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화면 너머의 박도윤은 몇 초간 얼어붙은 듯 멍하니 있었다.
- 이내 그는 차갑게 비웃었다.
- “김지수, 장난은 이제 그만하지?”
- “유은이 지금 거의 쇼크 상태야. 그런데도 이런 장난칠 정신이 있어?”
- 그는 털끝만큼도 믿지 않았다.
- 그의 머릿속에서, 나는 언제나 제자리에서 서서, 그가 돌아보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어야 했다.
- 그가 서유은 때문에 몇 번이나 나를 버리고 떠나든 상관없었다.
- 그저 손짓 한 번이면, 나는 아무런 자존심도 없이 그의 곁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였으니까.
- 서유은이 그의 품에서 신음하듯 소리 냈다.
- 그녀가 힘없이 박도윤의 옷깃을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 “도윤 오빠, 나 너무 괴로워... 나 죽는 거 아니야?”
- “걱정 마. 오빠 여기 있잖아.”
- 박도윤은 곧장 고개를 숙여 그녀를 달랬다. 그 다정한 모습이 내 눈을 사정없이 찔렀다.
-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그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다.
- “김지수, 당장 그 남자 내쫓아. 쪽팔리게 굴지 말고.”
- “유은만 좀 진정시키고 바로 돌아갈게. 결혼식은 두 시간 미뤄.”
- 그 말만 남기고, 영상통화를 뚝 끊었다.
- 화면이 까맣게 꺼졌다.
- 하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내가 이 난장판을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려는 듯했다.
-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마이크를 들었다.
- “여러분,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 “다만... 신랑이 이승우 씨로 바꾸겠습니다.”
- “식사는 더 좋은 것으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테이블마다 로마네 콩티 두 병씩 추가하지요. 제 입막음값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 “오늘 있었던 일... SNS에 쓸데없는 소문은 안 퍼졌으면 좋겠네요.”
- 이승우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나를 바라봤다.
- “통이 크시네요. 김지수 씨, 오늘 꽤 크게 쓰셨는데요.”
- 나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친구들을 달랬다.
- 그 결혼식은 황당하면서도 성대하게 치러졌다.
- 그렇게 깊은 밤이 되어서야 하객들이 모두 돌아갔다.
- 나는 녹초가 된 채, 휴게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 이승우는 문가에 기대 선 채, 손에 든 라이터를 느긋하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지금 어디로 가요? 너희가 산 집으로?”
- “거기 안 가요.”
- 거긴 곳곳에 박도윤이랑 서유은의 흔적인데,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 “승우 씨 집으로 가죠.”
- 이승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생각보다 적극적이시네요?”
- “우리 이제 결혼했잖아요. 합법적인 부부인데.”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고, 편한 신발로 갈아 신었다.
- “가시죠, 이승우 씨.”
- 이승우의 마이바흐에 타자마자, 내 휴대폰이 내내 진동했다.
- 전부 박도윤이 보낸 메시지였다.
- “나 병원 도착했어. 유은이 큰일은 아니고 그냥 놀란 거야.”
- “거긴 끝났어? 기사 보내서 널 데려오게 할게.”
- “왜 답이 없어? 아직 화났어?”
- “김지수, 적당히 좀해. 유은이도 네 친구잖아. 조금만 너그럽게 굴면 안 돼?”
- 친구?
- 웃기지 마.
- 어느 친구가 남의 결혼식에서 아픈 척까지 해 가며 신랑을 불러내는데?
- 어느 친구가 인스타에 그런 도발적인 글을 올리는데?
- 나는 그대로 휴대폰 전원을 꺼 버렸다.
- 차가 한 별장 앞에 멈췄다.
- 이승우는 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 “안방은 2층이에요. 게스트룸은 아직 정리가 안 됐고요.”
- “그래서요?”
- “그래서... 오늘 밤은 저와 한 방을 쓸 수밖에 없겠네요.”
- 그는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 헤쳤다.
- 탄탄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그는 내 앞에서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 나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 “저... 소파에서 자도 괜찮는데요.”
- “저는 괜찮지 않아요.”
- 이승우는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그대로 나를 가로안아 들어 올렸다.
- “신혼 첫날밤부터 각방을 쓰면, 다들 제가 문제 있는 줄 알지 않겠어요?”
- 그는 나를 푹신한 큰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 그리고 그대로 내 위로 덮쳐 왔다.
- 손길이 살짝 내 다리에 닿자, 심장이 한순간 얼어붙었다.
- “지수 씨, 저를 이렇게만 이용하려고 하신 거예요?”
- “그렇게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거든요.”
- 바로 그때, 문 앞에서 초조하게 초인종이 연달아 울렸다.
- 그리고 박도윤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 “이승우! 당장 나와!”
- “김지수 내놔!”
- 이승우의 동작이 딱 멈췄다.
- 그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나를 내려다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 “전남편이 신부 뺏으러 왔네요.”
- “어쩔까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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