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 어느덧 정오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주방에서 평소처럼 삼첩반상에 국까지 끓여 정성스럽게 보온 도시락을 채우고 있었다.
- 순간 멍해졌다. 유준은 회사의 구내식당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매일같이 내가 직접 만든 집밥을 먹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매일 점심, 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은 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루틴이 되어버렸다.
- 어젯밤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는 망설임 없이 보온 도시락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비우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