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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 정오 열두 시, 퇴근해서 월세방으로 돌아왔다.
  • 딸 지은이는 재활센터에 있고 집엔 일주일에 한 번 온다. 방은 텅 비었다. 벽에 붙어 있는 상장들이랑 사진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책상에 앉았다. 백승민 주머니에서 뒤져 꺼낸 그 사진을 앞에 놓았다.
  • 사진 속 지은이는 3년 전 모습이었다. 그땐 아직 병 확진도 안 났고 머리도 까맣고 얼굴도 동글동글했다.
  • 지은이는 눈을 좋아했다. 그해 겨울에 눈이 펑펑 내렸고 내가 공원에 데려가서 비뚤빼뚤한 눈사람 하나를 만들었다. 지은이는 당근을 눈사람 코로 꽂아 주더니 눈사람 목을 끌어안고 나보고 찍으라 했다. 그게 마지막으로 건강했던 겨울이었다.
  • 누가 이 사진을 찍었을까?
  • 누가 이걸 시체 주머니에 쑤셔 넣은 걸까?
  • 누가 나랑 지은이 사이를 알고 그걸로 날 협박하는 걸까?
  • 사진을 뒤집었다. 볼펜으로 쓴 또박또박한 글씨 한 줄이 있었다. 허둥대며 급히 쓴 흔적은 없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글씨 아래 아주 옅은 자국이 보였다. 뭔가를 썼다가 지운 흔적 같았다. 연필을 꺼내 사진 뒷면을 살살 문지르며 자국을 살폈다.
  • 자국이 명확해졌다. 전화번호였다.
  • 5분쯤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기계음 한번, 두번, 여섯 번 울리고 나서야 겨우 받았다. 저쪽은 침묵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누구야?”
  • 내가 물었다.
  • 숨 막히는 정적만이 흘렀다.
  • “사진... 네가 넣은 거야?”
  •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참다 못해 목소리를 낮추며 다급하게 쏟아냈다.
  • “목적이 뭐야?”
  • 마침내 들려온 목소리는 아주 약했고 변조한 것처럼 느껴졌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 “한시우. 네가 화장한 그 시신 주머니에 한 가지가 더 있었어. 그건 안 꺼냈더라.”
  • 그 순간에 나는 멍해졌다.
  •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