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 앞홀 음악이 고막 터질 듯 쾅쾅 울렸다.
- 정 회장이 마이크 앞에서 불붙은 축사를 하고 있었다.
- "오늘은 내 딸 정지은과 한 그룹 후계자 한호철의 약혼식이라는, 정말 경사로운 날입니다!"
- "와 주신 여러분, 증인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는 도마 위에 있던 칼을 움켜쥐었다.
- 그리고 녹슨 자물쇠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 쾅!쾅!
- 자물쇠가 억지로 부서졌다.
- 온몸에 피가 번져 있었고, 손에는 그 칼을 꽉 틀어쥔 채 한 걸음씩 앞홀로 걸어갔다.
- 지나가던 집안 직원들이 내 꼴을 보자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피했다.
- 나는 연회장의 금장된 무거운 양문을 한 발로 걷어찼다.
- 쾅!
- 굉음과 함께 홀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 모든 시선이 나한테 꽂혔다.
- 기름때와 피가 묻은 회색 작업복.
- 헝클어진 머리, 새하얀 얼굴. 딱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 같았다.
- 박순영은 가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 "아! 이 미친년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 정지훈이 제일 먼저 단상으로 뛰쳐 올라와 내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밀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 "정보아! 죽고 싶어?"
- "경호원! 이 미친 년을 얼른 끌어내!"
- 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피 묻은 칼을 번쩍 들었다.
- "올테면 한번 와 봐."
- 내 기세에 눌린 경호원들이 선뜻 덤비지 못했다.
- 나는 번지르르하게 차려입은 정지은과 한호철을 똑바로 노려봤다.
- "오늘 너희 둘의 약혼식이라고? 한호철 넌 내 약혼자였잖아. 나랑 약혼도 했으면서 너네 둘이 침대 위에서 뒹굴고 한 걸 차라리 영상으로 틀지 그래? 다 같이 구경 좀 하게."
-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 하객들이 수군대며 정씨 집안 셋을 번갈아 훑어봤다.
- 정지은은 얼굴이 사백이 되고, 눈물이 금세 쏟아졌다.
- "언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언니가 나 질투하는 건 알지만, 이런 악독한 거짓말로 내 명예를 망치면 안 되지!"
- 한호철이 바로 정지은을 등 뒤로 감추고 나를 노려봤다.
- "정보아, 넌 진짜 답도 없는 미친 여자야!"
- "너한테 내가 안 가니까 이런 저급한 수법으로 지은이를 더럽히겠다고?"
- 정 회장은 분에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탁자를 쾅 내리쳤다.
- "그만!"
- "손님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 큰딸이 시골에서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이 좀 오락가락합니다."
- 그는 비서에게서 서류를 건네받아 높이 치켜들었다.
- "이건 서울에서 제일 큰 정신과 병원이 발급한 진단서입니다!"
- "정보아는 심각한 피해망상과 조증을 앓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 "방금 그 말들은 전부 환각이랑 망상이에요!"
- 나는 조작된 그 진단서를 노려보다가, 속이 부글부글 끓었고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 "스캔들 덮자고 친딸을 정신병원에 처넣겠다고."
- "정씨 집안, 수법 참 지독하네."
- 그 순간 정지훈이 성큼 다가와 내 손목을 걷어찼다. 칼이 덜컹 바닥에 떨어졌다.
- 그는 내 얼굴을 발로 찍어 카펫에 짓눌렀다.
-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얼른 이 미친년 묶어!"
- 건장한 경호원 넷이 달려들어 내 양팔을 등 뒤로 거칠게 꺾었다.
- “이거 놓지 못해!”
- 차가운 밧줄이 살을 깊이 파고들었다.
- 정지은은 한호철 품에 기대 나를 내려다보며, 이겼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싸늘하게 웃었다.
- "저년 당장 정신병원으로 보내. 그리고 영원히 못 나오게 해!"
- 정 회장이 고함쳤다.
- 경호원들이 내 머리채를 움켜쥐고, 걸레 끌듯 대문 쪽으로 질질 끌었다.
- 절망이 파도처럼 밀려와 숨이 턱 막혔다.
- 그때, 쾅——!
- 아까 내가 걷어찬 그 금장 양문이, 갑자기 엄청난 힘에 그대로 박살 났다.
- 2 미터는 되는 원목 문짝이 와르르 쓰러졌다.
- 먹물처럼 새까만 롤스로이스 팬텀이 바닥의 유리 파편을 으깨며, 연회장 안으로 그대로 들이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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