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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 [한연희 시점.]
  • 나는 굳은 얼굴로 도민지의 손목을 확 움켜쥐었다.
  • “미미 어떻게 했는데?”
  • 도민지는 비명을 내지르며 조건반사적으로 내 손을 뿌리치려 했다.
  • 하지만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었던 나는 도민지의 손을 더 꽉 움켜쥐었다. 도민지의 손목이 벌겋게 되는 것도 무시한 채 내 앞으로 잡아당기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 “내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이나 해! 우리 미미 어딨어! 미미한테 대체 뭐 했냐고!”
  • 바로 그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밀려 그대로 넘어졌다.
  • 이마가 날카로운 테이블 모서리에 쾅 하고 부딪히며 눈앞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내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걸 본 강재호는 잠깐 멈칫했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도민지부터 감싸 안으며 나를 노려봤다.
  • “먼저 사람을 문 건 미미였어. 민지가 워낙 착해서 봐준 거지, 민지 아니었으면 그 잡것, 벌써 죽었어!”
  •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벌떡 일어나 미미를 부르며 방 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 창고방문을 여는 순간, 피 묻은 종이상자가 머리 위에서 툭 하고 떨어졌다.
  • 순간 온몸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떨리는 손으로 테이프를 와락 뜯었다.
  • 그 안에는... 내 다리에 몸을 비비고 애교 부리던 미미가, 눈가랑 입가에 피가 말라붙은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절망에 잠겨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때, 눈앞에서 흰빛이 번쩍였다.
  • 고개를 드니 휴대폰 플래시가 나를 향해 있는 것이 보였다. 귓가엔 도민지의 싸가지 없는 낄낄거림이 들렸다.
  • “와, 고양이가 죽으니까 드디어 제대로 우네? 평소에 네가 짜낸 가식 웃음보다 백배는 낫다~”
  • 도민지의 비아냥은 끊이질 않았다.
  • “네 고양이 죽은 거, 내가 기록해 줄까? 카메라 좀 봐, 하하!”
  • 죽어서 딱딱히 굳어 있는 미미를 끌어안은 순간 심장이 쥐어뜯기는 듯한 느낌에 숨이 턱턱 막혔다.
  • 그런데도 도민지는 배를 끌어안고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 다리로 강재호의 하반신을 휘감으며 허리를 흔들거렸다.
  • “네 꼴이 그 모양이니까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재호가 벌써 너랑 자고 싶어 하지 않잖아. 온몸에서 고양이 오줌 냄새가 진동하는 거 알아? 그 잡것이 그렇게 좋으면 같이 죽지 그래?”
  • 찰싹!
  •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민지의 뺨을 순식간에 후려쳤다.
  •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도민지는 바로 얼어붙었다. 강재호도 내가 이렇게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미처 따귀를 막아주지 못했다.
  • 나는 그들이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바로 도민지의 머리채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악을 썼다.
  • “멍청한 년! 강재호가 너랑 자면 뭐! 아무리 그래도 정식으로 받아주지도 않잖아?”
  • “바람난 더러운 남자, 그렇게 필요하면 줄게! 얼른 가져가! 난 상관없으니까!”
  • “그런데 감히 내 고양이를 건드려? 소중한 생명을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어! 내 고양이가 뭐? 잡것? 너야말로 이 세상 가장 역겨운 짐승이야!”
  • 강재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달려와 나를 떼어냈다. 그러고는 도민지를 품에 안은 뒤,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 “한낱 고양이 한 마리 죽은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똑같이 생긴 걸로 다시 사주면 되잖아?”
  • 도민지는 강재호의 품에 슬쩍 기대더니 억울한 척 울먹였다.
  • “한연희, 탓하려면 네가 키운 그 잡것 체력이 너무 약한 걸 탓해. 내가 머리 몇 대 툭툭 쳤더니 바로 똥오줌을 지리더라고.”
  • 도민지는 좋은 일을 했다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 “너무 고통스러워하길래 편히 가게 해준 거야. 너를 위해서 한 거니까...”
  •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윙 하고 울렸다. 정신을 겨우 부여잡고 뒤돌아선 뒤 부엌으로 곧장 걸어갔다.
  • 분노에 어깨마저 덜덜 떨렸지만 강재호는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운다고 착각했다.
  • 그래서 조금 누그러진 태도로 내 뒤를 따라왔다.
  • “그만해, 자기야. 나도 조금 전에는 너무 흥분했어, 인정해. 일단 민지한테 가서 사과하자, 응?”
  • 그 순간 나는 몸을 홱 돌렸다. 강재호는 그제야 내 손에 쥔 칼을 발견했다.
  • 하지만 눈썹을 까딱 한 번 올리더니 비웃듯 한숨을 쉬었다.
  • “자기야, 그만 좀 해. 네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자신도 없으면서.”
  • 나는 칼끝을 강제호에게 겨누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짓눌렀다.
  • “네 말이 맞아, 사람 죽이고 감옥 가긴 싫어. 그러니까 날 몰아붙이지 마. 지금 당장 도민지 데리고 꺼져. 아니면 너희 둘 중 하나는 죽여버릴 테니까.”
  • 강재호가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다가와 나를 안으려 했다.
  • “아, 정말. 성격 하나는 지랄 같네. 너 지금 자존심 상해서 센 척하는 거 알아. 그래, 네가 잘못했...”
  • “강재호,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칼날이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 다행히 강재호 반응이 빨라 옆으로 피했기에 피는 나지 않았다.
  • 강재호 얼굴에 걸렸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 싸늘하게 나를 한 번 쏘아보더니 돌아서서 도민지를 번쩍 안아 들었다.
  •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겼다.
  • “자기야, 너 머리는 똑똑하잖아.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내가 몸소 가르치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 강재호가 입을 열기 전에,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앞으로 던졌다.
  • 칼끝이 도민지의 다리를 스치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 두 사람은 허겁지겁 떠났다.
  • 그제야 다리가 풀린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년을 함께한 내 고양이를 끌어안고는 무너져 버렸다.
  • 스스로도 컨트롤 못 할 만큼 꽤 오랫동안 큰 소리로 울었다.
  • 얼마나 울었을까,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반려동물 장례팀에 연락해, 집으로 와서 미미의 시신을 수습해 달라고 했다.
  • 그분들이 미미 시신을 깔끔히 정리한 뒤, 마지막에 미미에게 화장까지 해줄 것이다.
  • 직원은 장례식이 끝나면 유골을 찾으러 오라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 그전에 우선 고양이 맞춤 유골함을 준비하라고 했다.
  • 나는 비통한 마음으로 유골함 맞춤 제작하는 곳에 갔다.
  • 직원에게 미미 사진을 보여주고 있을 때 장례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 “한연희 씨, 약혼자분이 고양이 시신을 인수해 가셨어요. 기존에 화장하기로 했던 일정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대로 할 건가요?”
  • “뭐라고요? 아니요! 그 사람은 제 약혼자가 아니에요! 시신을 그 사람한테 넘기지 마세요!”
  • 벌떡 일어나 매장에서 뛰쳐나온 뒤 차를 몰고 반려동물 병원으로 내달렸다.
  • 엘리베이터에 막 타려는 순간, 가방을 든 도민지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 “한연희, 뭐가 그리 급해?”
  • 도민지가 도발하듯 한마디 했다.
  • “네가 고양이 장례 치른다길래, 재호와 같이 챙겨주러 왔어.”
  • 도민지가 씨익 웃더니 내 팔을 잡고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 “이거 내가 직접 디자인한 장례 초대장이야. 너랑 고양이 사진도 넣었어. 감동이지?”
  • 도민지는 그 초대장을 내 얼굴에 툭 하고 내던졌다.
  • 사진을 본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AI를 이용한 나와 미미의 합성 사진이었다.
  • 사진 속 미미는 AI에 의해 사람처럼 변형된 상태로, 나와 야하게 몸을 비비고 있었다.
  • ‘도민지, 너 진짜 미쳤구나. 넌 인간도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