약이 서준이보다 더 중요한데?”
- 목소리가 갈라졌다.
- 나는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 “윤세아, 제발 상황 파악 좀 해.”
-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 “다 우리 가족 먹여 살리려고 그러는 거잖아.”
- “그러니까 더 이상 전화하지 마. 짜증 나니까.”
- 툭.
- 전화는 너무도 쉽게 끊겼다.
- 나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꽉 줬다.
- 손마디가 새하얗게 질릴 만큼.
- 십억 원짜리 계약?
- 가족을 위해서?
- 나는 닫힌 응급실 문만 멍하니 바라봤다.
- 심장이 덜컹,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 무서웠다. 정말, 미칠 만큼.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검사지 몇 장을 든 의사가 성큼성큼 내 쪽으로 걸어왔다.
-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 “아이 어머님이시죠?”
- “네, 선생님. 우리 애... 우리 서준이 괜찮은 거죠?”
- 의사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 “땅콩으로 인한 급성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성대 부위가 부어서 기도가 많이 좁아졌어요.”
- “몇 분만 더 늦었어도 정말 위험했습니다.”
- 다리가 힘없이 풀릴 뻔했다.
- 그런데 의사의 다음 말이 내 숨을 멎게 했다.
- “어머님, 아이가 땅콩 알레르기 있는 거 모르셨어요?”
- “대체 누가 땅콩을 먹인 겁니까?”
- ...땅콩?
- 순간, 머릿속이 웅 하고 울렸다.
- 바로 그때였다.
- 집을 나서기 직전의 장면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 이민우가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냈다.
- 위에는 잘게 부순 견과류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 그는 한 숟갈 크게 떠서, 서준이 입가로 들이밀며 웃었다.
- “자, 서준아. 아빠가 사 온 케이크야. 한 입만 먹어 봐.”
- 서준이는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하지만 이민우는 멈추지 않았다.
- 아이 볼을 꽉 붙잡더니, 케이크를 억지로 입안에 밀어 넣었다.
- “딱 한 입이야.”
- “맛만 보면 되잖아.”
-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 그때 내가 급히 막아섰다.
- 하지만 이민우는 오히려 나를 차갑게 흘겨봤다.
- “너는 애를 너무 유난스럽게 키워.”
- “남자애를 그렇게 오냐오냐해서 어디다 쓰려고 그래?”
- “그리고 이건 피스타치오야. 괜찮아.”
- ...피스타치오?
- 아니었다.
-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피스타치오가 아니었다.
- 땅콩이었다.
- 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었다.
-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돋아 머리끝까지 쭉 치고 올라왔다.
- 나는 곧바로 이민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이번에는, 너무 빨리 연결됐다.
- 그리고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애교 어린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 “자기야, 누구야?”
- “이렇게 늦게 누가 전화해?”
- 여자는 웃으며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 “빨리 와서 내가 만든 케이크 먹어 봐.”
- “오늘 드디어 나랑 같이 생일 보내는 거잖아.”
- ...케이크?
- ...생일?
- 그제야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 남편은 제3자랑 생일을 보내려고
- 자기 아들에게 독이 된 땅콩 케이크를 억지로 먹였다.
- 눈앞이 핑 돌았다.
- 나는 휴대폰을 움켜쥔 손에 더 힘을 줬다.
- 손톱 끝이 손바닥 살을 깊게 파고들었다.
- 그때였다.
- 휴대폰 화면이 번쩍 켜지며 메시지 한 통이 떠올랐다.
- 개인 변호사에게서 온 문자였다.
- [윤세아 님, 외할아버지께서 남기신 2000억 원의 유산 및 전부 그룹 지분이 모두 귀하 명의로 이전되었습니다.]
- 응급실 앞 붉은 경고등이 눈앞에서 번쩍였다.
- 나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었다.
- 그리고 눈가를 적신 눈물을 손등으로 거칠게 훔쳐 냈다.
- 이 남자도.
- 이 결혼도.
- 내 인생에서 완전히 치워 버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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