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그때,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담당의 차우진이 들어왔다.
- 서태준이 고개를 돌려 차갑게 노려보았다.
- "차우진, 또 뭐 하러 왔지?"
- "보스, 환자 상태 수치가 아직 불안정합니다. 함부로 옮기시면 위험해요!"
- 차우진이 침대 앞을 가로막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 "그리고 어제 보였던 신경 반사에 대해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 "감히?"
- 서태준이 말을 내뱉기 무섭게 벌컥 달려가 그를 확 밀쳐냈다.
- 무방비 상태였던 차우진이 수액 거치대에 세게 부딪혔다.
- 쾅!
- 내 손등에 꽂혀 있던 바늘이 확 당겨져 뽑혔다. 핏방울이 튀어 새하얀 시트 위로 점점이 떨어졌다.
- 한동안 잊고 있던 통증이 번쩍 치고 올라왔다. 정신이 확 들었다.
-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덜컥덜컥 경련하기 시작했다.
- 어지럼증이 확 몰려왔다.
- '쓰러지면 안 돼… 절대 기절하면 안 돼…'
- '기절하면 또 그 끝도 없는 어둠 속이야!'
- 그걸 본 서태준이 순간 얼어붙었다.
- 곁에 있던 간호사가 작게 속삭였다.
- "보스… 아가씨, 깨어나시는 거 아니에요?"
- 서태준이 홱 돌아보며 쏘아붙였다.
- "그럴 리가!"
- 간호사는 놀라 움찔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 차우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 "보스, 도대체 지안 씨한테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 그 말을 듣자 서태준의 얼굴이 잿빛으로 굳었다.
- "차우진, 네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사채 빚 꽤 있다며?"
- "이 자리 지키고 싶으면, 쓸데없는 참견하지 마."
- 차우진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 서태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내 팔을 거칠게 움켜쥐고 이동식 침대 쪽으로 질질 끌었다.
- "난 얘 친오빠다. 내가 알아서 돌볼 거야."
- "남이 끼어들 필요 없어!"
- 엄청난 악력이었다. 팔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확 올라왔다.
- 가슴이 다시 툭 내려앉았다.
- 그런데 차우진이 또다시 내 앞을 가로막았다. 목소리는 단호했다.
- "지안 씨, 못 데려갑니다."
- "죽고 싶어?"
- 분노에 불이 붙은 서태준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 하지만 차우진의 다음 말에 그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 "아가씨한테 투여하는 약, 불법 신경 억제제 맞죠!"
- "그 약, 중독성 있습니다. 강제로 끊으면 전신 경련 옵니다!"
- 서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 하지만 곧바로 태연한 척 입꼬리를 올렸다.
- "불법이라니? 이건 내가 해외에서 거액을 주고 들여온 신경세포 보호제야."
- "지안이는 오랫동안 누워 있었어. 근육이랑 신경이 이미 다 위축됐지. 이 약으로 신체 기능을 유지해야 해!"
- '믿지 마! 저 사람 거짓말이야!'
- 내 몸이 더 거세게 떨렸다.
- 서태준이 허둥지둥 캐비닛에서 새 수액병을 꺼내 수액 거치대에 걸었다.
- 버텨 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 바늘이 다시 손등에 꽂히자, 마음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 서태준은 몸을 숙여 내 이마를 다정한 척 쓰다듬었다.
- "겁내지 마, 지안아. 영양제만 갈아주면 돼. 금방 편해질 거다."
- 내 몸은 서서히 진정되었고, 주변도 고요해졌다.
- 차우진의 시선이 나와 서태준을 오갔다. 무엇이 진실인지 가늠하려는 눈빛이었다.
- 그는 모른다. 이 약이 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말은 겉포장일 뿐, 진짜 목적은 내 신체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걸.
- 수액병 라벨만 제대로 살펴봐도 알 텐데. 거기엔 의약품 허가 번호 같은 게 아예 없다……
- 그때, 병실 문이 또다시 벌컥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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