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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 카메라가 곧바로 신주희를 비췄다.
  • 하지만 그녀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강도현이 홱 고개를 돌렸다.
  • 한유라의 미소도 그대로 굳어 버렸고, 댓글창 역시 몇 초간 조용해졌다.
  • 신주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난 당신 아내야. 당신 아이를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당신은 다른 여자를 만지고, 내 몸까지 그 여자랑 비교해?”
  • “신주희….”
  • 강도현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다정함이 아닌 경고에 가까웠다.
  • 그의 눈빛은 분명 그녀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 하지만 신주희는 이제 더 이상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 “주희 씨.”
  • 한유라가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며 다가왔다.
  • 그리고 자연스럽게 신주희의 목을 감싸 안았다.
  • “저희는 그냥 팬분들을 위해 연기하는 것뿐이에요. 아시잖아요. 도현 씨 같은 배우에게 팬은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거.”
  • 신주희는 한유라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 “분위기 좀 망치지 마.”
  • 카메라 뒤에 있던 남자가 작게 휘파람을 불며 중얼거렸다.
  • 순간, 강도현은 이미 카메라 앞으로 다가가 있었다.
  • 그는 라이브 시청자들을 향해 아무렇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 “여러분, 많이 놀랐죠.”
  • “와이프가 임신 중이라 호르몬 변화가 좀 심합니다. 요즘 감정 기복이 있어서 그래요.”
  •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라이브도 꼭 함께해 주세요.”
  • 그는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
  • “다음부터는 분위기를 망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약속드릴게요.”
  • 이렇게까지 모욕을 당했는데도.
  • 그가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와이프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미지였다.
  •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 신주희는 뒤에 세워져 있던 조명 장비를 움켜쥐었다.
  • 그리고 있는 힘껏 강도현을 향해 휘둘렀다.
  • “신주희! 안 돼!”
  • 한유라가 다급히 뛰어들었다.
  • 퍽!
  • 조명 스탠드가 그녀의 뺨을 그대로 강타했다.
  • 한유라는 비명을 지르며 강도현의 품으로 쓰러졌다.
  • 볼에 길게 긁힌 상처가 생겼고, 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 댓글창은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 [대체 이게 뭐야?]
  • [장난도 못 받아들이네.]
  • [강도현 와이프 성격 왜 저래? 도대체 어떻게 결혼한 거야ㅋㅋㅋ]
  • 「남편은 배우잖아. 원래 저게 일이야.]
  • 신주희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 이번에는 카메라 장비를 통째로 집어던져 산산조각 냈다.
  • “신주희!”
  • 강도현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 그의 품에는 여전히 울고 있는 한유라가 안겨 있었다.
  • 그는 한유라를 조심스럽게 안아 의자에 앉혀 준 뒤에야 신주희를 돌아봤다.
  • 눈에는 불길 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 “대체 왜 이러는 거야?”
  • “나?”
  • 신주희가 허탈하게 웃었다.
  • “내가 문제라고?”
  • 그녀는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 가슴속에서는 서러움이 끓어올랐지만, 끝내 눈물만큼은 흘리지 않았다.
  • “니가 나한테 나흘 동안 전화 한 통도 안 받고, 문자 한 번도 답하지 않았어.”
  • “그러더니 집에 오자마자 나를 이 말도 안 되는 라이브 방송에 끌고 와서는, 전 국민 앞에서 내 몸을 조롱했지.”
  • “그런데도 잘못한 사람이 나라는 거야?”
  • 나흘이었다.
  • 강도현은 그녀의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에도 답하지 않았다.
  • 그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그날 오후였다.
  • 그는 투어 버스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다고 변명했다.
  • “한유라 씨가 영화 홍보 라이브를 하는데, 너도 같이 나왔으면 좋겠대.”
  • “이번 기회에 너를 사람들에게 소개해 줄게.”
  • 집에 돌아온 지 겨우 한 시간이 지났을 때.
  • 강도현은 그렇게 말했다.
  • 그때만 해도 신주희는 화가 나 있었지만, 그 말을 듣고는 조금은 마음이 풀렸었다.
  • 하지만 그녀가 미리 알았더라면.
  • 이 라이브가 두 사람의 관계를 자신의 눈앞에 들이밀기 위한 자리였다는 것을.
  • 세상 사람들 앞에서 그들의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것을.
  • 그녀는 절대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 “신주희….”
  • 한유라는 울먹이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 두 손을 모은 채 연신 비비며 애원했다.
  • “도현 씨가 일부러 연락을 안 한 게 아니에요.”
  • “그동안 계속 저랑 함께 있었을 뿐이에요.”
  • “영화 홍보 일정이 워낙 바빴잖아요. 저희도 호흡을 맞추려면 함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요.”
  • 그녀는 고개를 들어 신주희를 바라봤다.
  • “전 주희 씨라면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을 이해해 줄 알았어요.”
  •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네요.”
  • 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어차피 주희 씨는 일도 안 하잖아요.”
  • “도현 씨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지내면서요.”
  • 그녀의 시선이 신주희의 몸을 훑었다.
  • “살도 많이 쪘네요.”
  • 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 “그래도... 찔 곳에만 찐 것 같긴 하지만요.”
  • “다 제 잘못이에요.”
  • “그러니까 제발 도현 씨는 때리지 마세요.”
  • “하.”
  • 신주희는 헛웃음을 흘렸다.
  • “호흡?”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촬영은 이미 석 달 전에 끝났잖아.”
  • 신주희는 촬영만 끝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 촬영이 끝난 뒤부터 강도현은 더욱 그녀를 멀리했다.
  • 홍보 일정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 지방 행사와 해외 일정까지 끊임없이 반복됐다.
  • 임신 기간 내내 신주희는 홀로 모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 반면 강도현은.
  • 그 한심한 남자는 한유라의 트레일러를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들고 있었다.
  • “한유라.”
  • 그제야 강도현이 입을 열었다.
  • “계속 이 여자한테 사과할 거면 나 정말 화낸다.”
  • “오늘 라이브는 네가 다 살렸어.”
  • “사과해야 할 사람은 신주희야.”
  • “네가 준비한 걸 전부 망쳤잖아.”
  • 신주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 “…뭐?”
  • 강도현은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봤다.
  • “넌 정말 고마운 줄도 모르지.”
  • “유라가 아니었으면 난 애초에 널 사람들 앞에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어.”
  • 그의 눈빛엔 노골적인 혐오가 어려 있었다.
  • “요즘 거울은 보고 살아?”
  • “첫 주연 영화가 성공한 배우 옆에 그런 모습의 아내를 보여주고 싶을 것 같아?”
  • 신주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강도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 “홍보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 “그런데도 끝까지 감정 하나 못 참고 일을 망쳐?”
  • 그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 “아우라 엔터테인먼트가 이 영화에 수백억 원을 투자했어.”
  • “그런데 네가 그걸 다 망치고 있는 거라고.”
  • 그는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수백억.”
  • “무슨 뜻인지 알아?”
  • 강도현은 한 걸음씩 신주희에게 다가왔다.
  • 그의 눈에는 혐오와 분노만이 가득했다.
  • 신주희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 한 손으로 배를 감싸 안으며 아이를 보호했다.
  • “그 돈은.”
  • 강도현이 비웃었다.
  • “네가 평생을 살아도 만져 보지 못할 돈이야.”
  • “이렇게 철이 없을 거면 차라리 내가 일을 그만둘까?”
  • “아니면 네가 직접 돈을 벌어.”
  • “산후조리 비용도.”
  • “헬스장 회원권도.”
  • “퍼스널 트레이너도.”
  • “내 돈 쓰면서 찐 살 빼는 데 필요한 돈도.”
  • “전부 네가 벌어서 써.”
  • 신주희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떨고 있었다.
  • 강도현이 성큼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움켜잡았다.
  • 그리고 사정없이 흔들기 시작했다.
  • “돈 벌 수 있어?”
  • “대답해.”
  • “벌 수 있냐고!”
  • 그의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
  • “학벌도 없고.”
  • “돈 되는 재능도 없고.”
  • “넌 그냥…”
  • 그는 차갑게 내뱉었다.
  • “불쌍한 고아라서 데려온 거야.”
  • “도현 씨….”
  • 신주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 거센 흔들림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아파….”
  • “그만해….”
  • 강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 “아팠지? 니가 저지른 짓 때문에 내 가분도 그렇고”
  • 말이 끝나자 그는 그녀를 거칠게 밀쳐냈다.
  • 신주희의 몸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 다시 의자에 앉아 있던 한유라의 발앞으로 처박혔다.
  • 강도현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냉혹하게 말했다.
  • “사과해.”
  • “유라한테.”
  • “지금 당장.”
  • “안 그러면.”
  • 그는 싸늘하게 웃었다.
  • “니가 후회할 거야.”
  • “그리고 앞으로 2주 동안.”
  • “난 집에 안 갈거야.”