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우 동생?"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음이 났다. "그러니까,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것들을 전부 허연우 동생한테 갖다 바쳤다는 거네?"
"그런 게 아니야!" 그가 다가와 변명하려 했다. "난 그냥…… 그냥 보상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보상?" 나는 이 집안을 가득 채운 물건들을 가리켰다. "내 소원들을 훔쳐서 그 여자한테 보상했다고? 강준우, 너 지금 대역이라도 키우는 거야? 아니면, 내가 그 여자의 대역이었던 거야?"
"이상하게 몰아가지 마!"
"나랑 그 애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어! 단지 연우에게 빚진 게 너무 커서, 그 동생한테라도 갚아주고 싶었을 뿐이야! 이런 것들, 너한테 사주면 넌 낭비라고 할 거고 돈 아깝다고 잔소리할 거잖아. 하지만 그 애는 기쁘게 받아준다고! 난 그저 내 죄책감을 쏟아낼 곳이 필요했을 뿐이야!"
"죄책감을 쏟아낼 곳?" 눈앞의 남자가 소름 끼치도록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를 네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고, 그 여자는 네 그 잘난 '순애보'와 '위대함'을 전시할 화려한 쇼윈도로 썼다는 거니?"
"그런 적 없어!"
"없다고?"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한 걸음씩 다가갔다. "당신은……."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 그 여자 사랑하잖아! 8년의 결혼 생활 동안 정조를 지키고 싶을 만큼 사랑하잖아! 나한테서 엄마가 될 권리를 뺏을 만큼 사랑하잖아! 그 저급하고 가련한 사랑을 이어가려고…… 나랑 닮은 대체품까지 찾아낼 만큼!"
내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강준우, 나 똑바로 봐!" 나는 내 얼굴을 가리켰다. "당신 처음에 나랑 결혼한 거, 정말 목숨 구해준 은혜 때문이었어? 아니면 내 눈매가 그 여자랑 닮아서였어?"
그는 마치 가장 치욕스러운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은, 세상에서 가장 명확한 대답이었다.
처음부터 나는 웃음거리였다. '첫사랑'의 그림자에 가려진, 가엾은 대역일 뿐이었다.
"그럼, 아이는?" 그에게 묻는 건지, 나 자신에게 묻는 건지 모를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한 것도, 그 여자 때문이었니?"
준우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마치 어떤 결심이라도 굳힌 듯했다.
"맞아."
단 한 마디가 얼음물에 담긴 칼날처럼 내 심장을 꿰뚫었다.
"왜?"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연우를 향한 내 사랑은 순수하니까." 그는 한 자 한 자, 잔인할 정도로 또박또박 내뱉었다. "내 피가 흐르는데, 그 애의 아이가 아닌 자식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심지하, 너랑 결혼한 건 내 책임이었어. 화재 현장에서 나를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
"하지만 내 사랑, 내 영혼, 내 모든 것은 영원히 연우의 것이야."
"그래서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적어도, 너와의 아이는 안 돼."
결혼이 고작 보답이었다고? 그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가 말하는 '보답'이란, 사랑도 미래도 없는 껍데기뿐인 결혼 생활 속에 나를 8년이나 가둬두는 것이었나.
그는 일말의 가련함을 담은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지하야, 너한테 불공평하다는 건 알아.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내가 연우 앞에 떳떳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