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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중환자실의 문

  • 중환자실의 문이 천천히 닫히자 안지훈의 창백한 얼굴도 유리문에 가려졌다.
  • 나는 몸을 곧게 폈다. 방금 이 남자에게 다가갔을 때 스친 냉기가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는 듯했다.
  •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 복도 불빛에, 그 빛에 비친 사람들 얼굴의 슬픔도 더 짙게 드리워졌다.
  • 그때, 멀리서 급한 발소리가 나더니 내 곁에서 멈췄다.
  • 유니폼을 입은 경찰 두 명이 다가와 물었다.
  • “이아린 씨가 어느 분이시죠?”
  • 앞에 선 경찰이 신분증을 내보이며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 그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 얼굴에 아직 가시지 않은 비통함이 남아 있었고, 목소리는 적당히 쉬어 있었다.
  • “저인데... 무슨 일이죠?”
  •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안지훈 씨의 교통사고에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요.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 경찰의 시선이 내 얼굴에 잠깐 머물렀다.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뒤, 복도 끝에 있는 보호자 휴게실로 걸어갔다.
  • “말씀하세요. 최대한 협조할게요.”
  • 임원들과 하이석은 내 옆에 서 있었다. 걱정이 눈에 훤했지만 아무도 감히 끼어들지 못했다.
  • “안지훈 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 어디에 계셨죠?”
  • 경찰이 수첩을 꺼내 적기 시작했다.
  • “집에 있었어요.”
  • 내 말투는 흔들림이 없었다.
  • “아침에 일어나서 줄곧 집안일을 했고, 오후 두 시쯤 저녁 준비를 시작했어요. 그 사이에 밖엔 안 나가지 않았습니다.”
  • “그 말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 다른 경찰이 재차 물었다.
  • “집에 CCTV가 있어요.”
  • 나는 고개를 들어 경찰을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말했다.
  • “그리고 오후 세 시쯤 배달을 시켰어요. 배달원이 증언할 수 있을 겁니다.”
  • 경찰 둘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내가 한 말을 꼼꼼히 적었다.
  • “안지훈 씨가 요즘 누구와 갈등이 있었다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 적이 있습니까?”
  • 앞선 경찰이 질문을 이어갔다.
  • 나는 시선을 내린 채 조심스럽게 기억을 더듬었다.
  • 잠시 뜸을 들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요즘 회사 일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와 다퉜다는 말은 못 들었어요. 다만... 며칠 전에 자기를 누군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가 너무 지쳐 착각한 줄 알았죠. 그래서 별로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 일부러 한 박자 쉰 뒤, 후회가 섞인 목소리로 덧붙였다.
  • “제가... 진작 알아챘어야 했는데...”
  • 경찰은 그 단서를 적은 뒤, 안지훈의 일상과 인간관계에 대해 몇 가지를 더 물었다.
  • 나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빈틈없이 대답했다.
  • 경찰들을 보내고 난 후, 하이석이 살금살금 다가와 물었다.
  • “사모님, 경찰 쪽에... 문제가 생기진 않겠죠?”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이석을 올려다봤다.
  • 눈빛은 평소처럼 무덤덤했지만, 마음속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 “걱정 마요. 우린 그냥 조사에 협조하는 거잖아요. 불안해할 거 없어요.”
  • 말을 마친 뒤, 창가로 걸어가 칠흑 같은 밤하늘을 조용히 올려다봤다.
  • 무심코 며칠 전 장면이 영화 한 장면처럼 떠올랐다.
  • 사설탐정이 사진과 자료 뭉치를 내 앞에 내려놓으며 공손히 말했다.
  • “이아린 씨, 요청하신 안지훈 씨와 김가영 씨 관련된 모든 자료입니다. 이동 동선, 통화 기록, 최근 접촉한 사람까지요.”
  • 자료 뭉치를 받은 나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봤다.
  • 사진 속 안지훈과 김가영은 서로 다정히 기대 있었다.
  • 그들의 웃음은 날카로운 칼처럼 내 눈을 찔렀다.
  • “요즘 특별한 스케줄은 없었나요?”
  • 내가 물었다.
  • “오늘 오후 네 시에 회사에서 출발해, 순환 고속도로를 지나 김가영 씨 아파트로 갈 겁니다. 며칠 전부터 계획한 일정입니다.”
  • 탐정의 말과 스케줄 표를 보며, 나는 입꼬리를 차갑게 올렸다.
  •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게 내 계획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 그때 하이석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사모님, 서무열 변호사와 반지민 의사님께서 도착했습니다.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시선을 거두고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 “알겠어요. 갑시다.”
  • 회의실 문 앞에 선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문을 밀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