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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친딸이 진짜 재벌이 되어 돌아오다

버려진 친딸이 진짜 재벌이 되어 돌아오다

luckynunuki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재벌가의 친딸로 판명 나 집안에 발을 들인 첫날이었다. 가짜 상속녀인 강리나는 나를 보자마자 대놓고 눈을 흘기더니, 다짜고짜 내 뺨을 후려쳤다.
  • 매서운 손찌검과 함께 돌아간 고개 사이로 차가운 조소가 박혔다. 첫 만남 기념 선물이라나.
  • “일찍 오든지 아예 늦게 오든지 하지, 하필 내가 재벌가로 시집가려는 이 타이밍에 기어들어 와? 이서윤, 너 돈에 미쳤니?”
  • 말을 마친 강리나는 약혼자의 팔짱을 낀 채, 블랙카드 한 장을 내 얼굴에 휙 던졌다. 빳빳한 카드의 모서리가 뺨을 긋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 “이서윤, 이거 내 약혼자가 준 거야. 나한테 어떻게든 붙어보려는 그 갸륵한 정성을 봐서 이 폐물, 너한테 적선할게. 난 곧 대한민국 최정상 가문의 안주인이 돼. 앞으로 나한테 아는 척도 하지 마. 우리, 사는 세계가 다르거든.”
  • 그녀가 턱을 치켜세우며 덧붙였다.
  • “가족이랑 상봉했다고 우쭐대지 마. 내 미래 남편이 누군지는 알아야지? 국내 자산 순위 1위, 성진 그룹의 후계자 구진혁 씨야!”
  • 구진혁은 나를 동정하기는커녕, 옆에서 거들며 비아냥거렸다. 한때 내 약혼자였을지도 모를 남자의 눈에는 오직 경멸만이 가득했다.
  • “자기야, 이 여자가 네가 말하던 그 평민이야? 우리 집안으로 시집오는 거 알고 재산 좀 나눠 먹으려고 나타났다는 그 여자?”
  • 강리나가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 “맞아, 진혁 씨. 바로 얘야. 성진 그룹 수백억 자산 잘 감시해 줘. 앞으로 우리 가문 돈은 단 한 푼도 이 년이랑은 상관없게 말이야.”
  • 뺨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아픔보다 더 크게 밀려오는 건 지독한 환멸이었다. 20년 만에 찾은 혈육이라는 이들이 과연 내 가족일까, 아니면 사람의 탈을 쓴 괴물 떼일까.
  • 나는 강리나를 한 번 보고, 그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구진혁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내 편은커녕 가짜 딸과 한강 그룹의 안위만 걱정하며 나를 벌레 보듯 하는 친부모를 차갑게 훑었다.
  • 이 오물 같은 공간에서 내가 할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나는 미련 없이 휴대폰의 전송 버튼을 눌렀다.
  • 곧바로 구진혁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발신인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스피커폰 너머로 그의 아버지이자 성진 그룹의 정점인 구 회장의 분노가 천둥처럼 쏟아졌다.
  • “구진혁! 네 블랙카드 당장 정지시켰다! 그리고 넌 이제부터 호적에서 파였으니 당장 집에서 꺼져!”
  • “아, 아버지? 갑자기 그게 무슨…….”
  •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분을 건드린 대가다! 네놈이 그 입으로 평민이라 모욕한 분이 누군지나 알아? 내 목숨보다 귀한 은인의 자제분이자, 내 유일한 정혼자이신 분이다!”
  • 구진혁이 멍청한 표정으로 굳어버린 순간, 내 휴대폰으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보낸 이는 역시 구 회장이었다.
  • [서윤아, 너무 노여워하지 마렴. 네 손에 들린 그 보기 흉한 블랙카드는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려라. 내가 이번에 새로 나온 ‘블랙 다이아몬드 VVIP’ 카드로 직접 보내주마. 전 세계 어디서든 네 마음껏 긁고 다녀도 좋다.]
  • 뒤이어 도착한 메시지는 더 가관이었다.
  • [한도는 아예 설정하지 않았다. 무제한이니 걱정 말고 편히 쓰거라.]
  • 구진혁의 안색은 이제 하얗다 못해 창백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한때 오만함으로 가득 찼던 그의 얼굴은 급격히 일그러져, 마치 정교하게 빚어진 조각상이 처참하게 금 가는 꼴이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방금 들은 아버지의 포효가 환청처럼 귓가를 때리는 모양이었다.
  • 하지만 이 집안의 '가짜 공주님' 강리나는 분위기를 파악할 지능조차 사치였나 보다. 그녀는 여전히 구진혁의 팔에 찰떡처럼 달라붙어 콧소리를 섞어가며 애교를 부렸다.
  • “진혁 씨, 왜 그래? 아버님이 우리 결혼 축하한다고 하셔? 얼른 대답해 줘, 나 친구들이랑 백화점 가기로 했단 말이야.”
  • 그녀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비웃었다. 그 뒤에 버티고 선 내 ‘친부모’라는 작자들도 드디어 그 고매하신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 엄마, 한수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훈계했다.
  • “서윤아, 너도 리나를 좀 본받아라. 리나는 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라서 품위가 남다르잖니. 성진 그룹 후계자를 약혼자로 둔 덕에 우리 한강 그룹 체면이 얼마나 살았는지 아니?”
  • 아버지 한 회장 역시 거들먹거리며 한마디 보탰다.
  • “그래, 이제 한 식구가 됐으니 사소한 걸로 투정 부리지 마라. 리나가 좀 예민해도 네가 언니니까 무조건 양보하고.”
  • 두 사람의 완벽한 화음 속에 나는 순식간에 '질투에 눈먼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강리나가 내 뺨을 때리고 카드를 던지며 모욕을 준 사실 따위는 그들에게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리나가 가져올 '성진 그룹'이라는 배경에만 눈이 멀어 있을 뿐.
  • 나는 바닥에 떨어진 검은 카드를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실소를 터뜨렸다.
  • “양보요? 좋죠. 제가 백번 양보해 드릴게요.”
  • 그제야 충격에서 깨어난 구진혁이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이제 의구심을 넘어 공포로 변해가고 있었다.
  • “너…… 정체가 뭐야? 우리 아버지가 대체 왜 너한테…….”
  •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강리나가 짜증스럽게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 “진혁 씨! 얘 그냥 시골에서 온 평민이라니까? 왜 자꾸 상종을 해 줘! 우리 빨리 가자, 쇼핑 늦겠어!”
  • 그 말에 구진혁의 얼굴은 더더욱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강리나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내게 다가왔다.
  • “구본혁 회장님이…… 아버지가 대체 왜 너한테 무제한 카드를……!”
  • “뭐가 그렇게 궁금해?”
  •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만년설처럼 차가웠다.
  • “네 블랙카드가 정지된 거? 아니면 네가 집안에서 파문당한 거?”
  •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실엔 찬물이 끼얹어졌다. 한수진이 비명을 지르며 내 팔을 부러뜨릴 듯 움켜쥐었다.
  • “너 지금 무슨 헛소리야! 진혁 씨가 쫓겨나다니! 너 어디서 그런 저질스러운 유언비어를 배워온 거니!”
  • 한 회장 역시 고함을 질렀다.
  • “이서윤! 당장 진혁 씨와 리나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
  • 그들의 눈엔 오직 경멸뿐이었다. 십수 년 만에 찾은 친딸이 아니라, 집안의 복덩이를 망치려 드는 원수를 보는 듯한 눈빛. 화목한 가족이라는 풍경화 속에서 나 혼자만이 지워버리고 싶은 얼룩이었다. 속에서 뜨거운 쓴물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 스무 해가 넘는 시간 동안 시골바닥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버텨온 나였다. 그런데 돌아온 집에서 나를 반기는 건 가짜에게 쏟아지는 사랑과 나를 향한 날 선 비난뿐이라니.
  •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팔을 붙잡은 한수진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 “사과요? 하죠, 뭐.”
  • 나는 바닥에 떨어진 블랙카드를 주워 들었다. 느긋하게 먼지를 닦아낸 뒤 강리나에게 다가갔다. 강리나는 내가 정말 무릎이라도 꿇을 줄 알았는지 오만한 공작새처럼 턱을 치켜세웠다.
  • “이제야 분수를 좀 아나 보네.”
  • 그녀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카드를 뺏으려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 짝―!
  • 거대한 거실에 고막을 찢는 듯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나는 움켜쥔 카드의 날카로운 모서리로 강리나의 매끄러운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하얀 피부 위로 붉은 선이 번개처럼 그어졌다.
  • “이, 이서윤……! 너 미쳤어?!”
  • 강리나가 뺨을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 “이 천한 것이 감히 어디서 손을 놀려!”
  • 한수진이 내 머리채를 잡으려 달려들었지만, 나는 가볍게 몸을 비틀어 피했다. 한 회장 역시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채 고함을 질렀다.
  • “이서윤! 당장 무릎 꿇지 못해!”
  • 사과라니. 나는 나를 집어삼킬 듯 노려보는 ‘친부모’와 모욕감에 떠는 강리나를 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 “귀한 선물을 받았는데, 답례 정도는 해야 예의 아니겠어요?”
  • 그들이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나는 다시 한번 손을 휘둘렀다.
  • 짝―!
  • 이번엔 더 묵직한 손바닥이 반대쪽 뺨에 정확히 꽂혔다. 완벽한 좌우 대칭이었다.
  • “방금 건 네 카드로 준 ‘적선’에 대한 보답이고, 이건 아까 네가 내게 날린 손찌검에 대한 대가야. 이제 우리 공평하게 퉁친 거 맞지?”
  • 강리나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 “아악! 죽여버릴 거야! 당장 저년 죽여버리라고!”
  • 그녀가 미친 듯이 달려들려 했지만, 의외로 구진혁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의 눈빛엔 이제 경멸이 아닌,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될 포식자를 향한 본능적인 공포가 서려 있었다.
  • 나는 블랙카드를 구진혁의 발치에 툭 던졌다.
  • “네 여자는 네가 알아서 단속해. 아무나 성진 그룹 이름을 팔며 유세를 떨 자격은 없거든.”
  • 구진혁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나는 여전히 씩씩거리는 부모를 향해 고개를 갸웃했다.
  • “아까 저보고 강리나를 좀 봐주라면서요? 시키는 대로 했잖아요. 리나는 한 대 때렸지만, 언니인 저는 통 크게 두 대나 때려줬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양보한 거 아닌가요?”
  • “이…… 이 독한 년! 당장 저년을 다락방에 가둬! 내 허락 없이는 물 한 모금 주지 마!”
  • 한 회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보디가드들이 달려들어 내 양팔을 붙들었다. 지금은 호랑이굴 한복판인 만큼, 일단은 순순히 끌려가 주기로 했다.
  • 계단을 오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한수진은 울부짖는 강리나를 애지중지 달래고 있었고, 구진혁은 구석에서 사색이 된 채 누군가와 급히 통화 중이었다.
  • 진짜 상속녀인 내가 돌아왔음에도, 이 집안에서 나를 봐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치 존재 자체가 거대한 오점인 것처럼. 하지만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