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민우가 득달같이 달려와 내 손목을 낚아챘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강한 악력이었다.
- “어디 가? 크리스마스 파티 이제 시작인데, 꼭 이렇게 분위기를 다 망쳐야겠어?!”
- 손목이 끊어질 듯 아팠다. 나는 뒤를 돌아보자마자 그의 뺨을 갈겼다.
- 찰싹!
- 고개가 돌아간 민우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 “분위기를 망쳐? 강민우! 똑똑히 들어. 난 당신들 흥 돋우는 도구도 아니고, 당신 집안의 그 역겨운 스캔들을 감상해 줄 관객은 더더욱 아니야!”
- 그때 김경숙이 다가왔다.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다’라는 가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투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 “그저 가족끼리 사이가 좀 좋은 것뿐인데……. 가족 모임은 즐겁자고 하는 거잖니. 네가 이렇게 유난을 떨면 분위기가 어떻게 되겠어?”
- 김경숙이주변을 슥 훑자, 거실에 있던 다른 친척들도 일제히 불만 가득한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지들끼리는 ‘가족’이고, 나는 그 화목한 가정을 파탄 내는 불청객이라는 듯이.
- “민우야, 한마디 해라. 얘 배 속에 애도 있는데…… 자극하지 말고.”
- 김경숙이 슬쩍 민우의 팔을 끌자, 민우는 마지못해 웅얼거리며 사과했다.
- “알았어, 미안해. 됐지?”
- 기가 막혀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감정은 격해지고 몸 상태도 급격히 나빠졌다. 더 이상 말 섞기 싫어 2층 침실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민우는 굳이 내 뒤를 따라와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 “서윤아, 임신해서 힘든 건 알겠는데 적당히 좀 해. 이게 그렇게 대수야?”
- “대수?”
- 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눈물을 닦아냈다. 떨리는 손으로 아래층을 가리켰다. 목소리는 쉬어 터졌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 “당신들의 그 화목함은 아내인 내 존엄성을 짓밟고 세워진 거야. 그 ‘친밀함’의 실체는 그냥 역겨운 근친상간이라고! 어머니잖아! 여동생이잖아! 설령 피 한 방울 안 섞였어도 가족이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게 없어?!”
- 강민우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주먹을 꽉 쥔 그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섰다. 그는 한 걸음 다가오며 억눌린 분노를 터뜨렸다.
- “이서윤! 입 닥쳐! 너 진짜 선 넘네!”
- 나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 “내가 선을 넘어?”
- 눈물이 시야를 가렸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해졌다.
- “강민우, 선을 넘은 건 당신이야. 당신은 인간으로서의 바닥을 보여줬어.”
-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심해졌다. 배 속의 아이도 화가 난 걸까. 아이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결연한 의지로 낮게 읊조렸다.
- “이런 꼴 더는 보고 싶지 않아. 지금 당장 방으로 들어와. 가서 쉬란 말이야…….”
-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우는 냉정하게 등을 돌려버렸다. 대화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이.
- 곧이어 아래층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마! 우리끼리 계속 놀자고! 자, 딸기 받아먹기 게임 한다! 지아야, 오빠 거 받아!”
- 거실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내 배는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뭉치고 끊어질 듯 아팠다. 의사가 처방해 준 완화제를 먹었음에도 아이는 밤새도록 요동을 쳤다.
-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아침을 맞았다.
- 아침, 다리가 마비된 듯 감각이 없어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나는 결국 민우를 불렀다. 병원에 가야만 했다.
- “민우 아, 잠깐만 와 봐!”
-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고개를 들자 민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굴에는 비즈니스용 가식적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를 보는 눈빛은 마치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는 듯 무심했다.
- 어젯밤 일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아이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다.
- 나는 통증을 참으며 겨우 입을 뗐다.
-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 좀 같이 가줘.”
- 그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손목시계를 슥 훑었다. 귀찮다는 기색을 숨기지도 않은 채였다.
- “여보, 나 오늘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 있는 거 알잖아. 수호 대표님이야. 그분 예약 잡기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내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면서 그래.”
- 그는 나를 힐끗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을 얹었다.
- “어제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그런 거 아냐? 적당히 해, 스스로 겁주지 말고.”
- “예민한 게 아니라고! 지금 아이 상태가 정말 이상하단 말이야!”
- 침대 시트를 쥔 내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지아의 랑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빠! 빨리 내려와! 내 구두를 못 찾겠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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