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돈을 송금했고 박의하가 떠났다.
- 복도엔 다시 나 혼자뿐이다. 그리고 씩 웃고 있는 시신 하나...나는 몸을 돌려 화장로를 마주 봤다.
- 죽은 사람...경찰 팀장 백승민은 눈을 반쯤 뜬 채 입가엔 여전히 그 기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나는 그를 열 초쯤 똑바로 바라보다가 점화 버튼을 눌렀다.
- 화장로 안에서 쾅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내열유리 관찰창 너머로 백승민의 몸이 불길 속에서 경련하고 웅크리고 터져나갔다. 피부는 종이처럼 오그라들었다. 지방은 지글지글 소리를 냈고 뼈는 고열에 하얀색게, 다시 노랗게, 그리고 까맣게 변했다.
- 그때, 그의 손이 들려 올라가는 게 보였다.
- 불길 때문에 생긴 근육 수축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손을 흔들 듯 의식적이고 느리게, 그렇게 들어 올린 동작이었다. 그 손은 공중에서 두 초쯤 멈췄다가 툭 떨어졌다.
- 다리에 힘이 풀렸다. 벽을 짚지 않았으면 그대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 40분 뒤 화장로 문이 열렸다.
- 유골가루는 잿빛이었고 그 사이에 검은 조각들이 섞여 있었다. 나는 긴 손잡이 삽으로 유골가루를 담아 유골함에 넣고 라벨을 붙였다.
- “신원미상. 번호 2307.”
- 그 뒤 휴대폰을 꺼내 민준하에게 문자를 보냈다.
- “일 끝냈어.”
- 민준하는 답을 보내지 않았다.
- 열 분 뒤 내 통장에 돈이 꽂혔다. 나는 그 돈을 딸 치료비 전용 계좌로 바로 옮겼다.
- 지금까지 모은 걸 다 합쳐도 3천만 원쯤 더 있어야 하반기 항암과 수입약을 버틸 수 있다. 휴대폰 화면에 숫자가 조금씩 불어나는 걸 보는데 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아래는 끝도 없는 낭떠러지, 맞은편에는 내 딸의 목숨이 걸려 있었다.
- 이제 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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