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닥쳐! 당장 그 입 다물으라고 했지!” 그는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발작하며 고함을 질렀다.
- 그리고는 3년 전 그날처럼, 허겁지겁 도망치듯 방을 나갔다.
- 나는 멀어지는 그의 비겁한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 강한준, 이건 시작에 불과해.
- 네가 속죄 게임이라 부르는 이 게임에서, 정말 네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믿었어?
- 천만에.
- 내가 감방 문을 나선 그 순간부터, 사냥꾼이랑 먹잇감의 위치는 완전히 뒤바뀌었으니까.
- 강한준은 사흘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내 말이 그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을 것이다. 감히 나를 마주할 용기조차 없는 거겠지.
- 하지만 그건 내가 바라던 바었다.
- 첫 수를 두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 나는 캐리어 이중 칸에 숨겨두었던 초소형 노트북을 꺼냈다.
- 감옥에서 3년 동안 모은 돈을 전부 쏟아부어, 먼저 출소한 동료에게 부탁해 마련해 둔 물건이었다.
- 전원을 켜고, 이미 보안을 뚫어 놓은 저택 와이파이에 접속했다.
- 암호화된 메일함에 로그인하자,
- 읽지 않은 메일 한 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 보낸 사람은 감옥에서 만난 나의 스승님.
- 한때 전설적인 해커였으나 사고로 구속되어 10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 내게 코딩으로 나만의 왕국을 세우는 법을 가르쳐준 것도 바로 그분이었다.
- 메일 내용은 간결했다. 링크 하나.
- 링크를 클릭하자 복잡한 백엔드 관리 시스템이 눈앞에 펼쳐졌다.
- 그것은 스승님이 내게 준 출소 선물. 금융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스니핑 시스템이었다.
- 내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미친 듯이 질주했다.
- 목표는 강씨 그룹.
- 정확히는 선유라가 전권을 쥐고 있는 해외 리조트 프로젝트였다.
- 3년 전, 나는 바로 이 프로젝트 때문에 횡령 누명을 썼다.
- 강한준과 선유라는 완벽하게 조작된 증거로 나를 지옥에 처박았다.
- 이제, 내 희생으로 유지되던 그들의 판이 어떻게 박살 나는지 똑똑히 보여줄 차례다.
- 첫 번째 공격 코드를 심으려던 찰나,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 문턱에 강한준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그 뒤로 가증스러운 미소를 띤 선유라가 따라 들어왔다.
- “서보라, 지금 뭐 하는 거지?”
- 강한준의 시선이 내 노트북에 꽂혔다.
-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노트북을 덮었다.
-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구경 중이었어.”
- “그냥?”
- 선유라는 아양 섞인 웃음을 흘리며 강한준의 팔에 팔짱을 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연약한 척 그의 몸에 기대며 속삭였다.
- “강한준, 내가 뭐랬어. 어떤 인간들은 타고난 게 천해서 가만히 있질 못한다니까. 3년을 처박혀 있어도 예의 하나 못 배웠잖아?”
- 그녀는 나를 내려다보며 승자의 눈빛을 번뜩였다.
- “서보라, 오랜만이야? 낯빛이 좋네, 안에서 아주 편하게 지냈나 봐?”
- 가련한 척 떠는 그 얼굴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 “그래, 네 덕분에 아주 잘 지냈지.”
- 나는 여유롭게 덧붙였다. “매일같이 날 특별히 챙겨주는 사람이 있었거든. 너처럼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몰골보단 훨씬 윤택하지 않니.”
- “너…!”
- 선유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분노를 참지 못해 온몸이 부들부들 떨었다.
- “서보라!”
- 강한준은 선유라를 제 등 뒤로 감쌌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살기를 띠었다. “내가 너무 너그러웠나 보지?”
- 그는 성큼 다가와 내 노트북을 낚아채더니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 쾅—! 노트북이 처참하게 산산조각 났다.
- 부서진 잔해를 보자 가슴 한구석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만을 잃지 않었다.
- “왜, 조급해졌어? 강한준, 겁나니? 너희가 저지른 그 더러운 짓들을 내가 다 까발릴까 봐?”
- “더러운 짓?”
- 그는 싸늘하게 웃더니 내 손목을 비틀어 쥐고 창가로 거칠게 끌고 갔다.
- 그러고는 아래 정원에서 화초를 다듬고 있는 내 늙은 아버지를 가리켰다.
- “입 한 번만 더 놀려 봐. 저 사람, 당장 사라지게 만들 테니까.”
-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했다.
- 아버지! 아버지가 왜 저기에 있는 거지!
- “강한준! 이 개자식아!”
- 나는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내 손톱이 그의 손등을 깊게 파고들며 핏자국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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