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 “누가 감히 우리 딸한테 손대?”
- 우레 같은 고함이 연회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 순간, 모두가 숨을 멈췄다.
- 범접하기 어려운 기세를 두른 중년 남자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 그 뒤로는 호텔 지배인이 허리를 꺾다시피 숙인 채 바짝 따라붙어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 경제 뉴스에서나 보던 재계 인사들마저 줄줄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 이재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남자를 가리켰다.
- 겨우 짜낸 목소리마저 갈라져 있었다.
- “저… 저 사람… 설마… 서진호 회장님 아니야?”
- 오메이의 실질적인 수장.
- 재계 1위로 불리는 남자.
- 그런 사람이 왜 하필 여기 있는 거지?
- 이재현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새하얘졌다.
- 설마 오메이 쪽에서 자기에게 힘을 실어 주려고 직접 온 건가?
-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이재현의 얼굴에는 비굴한 미소가 번졌다.
- 그는 한지수를 거의 밀쳐내듯 떼어 놓고는 허둥지둥 무대 아래로 뛰어내려 서진호에게 달려갔다.
- “회장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 “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저는 이재현이라고 하는데—”
- 짝!
- 맑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의 말이 끊겼다.
- 서진호 옆에 서 있던 경호팀장이 손을 들어 그대로 뺨을 갈겼다.
- 그 일격에 이재현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 그는 얼떨떨한 얼굴로 뺨을 감싸 쥐었다.
- “회장님… 이게 대체…”
- 서진호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 그는 곧장 내 앞으로 걸어왔다.
- 차갑게 굳어 있던 얼굴에는 걱정과 애틋함이 동시에 어려 있었다.
- “은채야.”
- “이 사람이 네 그 약혼남이었어?”
- 나는 멍하니 그를 올려다봤다.
- 서진호는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내 머리를 가볍게 쓸어 주었다.
- “놀고 싶었으면 아빠가 훨씬 제대로 된 놈들로 얼마든지 붙여 줬지.”
- “이런 쓰레기한테 네 시간 낭비하게 둘 이유가 없잖아.”
- 그는 몸을 돌려 연회장 안을 천천히 훑어봤다.
-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 “서은채는 내 하나뿐인 딸이다.”
- “그리고 오메이의 유일한 상속인이다.”
- “방금 입을 함부로 놀린 놈이 누구지?”
- 쾅.
- 장내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 라이브 채팅창도 잠시 멈칫하더니, 곧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 - 와 씨, 재계 1위 딸이라고?!
- - 이거 뭐야, 드라마도 이렇게는 못 쓰겠다.
- - 아까 서은채 끌어내라던 놈들 어디 갔냐?
- 그제야 이재현이 정신을 조금 차린 듯, 허겁지겁 내 쪽으로 달려왔다.
- 그는 내 손이라도 붙잡을 듯 손을 뻗으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 “은채야…”
- “이게 진짜야?”
- “네가 정말 오메이 상속녀였어?”
- “그럼 왜 여태 말 안 했어?”
- “설마... 날 시험한 거였던 거지?”
- “역시 넌 다르네. 처음부터 보통 여자는 아니었어.”
-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
-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끌어내라고 악을 쓰던 인간이,
- 이제 와서는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며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떠들고 있었다.
- 그가 내민 손이 내 앞까지 닿으려던 순간이었다.
- 검은 그림자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 쾅!
-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이재현의 몸이 그대로 날아갔다.
- 그는 몇 미터나 튕겨 나가 레드카펫 위에 처박혔다.
- 검은 맞춤 수트를 입은 젊은 남자가 천천히 주먹을 내렸다.
- 온몸에서 서늘한 냉기가 풍겨 나왔다.
- 낯익은 얼굴이었다.
-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 그때 바로 옆에서 누군가 비명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 “와, 저 사람 강주혁이잖아!”
-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 비즈니스 천재?”
- “오메이 최대 파트너이자, 그 집안 상속자라고!”
- 그 이름이 들리자마자 이재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 강주혁.
-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남자.
- 전설처럼 이름만 떠돌던 인물.
- 그런 그가 여기에 직접 왔다고?
- 그것도 내 눈앞에서,
- 이재현을 주먹 한 방에 날려 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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