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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대역 신부

  • "난 못 해, 그 여자랑은 절대 결혼 안 해요!"
  • 박재언이 아버지 박웅철 앞에서 소리쳤다.
  • 서재엔 고가의 앤티크 가구와 천장까지 닿는 책장이 빼곡했고, 숨 막힐 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 "재언아, 좀 이해해 보도록 해."
  • "이 결혼이 이번 인수합병에 핵심이야."
  •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말도 안 돼. 그래도 그런 여자랑은 절대 결혼 안 해요."
  • 재언은 단칼에 잘라냈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 "원래는 이 집안 다른 딸이랑 하기로 했잖아요. 왜 갑자기 바꾼 겁니까?"
  • "왜 바꿨는지는 나도 몰라. 대신 결혼 생활은 3년만 유지하면 되고, 진짜 부부로 살 필요는 없다더군. 그러니 누가 신부든 상관없다."
  • 아버지는 차분히 설명했지만, 재언은 들을 마음이 없었다.
  • "미쳤어요, 아버지?"
  • "사업 때문에 창녀를 며느리로 들이라고요?"
  • "날 강제로 묶어둘 순 없어요, 젠장!"
  • 그는 손을 홱 내저었다.
  • "넌 반드시 그녀와 결혼해야 한다."
  • "이건 상의도 선택도 아니다."
  • "명령이야."
  • "더 이상 여지는 없어."
  • 아버지의 인내는 바닥났고, 목청을 높였다.
  • "넌 이 집안 그 아가씨와 3년만 결혼 생활 하면 된다. 3년 뒤엔 원하면 갈라서라. 난 막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를 키우려면 이 인수합병이 필요해."
  • 박웅철은 뛰어난 사업가였지만,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 자식의 감정엔 눈길도 주지 않았고, 권력과 지위만 좇았다.
  • 그는 감정이라곤 없는 사람이었다.
  • 아들마저 자기처럼 차갑고 냉정한 괴물로 길들였다.
  • 그의 눈에 아들은 사업을 키우는 자산일 뿐이었다.
  • "아버지가 후폭풍도 생각 못 할 만큼 눈이 머셨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아버지 명성은? 그런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면 사람들이 뭐라 하겠어요? 사회에서 고개 들기 힘들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 "입 함부로 놀리지 마, 박재언!"
  • 아버지가 호통쳤다.
  • "난 남들 말 따윈 신경 안 써. 돈과 권력만 있으면 전부 입 막을 수 있어. 우리가 이 거래에서 얼마나 많은 부와 권력을 얻을지 너는 몰라. 그런 애를 3년만 박씨 집안 며느리로 두는 거, 아무 일도 아니야. 반드시 3년은 버텨.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 "그럼 사양할게요. 난 애초에 결혼할 생각도 없고, 아버지 그 개같은 사업 때문에 내 명성 망칠 일도 없거든."
  • 박재언은 무심한 톤으로 말하고는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 오늘 하루 정말 진저리가 났다.
  • "박재언, 감히 내 말을 거역할 거냐!"
  • 아버지가 경고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 "지금 이 방을 나가면, 연을 끊겠다. 내 사업에서 내쫓을 뿐만 아니라 너는 판테 그룹의 모든 상속권을 잃게 될 거야."
  • 그 한마디에 박재언의 발이 문턱에서 멈췄다.
  • 그는 눈을 감고, 분노가 핏줄을 타고 들끓는 걸 느꼈다.
  • 주먹을 꽉 쥐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 안에서 솟구치는 살의를 억지로 눌렀다.
  • 돌아서서 새까만 눈으로 표정 하나 없이 아버지를 노려봤다.
  • "좋아요, 아버지."
  • "당신이 이겼어요."
  • "결혼하죠."
  • 그는 턱을 들고 차갑게 말했다.
  • "이제 만족하십니까?"
  • 아버지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웃었다.
  • "현명한 선택이다, 아들아."
  • "모두에게 이득이 될 거다."
  • "이만 가 봐."
  • 말을 마치고 그는 아내 쪽으로 돌아서서 명령하듯 말했다.
  • "여보, 결혼식 준비 시작해."
  • 박재언은 부모가 들떠서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며 소식을 알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 증오가 가시처럼 가슴을 마구 찔러댔다.
  • 원래는 이 집안 큰딸 이주원과 결혼하기로 했는데, 막판에 바뀌어 이소영이 됐다.
  • 들리는 말로는 이 집안 막내딸은 못생기고 예의도 없어서, 집안에서도 아예 신경도 안 쓴다더라.
  • 엄마가 남편을 배신하고 여기저기 문란하게 굴던 여자였고, 딸인 이소영도 별반 다르지 않다나.
  • 계약 결혼이라고 해도, 이소영 같은 여자와 3년 묶여 지낼 생각을 하니 역겨움이 치밀었다.
  • "젠장!"
  • 그는 서재를 박차고 나가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 "내 인생 망했어."
  • 허공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 "두고 봐, 이소영."
  • "내가 네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이소영."
  • 그는 증오로 일그러진 얼굴로 싸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