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남, 여사친을 핑계로 바람? 난 천억계약 파기
Anja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결혼식 전날 열린 싱글 파티에서, 내 약혼자의 여사친이란 여자가 굳이 푸시업 게임을 하자고 나섰다.
- “규칙은 간단해.”
- 한지수는 기름 냄새가 밴 안대를 내 눈에 억지로 씌우더니, 비꼬는 웃음을 지었다.
- “재현 오빠가 내 위에서 푸시업 할 거야. 넌 보면 안 돼. 듣기만 해.”
- “몇 개인지 맞히면 네가 이기는 거야.”
- 눈앞이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 야릇한 숨소리와 살이 스치는 소리만 귓가에 집요하게 들려왔다.
- “재현 오빠, 지금... 닿았어...”
- “움직이지 마. 간지럽잖아.”
- 더는 못 참았다.
- 나는 안대를 거칠게 벗어 던졌다.
-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 한지수가 이재현 허리 위에 올라탄 채 몸을 밀착하고 있었다.
- 희고 볼륨감 있는 가슴이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딱 붙어 있었다.
- 둘 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 주변에 둘러선 사람들은 그 꼴을 보며 배를 잡고 웃어댔다.
- “서은채, 얼른 맞혀 봐!”
- “둘이 푸시업 몇 개 했게? 못 맞히면 결혼 못 하는 거다?”
- 머리끝까지 열이 확 치밀었다.
- 나는 옆에 놓여 있던 가위를 집어 들었다.
- 그리고 망설임 없이 한지수의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끈 원피스를 잘라 버렸다.
- 칼칵.
- 칼칵.
- 얇은 천이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 “놀기 좋아하지?”
- “그럼, 오늘 제대로 놀아 봐.”
- ......
- “꺄아악!”
- 한지수는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감싸 쥐었다.
-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곧장 이재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 “재현 오빠, 나 좀 살려 줘... 서은채가 나 죽이려고 하는 거야...”
- “내 드레스... 나 이제 어떡해... 이 상태로 사람들 앞에 어떻게 나가...”
- 이재현은 얼굴을 굳힌 채 나를 거칠게 밀쳐 냈다.
- “서은채, 너 미쳤어?”
- “지수는 내 친구야. 그냥 장난이었잖아. 너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 한지수는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더 크게 일부러 더 몸을 떨었다.
- 그제야 주변 사람들도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 “게임 좀 했다고 이 난리야? 진짜 촌티 난다.”
- “주제도 모르고 이재현이랑 결혼한다고 설칠 때부터 알아봤어.”
- “배경도 없는 게 어디서 감히 따져 들어?”
- 나는 차갑게 그 얼굴들을 하나씩 훑어봤다.
- 이재현 체면만 아니었으면—
- 저 인간들은 내 앞에서 함부로 입 한번 뻥끗 못 했을 거다.
- 이재현은 재킷을 벗어 한지수 어깨에 덮어 줬다.
- 그 눈에는 걱정과 연민이 가득했다.
- 반대로 나를 보는 눈빛에는 노골적인 혐오만 서려 있었다.
- “지금 당장 지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
- “안 그러면 이 결혼, 없던 일로 할 거야.”
- 나는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 가슴 한가운데가 서늘하게 꺼져 내렸다.
- 3년 전이었다.
- 나는 달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 한지수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재현은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대형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 나는 피범벅이 된 그를 업고 병원까지 뛰었다.
-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끈질기게 내 곁을 맴돌았다.
- 끝끝내 내 마음을 얻어 낼 정도로 집요했었다.
- 한지수가 이혼하고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 다정하고 부드럽기만 하던 남자는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 나는 차갑게 그를 노려봤다.
- “그래?”
- “그럼 결혼 안 하지 뭐.”
-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손가락에서 약혼반지를 빼냈다.
-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 주저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 이재현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 내가 이렇게까지 단호할 줄은 몰랐겠지.
- 지금까지는 싸워도 늘 내가 먼저 고개를 숙였으니까.
- 이번에도 겁만 주면 내가 다시 제 발로 돌아올 거라 믿었겠지.
- 어차피 그의 눈에 나는,
- 그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가난한 여자였을 테니까.
- 순간 거실이 조용해졌다.
- 하지만 그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 이내 귀를 찢을 듯한 비웃음이 터졌다.
- “하하, 미치겠네!”
- “들었어? 쟤가 결혼 안 한대!”
- “서은채, 너 돈도 없잖아. 이재현이랑 헤어지면 당장 월세도 못 낼걸?”
- “이재현이 곧 오메이 그룹이랑 천억대 계약 따내는데? 나중에 울면서 매달려도 소용없어.”
-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
- 그 천억대 계약이 성사되든 말든,
- 내가 한마디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으니까.
- 나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 오메이 그룹 상속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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