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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 “이 천한 년이 감히!”
  • 날카로운 욕설과 함께 뜨거운 커피가 내 얼굴로 쏟아졌다.
  • “아윽!”
  • 살이 데이는 듯한 통증에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자, 질투로 일그러진 채린의 얼굴이 보였다.
  • “너 일부러 그랬지? 다 계획적인 거지!” “준혁이가 내 눈에 띄는 곳에 흔적을 남기게 만들다니! 감히 나를 도발해? 네가 뭔데!”
  • 그녀는 발광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소란에 2층에 있던 부모님이 허겁지겁 내려왔다. 엄마는 금쪽같은 큰딸이 화가 난 것을 보자마자 달려가 채린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나를 향해 살기 어린 눈빛을 보냈다.
  • “채은이 너! 또 무슨 망령이 들어서 채린을 화나게 해!”
  • 아빠는 한술 더 떴다. 대화도 없이 곧장 내 뺨을 후려쳤다.
  • 찰싹—!
  • 커다란 타격음과 함께 나는 비틀거리며 마호가니 장식장 모서리에 머리를 들이받았다. 삐— 하는 이명과 함께 시야가 흔들렸다.
  • “이 수치스러운 것! 네 신분를 잊은 거냐? 우리 집안을 통째로 망하게 할 작정이야!”
  • 이마에서 뜨거운 액체가 턱 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육체적인 고통보다 가슴 속에서 번져나가는 냉기가 더 시렸다.
  • 그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조차 않았다. 그들에게 채린은 영원한 피해자였고, 나는 존재 자체가 죄인 이물질일 뿐이었다.
  • “당장 지하실에 가둬! 밥도 주지 마!”
  • 아빠의 호통에 메이드 두 명이 나를 쓰레기처럼 끌고 갔다. 나는 반항하지 않았다. 무거운 지하실 문이 닫히기 직전, 나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았다. 그들은 나를 치워버려야 할 오물 취급하며 채린을 달래는 데 여념이 없었다.
  •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 갇힌 지 사흘째. 현기증과 탈진이 나를 삼키려 할 때쯤,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 엄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사를 들고 들어왔다. 내 처참한 몰골을 본 그녀는 내 손을 잡으며 가식적인 눈물방울을 짜냈다.
  • “채은아, 얘... 아빠랑 엄마가 요 며칠 너무 바빠서 널 깜빡했구나. 미안하다.” “언니도 널 용서했으니, 너도 이제 그만 마음 풀렴.”
  •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이 틈새로 겨우 대답했다.
  • “……감히 그럴 리가요.”
  • 아빠는 구급상자를 가져와 직접 내 이마의 상처를 닦아주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름 끼치도록 다정한 목소리였다.
  • “채은아, 아빠가 잘못했다. 때리는 게 아니었는데. 아빠한테 서운해하지 마라.”
  • 엄마는 미지근한 물로 내 얼굴을 닦아주고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빗겨주기까지 했다.
  • “우리 채은이 좀 봐.” 그녀의 목소리는 소름 돋을 정도로 달콤했다. “사실 너도 언니만큼이나 예뻐. 정말이야. 너무 말라서 그러니 좀 먹어야겠구나.”
  •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식 다이닝 룸 식탁에 앉았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를 내 접시에 쌓아 올리며 자애로운 어머니의 미소를 지었다.
  • “많이 먹으렴. 오늘은 일찍 쉬고 기운을 차려야 해.”
  • 채린조차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구워진 닭다리 하나를 내 접시에 놓아주었다. 이 역겨운 화목 연극을 지켜보자니 위장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 “채은아, 얘……. 서준혁 대표님 말이다. 오늘 밤에도 네가 가줘야겠다.”
  • 비소 섞인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정갈하게 차려진 접시를 밀어냈다.
  • “안 가요. 3년 계약은 끝났어요. 약속하셨던 유학 자금, 지금 제 계좌로 입금해 주세요.”
  • 채린의 즐거운 가면이 순식간에 박살 났다. 그녀는 관리 잘 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윽박질렀다.
  • “내 병이 아직 안 나았잖아! 준혁 씨는 아직 네……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감히 거절해? 미쳤어?”
  • 아빠가 식탁을 내리치며 분노로 얼굴을 찌푸렸다.
  • “이채은, 똑똑히 들어! 넌 절대 이 집을 못 나가! 언니 몸이 완쾌될 때까지 넌 네 의무를 다해야 해. 그게 네 존재 이유다!”
  •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도 거들었다.
  • “그래! 우리가 널 낳아줬어! 네 목숨은 우리 거야! 언니 대신 일하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지, 어디서 감히 배은망덕하게!”
  • 나는 그들의 추악하고 허위 가득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온몸이 얼음장 같은 분노로 떨려왔다.
  • “약속하셨잖아요!”
  •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아빠가 잔인한 승리감을 띠며 비웃었다. “잘 들어라, 이 멍청한 것아. 우리가 허락하지 않는 한, 넌 영원히 우리 집안에서 벗어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