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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의 대역 신부

마피아의 대역 신부

Page Slayer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프롤로그

  • 이소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 빗방울이 창문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 엄마의 훌쩍이는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커졌다 작아졌다.
  • 거실에서 엄마가 초조하게 서성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 그때 갑자기 차 멈추는 소리가 폭풍우의 소리를 가르며 들려왔다.
  • "엄마, 아빠 왔어!"
  • 이소영이 낮게 말했다.
  • 목소리는 빗소리에 거의 묻혔다.
  • 엄마는 허둥지둥 문으로 달려가 눈물을 훔치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
  • "어서 와요, 여보."
  • 엄마의 목소리는 떨렸다.
  • 아버지는 예쁜 여자와 팔짱을 낀 채 성큼성큼 들어왔다.
  • 이소영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고, 엄마는 애써 담담한 척했다.
  • "이 분은 누구예요?"
  • 엄마는 최대한 가볍게 물었다.
  •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 "아무 일도 없어."
  • 아버지는 싸늘하게 웃으며 엄마를 밀쳐냈다.
  • "남자가 밖에서 좀 놀면 안 되나?"
  • 엄마 얼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 "제발 이러지 마요, 난 그냥 당신이 괜찮은지만 확인하고 싶었어요."
  • 아버지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 "넌 맨날 내 걱정 타령이지."
  • 그는 침을 탁 뱉었다.
  • "여기서 불쌍한 척하지 마."
  • "너만 보면 짜증나. 꺼져."
  • "제발, 그러지 마요."
  • 엄마가 아버지의 팔을 붙잡았다.
  • "손 대지 마!"
  • 엄마는 흠칫 몸을 웅크렸고 울음이 다시 터졌다.
  • 이소영은 아버지가 손을 치켜드는 걸 보며 소리 지르려 했지만, 두려움에 발이 바닥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 아버지는 멈추지 않았다.
  • 엄마의 배를 세게 걷어찼다.
  • 엄마는 바닥에 나뒹굴며 배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려 고통에 가득 찬 소리를 냈다.
  • 이소영은 계단 입구까지 물러났다.
  • 울음소리 한 번 한 번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 품에 안은 인형을 꽉 끌어안고 아버지가 얼른 그만두길 빌었다.
  • 한참이 지나고 아버지는 엄마에게 침을 뱉고서야 손을 거뒀다.
  • 계단 난간 사이로 몰래 내려다보니, 엄마는 바닥에 쓰러져 흐느꼈고, 아버지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모욕을 퍼부었다.
  • "감히 나한테 따져?"
  •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야."
  • "집에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 엄마는 말도 못 하고 낮게 신음만 냈다.
  • 아버지가 또 한 번 걷어차자 엄마가 비명을 질렀다.
  • 이소영은 입을 틀어막고, 울음이 새어 나오지 않게 필사적으로 참았다.
  • "넌 그냥 쓰레기야."
  • "그리고 저 지독한 계집애가 눈앞에 있는 한, 내가 너를 얼마나 증오하는지 매번 떠오른다고."
  • 엄마가 이소영을 감싸려 했지만, 아버지는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끌어 일으켜 세웠다.
  • 이소영은 공포에 질려, 그가 무자비하게 엄마를 패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울부짖음이 텅 빈 집 안에 메아리쳤다.
  • "제발... 그만하세요..."
  • 이소영은 중얼거리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 분노를 다 쏟아낸 뒤에야 아버지는 손을 거뒀다.
  • 그 여자를 끼고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엄마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 위층에서 문 잠그는 소리가 들리자, 이소영은 달려가 엄마를 꽉 껴안았다.
  • "엄마, 괜찮아?"
  • 가슴이 미어지는 목소리였다.
  • "괜찮아, 우리 아기."
  • 엄마가 힘없이 말했다.
  • "나 걱정 말고, 얼른 자."
  • "엄마, 나랑 같이 자."
  • "아빠가 엄마 방 잠갔잖아요."
  • "어디서 자려고?"
  • 이소영의 눈이 눈물로 가득 찼다.
  •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 둘은 이소영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가는 길에 그 여자가 교태 섞인 소리로 아버지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엄마는 입을 막고 울었다.
  • 이소영은 겨우 열한 살이었지만,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 둘은 천천히 방에 들어갔고, 이소영은 엄마를 부축해 눕혔다.
  • 엄마는 끙끙 앓았다.
  • 온몸이 욱신거려 견딜 수 없어 보였다.
  • "엄마, 나 여기 있어."
  • 이소영은 침대 옆에 앉아 엄마 손을 꼭 잡았다.
  • "절대 엄마 곁을 떠나지 않을게."
  • "맹세해."
  • 엄마는 눈물 글썽이며 딸을 바라봤다.
  • 얼굴은 퍼렇게 부어올랐고, 눈빛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웠다.
  • "알아, 아가."
  •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넌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거야."
  • 그 말은 무거웠고, 절망과 사랑이 섞여 있었다.
  • "왜 아빠한테 맞으면서까지 참아?"
  • "왜 그 여자를 집에 데려오는 것도 참고 있어?"
  • 이소영의 순진한 질문이 공기를 가르듯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 이소영은 잔뜩 찡그렸다.
  • "소영아, 돈 많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 엄마의 목소리엔 체념과 고통이 뒤엉켜 있었다.
  • "그 사람은 화풀이할 권리가 자기한테 있다고 믿어."
  • "그리고 다른 여자한테 가서 위로를 찾지."
  • "근데 엄마가 참을 필요는 없잖아."
  • "왜 그 사람을 안 떠나?"
  • "난 못 떠나, 아가."
  • "기댈 데도, 갈 데도 없어."
  • 엄마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 "나는 참을 수밖에 없어...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해."
  •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 무력함만 느껴졌다.
  • 이소영의 가슴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 아버지의 잔혹함이 마음에 깊은 흉터를 새겼다.
  • "엄마 걱정하지 마."
  • "내가 평생 엄마 챙길 거야."
  • "난 절대 돈 많은 남자랑은 결혼 안 해."
  • "그런 남자들은 다 차갑고 무심한 악마야."
  • 엄마는 힘없이 웃고, 소영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 "넌 착한 아이야."
  • "그래도 언젠가는 시집가야지."
  • "언젠가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서 너를 데려가 행복하게 해줄 거야."
  • "싫어."
  • "난 평생 결혼 안 해."
  • "엄마 곁을 절대 안 떠나."
  • "남자들은 사랑도 모르고 때리기만 해."
  • "여자를 노예처럼 대하잖아."
  • 이소영은 울면서 엄마를 꽉 껴안았다.
  • "소영아, 우리 아기!"
  • "사랑한다."
  •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게."
  • 엄마의 목소리는 바람 빠진 듯 힘이 없었다.
  • 그때의 이소영은 엄마 말의 깊은 뜻을 몰랐다.
  • 몇 달 뒤,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 사실 엄마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죽어 있었다.
  • 남편의 잔인함과 배신이 엄마를 죽음으로 몰았다.
  • 사람들은 병으로 죽었다고 믿었지만, 이소영은 알았다.
  • 그건 살인이었다.
  • 이소영은 잔혹한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 엄마가 죽고 겨우 일주일 만에 아버지는 재혼했다.
  • 그 예쁜 정부가 새엄마가 됐다.
  • 새엄마가 이소영을 미워하는 마음은 아버지 못지않았다.
  • 새엄마는 자기 딸을 데리고 들어왔다.
  • 아버지는 그 아이를 끔찍이 아꼈다.
  • 집에서 이소영의 위치는 가정부만도 못했다.
  • 그래도 다행히 학교만은 계속 보내줬다.
  • 이소영은 밤마다 울었다.
  • 엄마 사진을 가슴에 꼭 붙였다.
  • "엄마, 왜 나를 두고 떠났어?"
  • "엄마 없으면 난 어떻게 살아?"
  • "왜 날 데려가지 않았어?"
  • 그녀는 창가에 서서 칠흑 같은 밤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 대답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 그녀는 홀로였다.
  •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버텼다.
  • 하지만 마음속으로 조용히 맹세했다---
  • 이번 생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