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 전화를 끊고 나는 캐리어를 끌고 침실을 나왔다.
- 이재현은 한지수와 키득거리다 내가 나오자마자 표정이 딱 굳었다.
- “오, 짐은 벌써 다 챙겼네?”
- “돈은? 이체했어?”
- “설마 돈도 못 구해서 그냥 튀려는 건 아니지?”
- 한지수는 그의 품에 기대 비웃듯 말했다.
- “재현 오빠, 쟤 흙수저잖아. 1억 원을 어디서 구해?”
- “설마 어디 가서 몸이라도 굴린 거 아니야?”
- 둘은 마주 보며 낄낄댔다.
- 나는 이재현 앞으로 걸어가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 “보냈어.”
- “확인해 봐.”
- “앞으로 연락하지 마. 역겨우니까.”
- 그 말을 끝내고 그대로 지나치려는데,
- “멈춰.”
- 이재현이 날카롭게 외쳤다.
- 그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
- “서은채, 유치한 수작 부리지 마. 이게 어디 봐서 들어온 거야?”
- 그가 휴대폰 화면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 거래 내역에는 정말 1억 원 입금 기록이 없었다.
- 아.
- 맞다.
- 예전에 지연 이체를 걸어 둔 적이 있었다.
-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 “지연된 거야. 두 시간 뒤면 들어가.”
- 그 말이 주변 금수저들 귀에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단숨에 험악해졌다.
- “돈도 없으면서 무슨 수작이야?”
- “잡아! 오늘 돈 안 내면 여기서 못 나가!”
-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출구를 막아섰다.
- 이재현이 내 앞까지 다가왔다.
- 그리고는 사람을 개 다루듯 내 뺨을 툭툭 쳤다.
- “됐어, 서은채.”
- “그만해. 안 힘들어?”
- “네가 돈 없는 거, 나 없이는 못 산다는 거, 다 알잖아.”
- “지금 당장 지수 앞에 무릎 꿇어.”
- “그리고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해.”
- “그러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 줄게.”
- “그 1억도 안 받을게. 결혼식도 예정대로 올릴 거고.”
- 잘난 척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치밀었다.
- 설마 내가 고맙다고 무릎이라도 꿇을 줄 알았나.
- 나는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
- “꺼져.”
- 이재현의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뭐라고?”
- “꺼지라고 했어.”
-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 해?”
- 그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 “좋게 말할 때 하랬지?”
- “얘 좀 잡아!”
- “오늘은 네가 원하지 않아도 무릎 꿇게 만들어!”
- 몇몇 금수저 놈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 “서은채, 우리도 좋게 끝내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 “재현 형이 말했잖아. 얌전히 무릎 꿇어.”
- 등 뒤에서는 한지수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 “옷부터 벗겨! 어디 계속 저렇게 잘난 척하나 보자!”
- 맨 앞에서 달려오던 뚱뚱한 놈이 내 머리채를 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
- 내 눈빛이 번뜩였다.
- 나는 몸을 틀어 그 손을 가볍게 피했다.
- 왼손으로 놈의 손목을 쳐내듯 밀어내고, 오른손으로 팔꿈치를 받쳐 올렸다.
-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꺾어 버렸다.
- 우두둑.
- 관절이 뒤틀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 “아아아악!”
- 뚱뚱한 놈은 짐승 같은 비명을 내지르더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 “더 덤벼 봐. 그 손, 진짜 못 쓰게 해 줄 테니까.”
- 나, 격투기 8년 했다.
- 이 한심한 것들쯤은 내 앞에서 상대도 안 됐다.
- 이재현은 잠시 멍한 얼굴로 굳어 있다가 다급히 놈들을 말렸다.
- 나는 캐리어 손잡이를 움켜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밖으로 나갔다.
- 등 뒤로 이재현의 악에 받친 고함이 터졌다.
- “서은채! 나갔으면 다시 돌아오지 마!”
-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 “한지수! 드레스 피팅하러 가자!”
- “결혼식 신부, 너로 바뀌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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