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바꾼 남편
stephenwriter
Last update: 1970-01-01
제1화
- 막 혼인신고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강하민이 뜬금없이 한마디를 툭 던졌다.
- “나 신채리랑 잤어.”
- 강하민이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 쿡 가리키며 잔인하게 웃었다.
- “어제 신채리가 여기 앉아서 나한테 키스했거든. 키스 진짜 잘하더라. 아주 요염하게 굴고. 내가 못 참아서 그냥 잤지.”
- 난 두 번째로 배신당했다.
- 멍해졌다. 느닷없는 고백에 혀가 굳어 버렸다.
- 근데 강하민은 환하게 웃었다.
- “이제 네 전남편 최상우 마음이 이해가 가네. 신채리가 너보다 훨씬 섹시하고, 남자 비위 맞추는 법도 훨씬 잘 알더라.”
- 최상우는 내 전남편이고, 신채리는 한때 내 제일 친한 친구였다.
- 5년 전, 둘이 우리 집에서 뒤엉켜 있는 걸 내가 현장에서 딱 잡았다.
- 절망해서 발만 동동 구를 때, 강하민이 나타나 나를 구해줬다.
- 그런데 지금, 그가 똑같은 그 여자 때문에 나를 배신했다.
- ……
- 갑자기 누가 목을 맨손으로 꽉 조르는 것 같았다. 숨이 턱 막혔다.
- 한참 지나서야 조이는 느낌이 조금 풀렸다. 겨우 정신을 추슬러, 떨리는 목소리로 강하민에게 물었다.
- “왜?”
- “바람피웠으면서 왜 나랑 결혼했어.”
-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해야 할 이 순간에, 왜 이렇게 잔인하게 말해?”
- 강하민이 나를 보다가 잠깐 굳었다.
- 그러더니 갑자기 크게 웃었다.
- “신채리, 네가 이겼어.”
- 나는 멍하니 강하민을 봤다.
- 다음 순간, 차 스피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그럼 오늘 밤엔 그 고난도 자세들로 놀아야지.”
- 믿을 수가 없어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 핏줄이 하나씩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 “나, 신채리랑 내기했거든. 네가 내가 바람핀 걸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난 네가 화내서 내 뺨을 후려칠 거라 했고, 그녀는 넌 왜냐고만 물을 거라고 했지.”
- “내가 이기면, 그녀가 내가 좋아하는 향을 뿌려주기로 했고. 그녀가 이기면……”
- 강하민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 “다 들었지, 그렇지?”
- 강하민의 말에 맞장구치듯, 스피커에서 다시 신채리의 목소리가 흘렀다.
- “홍은서, 너 정말 하나도 안 변했네. 여전히 나약해.”
- “5년이 지났는데도, 남편이 바람나면 넌 ‘왜’만 묻는구나.”
- 신채리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독하게 또 우쭐거리며 말했다.
- “그래도 남자 보는 눈은 괜찮네. 이 남자, 나도 마음에 들어.”
- 그 비웃음이 내 팔이며 다리를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저리게 했다.
- 아득해지더니, 나는 5년 전 그날로 끌려갔다.
- 그날은 출장을 일찍 끝내고, 전남편 최상우 생일을 챙겨주려고 서둘러 집으로 갔다.
- 문을 여니, 최상우와 신채리가 침대 옆에서 벌거벗은 채 서로 끌어안고 격하게 얽혀 있었다.
- 나를 보자 최상우는 허둥지둥 옷을 주워 입었다.
- 신채리는 소파에 기대 비웃으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베프니까 양해 좀. 남자 끊은 지 오래라 너무 심심했거든. 그래서 네 남편 좀 빌렸어.”
-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 당장이라도 칼로 찔러버리고 싶었다.
- 하지만 발을 들자마자 힘이 풀려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 나는 절망 속에 겨우 물었다.
- “왜?”
- 그들이 입만 뻥긋뻥긋대며 뭐라 떠드는 동안, 내 귀엔 솜이 꽉 막힌 듯 소리가 하나도 안 들어왔다.
- 아랫배에서 피가 주르륵 쏟아지기 전까지. 그제야 최상우가 나를 안고 소리쳤다.
- 잠깐 정신이 돌아왔고, 그는 나를 안아 병원으로 달렸다.
- 하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 의사는 강한 충격으로 유산됐다고 했다. 나와 최상우의 아이는 지켜내지 못했다.
- 그날 밤, 나는 병상에 누워 천장만 바라봤다. 밤새 한숨도 못 잤다.
- 남은 건 소리도 없는 눈물뿐. 죽어버린 사랑과 우정, 그리고 태어나지도 못한 내 아이를 속으로 보내줬다.
- “됐어, 신채리. 그만 자극해. 밤에 보자. 먼저 은서 집에 데려다줄게.”
- 강하민의 목소리에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 그가 전화를 끊자, 차 안엔 우리 둘의 숨소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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