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탁 닫고 담배를 내밀었다. 난 담배 안 피우는데도 그가 나랑 ‘따로 얘기’할 때면 꼭 한 대 쥐여준다. 마치 그게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한 실장.”
목소리를 낮춰 말하더니
“내일 아침에 특별한 시신이 하나 들어와. 네가 직접 처리해.”
“어떤 건데요?”
“묻지 마.” 그는 소가죽 봉투를 밀어주면서
“신고 서류랑 화장 예약서 다 들어 있어. 절차대로 해, 흔적 없이 말끔히 끝내.”
나는 봉투를 열었는데 사망자는 백승민이라고 쉰둘이었다. 사인은 심장마비라는데 사망진단서에 찍힌 병원 직인이 뭔가 이상한 거야. 진짜 직인은 인주를 찍어서 빨간 기가 돌지만 이건 셀프 잉크 스탬프로 보라빛이 휘돌았다. 담당 의사 서명은 익숙한 ‘최 씨’였는데 그가 석 달 전 이미 퇴직했다잖아.
정말 정교하게 꾸민 가짜 서류였다.
“소장님”
내가 고개를 들었다가
“이 사람은...”
“그러지 말랬지.”
민준하가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눌러 끄며 말했다.
“네가 알 건 딱 하나야. 다 태우고 나면 누가 너한테 800만 원을 보낼 거다.”
800만 원.
우리 딸 다음 달 수입약 값이 딱 그 금약이다.
“알겠습니다.” 봉투를 얼른 챙겼다.
사무실을 나와 복도를 지나는데 당직 경비 김창태를 마주쳤다. 그는 비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짝 다가왔다.
“한 실장님. 오늘 밤 그 시신 말인데요...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려오더라고요. 번호판은 가려져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