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 난 김창태가 헛소리하는 줄 알았다. 시신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건 흔한 근육 경련이다. 화장 전에 그런 미세한 움직임은 유족들은 기겁하지만 우리는 익숙하다.
- 근데 오늘 이건 달랐다...
- 새벽 4시 15분.
- 안치실 냉장 보관함을 열고 시신을 끌어내 운반대에 올렸다. 오십 대 중반쯤 되는 남자이고 보통 체격에 회색 점퍼 차림이다. 얼굴엔 눈에 띄는 외상이 없었다. 피부는 시신 특유의 잿빛이었다.
- 난 화장 전 루틴을 시작했다. 신원 대조, 심박조율기 같은 폭발 위험물 확인, 유품 정리.
- 점퍼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딱딱한 게 만져졌다.
- 사진 한 장이었다. 꺼내서 냉장 보관함 불빛에 비춰 봤다.
- 그리고 내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 사진 속엔 일곱, 여덟 살쯤 된 여자아이인데 양갈래 머리를 묶고 사르르 웃고 있었다. 분홍색 패딩을 입고 눈사람 옆에 서 있었다.
- 그 아이는 내 딸, 지은이었다.
- 사진 뒷면엔 볼펜으로 휘갈겨 쓴 글씨 한 줄이 있다.
- “한시우, 네 딸 참 귀엽네. 깨끗이 처리해. 안 그러면 다음에 올 건 그 애야.”
- 나는 사진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깊게 세 번 숨을 들이마셨다.
- 흔들리면 안 된다. 흔들리면 끝이다.
- 이를 악물고 진정했다. 그리고 시신을 다시 샅샅이 훑어봤다.
- 얼굴엔 외상이 없는데 옷깃을 풀자 목에 깊은 자흑색 교흔이 두 줄 선명했다. 뱀이 감아놓은 것처럼 또렷했다.
- 심장마비가 아니었다. 목 졸려 죽은 거였다.
- 게다가 교흔 각도가 이상했다. 앞에서가 아니라 등 뒤에서 졸랐다는 뜻이다. 즉, 피해자가 전혀 방심하지 않은 순간에 범인이 등 뒤에서 줄로 목을 졸랐다.
- 민준하는 이미 이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었다. 문제 있는 신고 서류는 그걸 덮으려 만든 가짜였다.
- 하지만 날 더 혼란스럽게 만든 건 그 사진이었다.
- 누군가 내 속사정을 다 알고 있었다. 내 딸이 백혈병 걸린 사실도, 내가 돈이 절실한 것도, 무연고 시신으로 보조금을 빼먹는 것도. 그놈은 내 딸을 미끼로 삼아 날 협박했다. 그리고 이 시신을 ‘깨끗이 태우라’고 명령했다.
- 한마디로 이 시신 자체가 빌미였다.
- 만약 내가 시신을 처리하면 시신 훼손과 증거 인멸의 공범이 된다.
- 안 하면 내 딸이 위험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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