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의 미소
Mr.C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나는 지금까지 천삼백 구나 되는 시신을 태웠다.
- 그런데 오늘 이 시신은 화장로 문 앞에서 눈을 떴다.
- 화장장의 조작원으로서 여덟 해를 버텼고 별별 광경 다 봤다. 시신이 갑자기 움찔거리고, 화장로에서 터지는 폭발음이 울리고, 유족이 울다 실신하는 일까지.
- 하지만 죽은 사람이 눈을 뜨는 건 처음이었다.
- 더 소름 끼친 건, 그가 나를 노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는 거다.
- 경련이 아니라 ‘네가 올 줄 알았어’ 하는 듯한 의도가 담긴 미소였다.
-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 공구 카트를 통째로 엎었다. 고개를 든 순간, 화장로 문이 닫히고 불꽃이 타올랐다. 관찰창 너머로 그의 몸이 불길 속에서 뒤틀리고 있었다. 기름 솥에 내던져진 생선처럼 파닥이며 뒤집혔다.
- 그가 정말 살아 있었는지는 나도 확신하지 못한다.
-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의 화장 서류, 내가 조작했다.
- 그의 신분이 필요했으니까. 다른 사람 자리를 대신 채우기 위해서.
- 내 이름은 한시우, 청주시 화장장 화장로 조작원이다.
- 좋게 말하면 실장이라 불리지만 사실 묵묵히 시신만 태워 온 사람일 뿐이다. 매일 새벽 여섯 시 출근해 화장로 온도를 800도에서 1000도 사이로 맞춘다. 한 구 태우는 데 120분이면 재가 된다. 8년 동안 내 손을 떠난 시신은 1,300 구가 넘는다.
- 이 숫자는 잊히지 않는다.
- 한 명을 보낼 때마다 내 양심은 한 겹씩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 세 해 전 딸아이가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 골수 이식에 3억이 들었고 아내와 나는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빌릴 데는 다 빌렸다. 그래도 1억이 부족했다.
- 화장장 월급은 한 달에 320만 원. 손가락이 닳도록 일해도 그 돈을 채울 수 없었다.
- 그래서 꼼수를 생각했다.
- 화장장에는 ‘연고자 없는 시신’을 위한 신속 절차가 있다. 노숙자, 신원 미상, 유족이 포기한 시신들은 소장과 공무원들이 짜고 들어가 화장 절차를 따로 돌린다.
- 그런 시신 한 구당 화장장은 정부 보조금 80만 원을 받는다.
- 내가 바로 그 구간에서 손을 댔다. 직위를 이용해 진짜 무연고 시신으로 서류를 중복 접수하고 허위 청구를 계속했다. 2년만에 내손에 들어온 돈이 1, 800만 원 가까이 됐다.
- 하지만 장부를 맞추려면 진짜 시신으로 빈칸을 메워야 했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 몫을 진짜 시신 한 구로 채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서류상 티가 나지 않는다.
- 보통은 연고자 없는 노숙자들을 썼다.
- 그런데 오늘이 시신은...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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